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통계청은 최근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이 254만3천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만5천원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가계소비 지출이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라 최근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의 여파를 짐작하게 한다.
업계사정도 좋지 않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백화점, 오픈마켓 등 국내 대형 유통업체 62개사를 대상으로 상반기 매출액 전망을 조사한 결과 작년 동기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50%로 가장 많게 나왔다.
계속되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타격을 덜 받는 시장도 있다. 꾸준한 소비력을 과시하는 '마니아 시장'이 그것.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일반 소비자 보다 충성도가 높은 소수 마니아를 타겟으로 내 놓은 제품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고가·고품질이 특징인 마니아 제품은 불황에도 흔들림 없이 판매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2000년 초반 MP3플레이어 사업으로 높은 주목받은 아이리버는 지난해 10월 하이파이 오디오 플레이어 ‘아스텔앤컨’을 선보였다. CD보다 500~1천배 음질이 뛰어난 마스터링 퀄리티 사운드(MQS) 파일을 플레이 할 수 있는 제품으로 70만원대에 출시됐다. 이 제품은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3개월 만에 1만5천대가 판매됐다.
'AK유저'라는 이름으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사용자 커뮤니티 회원은 8천명에 육박한다. 아이리버는 휴대용 하이파이 오디오에 대한 수요를 확인하고 올해 5월 후속작 AK120를 오히려 두배 가량 더 비싼 148만원에 출시했다.휴대용 하이파이 오디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아웃도어용 고가 헤드폰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독일 음향전문 업체 젠하이저는 지난해 10월 50만원 대 하이엔드 헤드폰 ‘모멘텀’을 선보였다. 모멘텀은 강력한 네오디뮴 자석을 탑재해 풍부하고 섬세한 스테레오 사운드를 제공하며 음 왜곡도는 0.5%이하로 낮춰 선명함 소리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멘텀이 인기를 얻는 이유로 고급스러운 디자인도 한 몫한다. 헤어밴드와 이어패드에는 명품 브랜드 멀버리와 동일한 고품질의 소가죽을 사용했고 특유의 깔끔한 디자인으로 세련미를 더했다. 모멘텀은 출시 이후부터 음악애호가들 사이에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꼽히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4월에는 블랙컬러로 제품을 새롭게 출시했다.스마트폰에 밀려 콤팩트 카메라의 인기가 시들해졌다지만 소니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콤팩트카메라 RX1은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무게가 482g으로 가벼우면서 콤팩트 카메라 최초로 35mm 풀프레임 2,430만 화소 엑스모어(Exmor) CMOS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화질과 휴대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렌즈 역시 독일 명품 ‘칼자이스 조나 T 35mm F2’를 채택했다. 화려한 사양으로 ‘괴물 똑딱이’라는 애칭까지 얻은 RX1의 가격은 349만원으로 일반 똑딱이 카메라의 10배가 넘지만 지난해 11월 현장 판매 당시 1시간 만에 한정 수량 100대가 모두 팔릴 만큼 마니아들의 반응은 뜨겁다. 소니는 최근 후속작 RX1R을 해외시장에서 공개했다. 소니 관계자는 아직 국내 출시 일정은 물론 여부도 결정된 바 없지만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제품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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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원 대 초고가 키보드도 '키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다. 명품 키보드라 불리는 '토프레 리얼포스 87u'는 뛰어난 키감으로 확실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남다른 키감은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설계 덕분이다. 전극이 접하지 않고 일정 수준만 눌러져도 키 입력이 되기 때문에 얕은 키 입력에도 반응해 키감이 경쾌하다는 것이 사용자들의 평이다.
지난 2009년 이전 모델인 '리얼포스87'은 하루 동안 진행한 예약 판매에서 200세트가 판매되는 높은 호응을 받았다. 2012년 출시한 후속작 리얼포스87u도 ‘궁극의 키감’, ‘악마의 키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업계관계자는 “마니아층이 확실한 제품은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다른 데 쓸 돈을 아껴서라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불황을 덜 탄다”며 “이런 마니아 제품은 사용하다가 중고로 판매할 때도 거의 가격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구매에 망설임이 없다는 점도 인기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