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동행명령권에 발목잡힌 미방위

일반입력 :2013/10/15 23:39    수정: 2013/10/16 08:48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파행을 빚을 전망이다. 증인불출석과 동행명령권으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방통위 국정감사는 두 차례 정회로 감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오후 11시 30분 현재 국감장 문은 굳게 닫혀있다.

방통위 국감 최대 파행 원인은 증인으로 채택된 김민배 TV조선 보도본부장의 불출석이다. 때문에 증인 질의부터 감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당초 동아일보의 채널A 우회출자 의혹 제기로 김차수 채널A 보도본부장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김민배 본부장의 불출석과 사유서를 통해 여야 입장차로 국감 파행이 일어났다.

■TV조선 측 증인 불참에 여야 입장차

첫 번째 논란은 김민배 보도본부장이 한선교 미방위원장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서 시작됐다.

김 본부장은 사유서를 통해 “정부가 단 한 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 보조금도 일체 받지않는 민간 방송사 관계자, 그것도 보도 책임자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 보도의 공정성을 따지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국정감사 출석 요구서에 따르면 신문 주제를 ‘막말 편파 방송 관련’으로 특정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심의와 제재에 대한 권한은 국회가 아닌 민간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부여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국감 증인 출석의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이를 두고 미방위 민주당 간사 유승희 의원은 “증인 채택은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권한이고 국정감사에 증언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요청하는 것”이라고 사유서의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전병헌 의원은 정부 지분이 없어도 공공전파를 사용하는 방송 사업자라고 의견을 보탰다.

반면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를 가진 언론인을 국회 증인으로 부른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겨 야당 측 의견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최민희 의원은 “민주당이 채택하자고 한 것이 아니라 여야 합의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선교 미방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동의하며 국회는 불출석에 따른 법률이 있다”며 처음 증인 채택 여부에 여야 간사로 협의하듯 불출석 사유도 협의해달다“고 말했다.

■두번째 정회, 동행명령권 발부에 고성까지

증인 질의 단계에서 정회가 선포된 후 감사는 속개됐다, 이 때 야당 의원들은 김민배 본부장의 동행명령권을 주장했다.

여당 의원들은 지금 나와있는 증인 신문 후에 결정할 문제라고 반박했으나, 야당은 다시 같은 증인 입장으로 불러놓고 TV조선 측만 배제할 수 없다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동행명령장 발부를 두고 여야간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한선교 위원장은 “정회 기간 동안 합의를 하려고 한 것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은 김민배 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때 한선교 위원장은 증인 질의를 시작하려고 하자 여야 의원간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표결로 동행명령장 발부 여부를 정하자는 민주당 의견에서 촉발됐다.

당시 국감장에는 민주당 의원 9명, 민주당과 같은 목소리를 냈던 무소속 의원 1명과 새누리당 의원 7명이 자리에 있었다. 일부 의원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상대적 소수당인 민주당이 국감장에서 표결 우위의 자리를 점한 것이다.

■동행명령권 뭐길래, 끝내 국감 파행

결국 동행명령권이 방통위 국감의 파행 원인이 됐다. 종편 논란에 대한 문제의식도 같고 해결방안만 달랐을 뿐,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미방위 전원이 한뜻으로 보조금이나 언론의 공정성을 이야기하던 자리다. 불출석 증인과 동행명령권에 고성이 오가는 정쟁의 판으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동행명령권이란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권리로 국정감사나 조사를 행하는 위원회는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때에는 의결을 통해 증인이 지정한 장소까지 동행을 명령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증인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을 때 질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 출석 요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나아가 동행명령까지 거부할 경우 국회모욕죄가 추가 되면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김민배 본부장은 이 부분에서 ‘정당한 이유’로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방송사 보도책임자를 불러 헌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점 ▲출석 요구서에 명시된 신문 주제에 따라 심의와 제재에 대한 권한은 국회가 아닌 민간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있다는 점 등을 든 것이다.

동행명령권이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 생소하게 여겨진다.

더군다나 올해 방통위 국감은 주요 현안이 있지만 인터넷 중계가 되지 않아 방통위 기자단과 국회 출입 기자단의 기사로만 내부 사실을 전달받고 있다.

최근 동행명령권의 사례를 들면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당시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가 국회 증인 출석에 불응하자 국정조사 특위가 발부한 사례가 있다. 더 가까운 사례로는 국정원 국정조사에도 있었다. 당시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동행명령 자체가 일부 실효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국정감사 향배는?

이날 국정감사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됐을 경우, 방통위는 다음달 1일 확인감사가 진행되기로 했다. 하지만 감사 파행에 따라 차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우선 야권 측은 추가적인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장 초점을 두고 있는 종편을 두고 관리 감독 허가 기관인 방통위 감사를 통해 잘잘못을 가리겠다는 뜻이다.

반면 여권 측은 추가적인 감사보다는 확인감사로 이어가려는 분위기다.

이날 막판 극적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남은 여정이 쉬워보이지 않는다. 당장 감사를 할 수 잇는 날은 다음주 목요일인 10월 24일 뿐이라고 국회 관계자는 전했다.

일정을 잡을 수도 있지만 여야간 틀어진 상황에서 합의도 어려울 것이며, 증인 채택 문제로 다시 정치 대결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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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을 두고 민주당 미방위 의원들이 국정감사 현장에서 가장 치중한 부분은 내년초 재승인 허가에 앞서, 1차 승인의 문제점을 이끌어내 승인 취소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질의 내내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확답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국감이 아닌 자리에서 관련한 문제제기가 도출될 전망이다. 아울러 확인감사도 순탄하게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