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지인들의 소식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것으로 사람 사이를 이어준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도 개인에게는 딱히 친절한 공간이 아니었다. 과거에 올린 사진이나 글을 찾으려면 한참을 헤매야 했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페이스북 개발자들은 정해진 시간에 개발 프로그램을 짜는 ‘해커톤(Hackathon)’을 진행했다. 몇 명이 모여 단 하루 밤샘 코딩을 한 끝에 ‘메모리즈(Memories)’라는 프로토타입이 완성됐다. 사용자들의 일상을 연도별로 나눠 기록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런데 내부 실험용으로 만들어졌던 이 기능이 실수로 5분 동안 외부에 공개되고 말았다. 그 짧은 시간 메모리즈를 발견한 사람들은 열광하는 반응들을 쏟아냈다.
서칸 피안티노 페이스북 리드 엔지니어㉙가 밝힌 ‘타임라인(Timeline)’의 탄생 비화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첫 커버 화면으로 대형 사진을 넣고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게시글을 강조하거나 숨기는 등 자유롭게 편집하는 방식이다. 소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함으로써 어떤 음악을 듣고 무슨 취미를 갖고 있으며 배우 누구를 좋아하는지에 관해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칸 피안티노는 이 개발을 주도했다. 지난 14일 기자와 만난 피안티노는 “사람들이 실수로 공개된 프로토타입에 흥분하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며 “타임라인은 단순히 한 가지 기능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방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타임라인에 앞서 ‘뉴스피드(News Feed)’도 만들었다. 사실 뉴스피드를 도입하기 전의 페이스북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의 소식을 시간 순으로 나열해 한눈에 보여주는 뉴스피드가 어느덧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공고히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이스북도 뉴스피드 적용 이전에는 주변 사람들의 소식을 알기 위해 일일이 친구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운 구조였다. 피안티노는 “뉴스피드는 사용자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받아보는 개인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뉴스피드는 출시 이후 6개월마다 큰 업데이트를 계속 해왔다”고도 강조했다. 또 “이는 소규모의 팀체제로 빠르게 움직이는 페이스북의 기풍에 기인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페이스북 사훈은 ‘두려움 없이 행동하고 빨리 실행하자’는 뜻의 ‘해커웨이(Hacker Way)’다. 이 말은 페이스북 회사 주소에도 쓰여 있을 정도로 중요시된다. 해커 정신으로 무장한 페이스북 개발자들은 마치 마라톤을 하듯 정해진 시간에 프로그램을 짜는 일에 익숙하다. 피안티노는 “페이스북에선 프리젠테이션을 할 필요가 없이 그냥 코드를 짜면 된다”고 했다. ‘빨리 움직이고 부숴라(Move fast and break things)’ ‘기술이 논쟁을 이긴다(Codes win argument)’ 등이 이를 대변하는 구호다.
그는 “다른 회사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회의실에서 나가면 일단 다시 하던 업무로 복귀하는데, 페이스북은 다르다. 곧바로 최대 6개월의 시한을 잡고 제품 개발에 착수한다”는 예화를 들려줬다.
이런 해커 문화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것 중 또 하나가 ‘좋아요(Like)’ 버튼이다. 하루 밤샘 해커톤으로 만들어진 이 기능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공감을 나타내는 소통 양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체 회사의 모든 제품 주기와 조직 구조가 이처럼 기술에 근거해 결정되다 보니 페이스북에서 개발자는 ‘슈퍼스타’ 대우를 받는다. 페이스북 초창기 외부에서 고용한 대기업 출신의 새로운 인사 담당자가 내부 개발자와 갈등을 빚자 마크 저커버그 CEO가 단번에 그를 해고한 일화는 유명하다.
피안티노는 개발자가 대접받는 문화가 곧 페이스북을 움직이는 동력이라고 이야기했다. “개발자들은 무언가를 만들어서 이를 재빠르게 배포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얻어내는 것에 고무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페이스북의 출발 자체가 하버드대학에서 자신의 친구들이 즐기는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희열이었듯, 지금도 주변 사람들이 직접 쓰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기쁨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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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는 30분간 1억6천만건 게시글과 50억건의 메시지가 생성된다. 하루에 올라오는 사진과 동영상은 각각 3억장, 100페타바이트(PB)에 이른다. 최근 월 사용자수는 10억명을 넘어섰다.
피안티노는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연결됐고, 세상이 좀 더 열린 곳으로 바뀌었다”고 믿었다. 주가 하락과 SNS 거품론에도 흔들리지 않고 페이스북이 해커웨이를 주창하는 이유다. 그는 “우리가 그동안 개발했던 기술은 결국 사람을 담은 것이며 앞으로도 사람을 위해 진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