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2인자 “똑똑한 여성들 다 어디에...”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연세대 강연

일반입력 :2013/07/03 20:19    수정: 2013/07/04 10:10

전하나 기자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회에 진출했을 때 직장 내 절반은 여성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직급이 올라가면서 같은 연배의 여성 동료는 점점 사라져갔다. 마침내 고위급 간부 자리까지 오르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회의 자리에서 여성은 혼자 뿐인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생각했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성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셰릴 샌드버그 COO가 지난 4월 펴낸 책 <린 인 : Lean In>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는 이 책에서 여성과 일, 그리고 리더십에 대한 자신의 삶과 생각을 진솔하게 말한다.

3일 <린 인> 한국어 번역판 출간을 기념해 방한, 서울 신촌 연세대 강연에 나선 샌드버그는 한국 대학생들에게 ‘도전’을 강조했다. 여성이 과소평가되는 사회, 여성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이날 “미국에서 여성의 대학 졸업률이 남성을 넘어선 지 30년이 넘었지만 정부와 산업계를 주도하는 리더는 대부분 남성”이라며 “이는 미국 뿐 아니라 대통령이 여성인 한국에서도, 또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 현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샌드버그는 자신이 구글 재직 시절 임신 후 입덧이 심해 매일 아침 변기에 머리를 박고 구토하다 출근하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간신히 회사에 도착했는데 주차장으로부터 사무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매번 뛰었다”며 “다음날 곧바로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사무실을 찾아가 임신부 전용 주차 공간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곧바로 사과하며 조치해줬지만 내가 임원이 아니었다면 그런 얘기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그들도 그런 고충을 전혀 알 수 없었을 거라는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때부터 샌드버그는 여성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기 시작했다. 2010년 그가 ‘왜 여성 리더는 소수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한 TED 영상은 조회수 200만을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샌드버그는 “남성은 항상 리더가 돼야 하고 여성들은 가정적이고 희생적이며 돌봄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트려야 한다”며 “무엇보다 이런 고정관념을 여성들이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책적 변화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개인의 내면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주변의 격려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어에 ‘나댄다’는 말이 있다던데 제 생각에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이 쓸 것 같다”며 “오늘 이 자리에 온 분들이라면 앞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여성을 만났을 때 절대로 나댄다고 하지 말고 그 자신감을 칭찬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모든 사람이 제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저는 분명히 더 많은 여성이 리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성들이 더 많이 리더가 되면 그것이 규범이 되고 나아가 리더가 되는 여성을 배척하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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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 샌드버그는 실리콘밸리의 프리마돈나로 불린다. 2012년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2위에 올랐다.

이날 연세대 대강당은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몰려든 1천300여명의 학생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강연 시작 한시간 전부터 입장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학생들은 50분가량 되는 강연 시간 내내 샌드버그에게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샌드버그도 청중을 향해 ‘린인(움츠리지 말고 나와라)’이라고 외치며 질문을 이끌어내는 등 적극적으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