이석채 KT 회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이 회장에 이어 KT의 키를 쥘 후임 최고경영자(CEO)에 관심이 쏠렸다. 이미 자의 및 타의로 회장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적잖다.
KT 회장 하마평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민간 기업인 KT의 CEO 자리가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3일 통신 및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현재 새 KT 회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약 10명 내외다. 면면을 살펴보면 정계뿐만 아니라 재계 출신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현 정부에서는 하마평에 올랐던 사람은 제외된다”는 속설에 따라 깜짝 인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한글과 컴퓨터 전 사장),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등이다. 또 삼성전자 출신으로는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전 사장, ‘애니콜 신화’의 주역 이기태 전 부회장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종용 전 부회장의 이름도 물망에 올랐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인물들이 있지만 현 정부 인사 스타일상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박근혜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ICT 전문가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업계에서는 청와대가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게 KT 회장 자리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파문이 일었다. 청와대의 오보 해명으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국적문제 등으로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대표 역시 올해 초부터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지만 지난 8월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으로 임명되면서 KT 회장 자리에서 멀어졌다.
KT 내부에서는 통신에 정통한 전문가가 CEO가 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내부 승진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선례를 비춰봤을 때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내부에서는 표현명 현 T&C부문 사장, 이상훈 전 사장 등의 이름이 한때 회자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한 관계자는 “매년 대선 과정에서 CEO 교체설이 나오는 것도 지겹다”며 “더 이상 정치권과 관련 없는 정말 통신 전문가가 CEO로 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석채 회장이 3일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이사회는 구체적인 퇴임일자를 결정한 후 퇴임일자 기준 2주 이내 CEO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CEO 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현재 7인)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을 제외한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신임 CEO를 의결하게 된다.
선정된 후보는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최종 선출될 예정이다. KT 주주총회는 내년 3월 열릴 예정이지만 연내 임시 주주총회가 열릴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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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회장은 당분간 정상적으로 출근, 업무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전직원에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연내 임원 수 20% 감축, 고문 및 자문위원 제도 폐지를 천명한 상태다.
이 회장은 “이사회에서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중요한 과제를 처리하고 후임이 개선된 환경에서 KT를 이끌 수 있도록 회사 발전에 필요한 조치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