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원 갤럭시S3 잡으려다 1천원짜리 불렀다”
장장 66일에 걸친 이동통신3사의 영업정지가 13일 끝났다. 소위 ‘빙하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은 보기 좋게 뒤집어졌다.
이 기간 동안 통신시장은 영업정지가 행정제재가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불타올랐다. 기기당 보조금이 100만원까지 올라가는가 하면 최신폰, 구형폰 가리지 않는 무차별 보조금 살포가 열기를 더했다. 수차례에 걸친 방송통신위원회의 경고조차 소용이 없었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전체 번호이동 건수(자사 번호이동 미포함)는 각각 100만8천36명, 84만6천997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3만2천명이 이통사를 옮긴 셈이다. 심지어 1월, 2월은 전통적인 이통시장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번호이동은 시장 과열의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수치다. 방통위는 하루 평균 번호이동 건수가 2만4천건을 넘어갈 경우 과열 상태로 판단한다. 영업정지 기간 중에도 시장 과열은 여전했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업정지로 인해 이통사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던 증권가 전망도 무색해졌다. 오히려 ‘17만원 갤S3 대란’이 있었던 지난해 4분기보다 마케팅비 지출이 늘어났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영업정지 덕분에 통신3사의 1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으나, 1~2월 역대 최대 번호이동 때문에 마케팅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감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17만원이 1천원으로…영업정지 역효과
통신업계에서는 영업정지가 오히려 보조금 경쟁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냈다고 분석한다. 이통사들은 경쟁사의 번호이동 영업이 금지된 틈을 타 저마다 가입자 끌어오기에 안간힘이었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순차적으로 시행되는 영업정지의 특성상, 이통사들이 자사 영업정지 기간을 전후로 잃었던 가입자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 치열해졌다”며 “이 기간 동안 오히려 전반적인 경쟁강도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1월 7일부터 시작된 LG유플러스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일평균 번호이동 건수는 2만9천440건이었으며, 같은 달 31일부터 시작된 SK텔레콤의 경우 2만5천193건이었다. 13일까지 계속된 KT 영업정지 기간 동안에는 번호이동이 더욱 늘어나 평균 3만8천건에 달했다.
아울러 지난해 9월 보조금 경쟁 대란 당시 17만원(온라인 번호이동 기준)이었던 갤럭시S3 가격은 영업정지 기간 중에 오히려 13만원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지난 6일 새벽 온라인에서는 1천원짜리 갤럭시S3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옵티머스G 프로, 베가 넘버6 등 신제품도 과다 보조금으로 인한 ‘버스폰’ 신세를 피해갈 순 없었다. 일선 대리점에서는 “스마트폰을 사려면 영업정지 기간이 기회”라는 말이 공공연했다.
이현석 KT 세일즈기획단장 상무는 “지금 무선통신시장은 규제가 통하지 않는 공황상태나 다름없다”며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초저가 가격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조금 규제 현실화 요구↑…추가제재 수위는
시장에서는 보조금 규제 현실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LTE폰이 확산되면서 단말기 출고가가 천정부지로 높아지면서 27만원으로 정해진 보조금 상한선을 지키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만약 출고가를 그대로 놔두고 보조금만 줄일 경우 소비자가 비싼 단말기 대금을 고스란히 부담할 수밖에 없다.
규제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쟁사가 과다 보조금을 투입하면, 시장 대응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보조금 수준을 올릴 수밖에 없는 현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과열 주도 사업자를 지금처럼 어느 통신사의 위반율이 높은가로 가리는 것이 아니라, 최초로 과도한 보조금을 투입한 통신사를 찾아내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청와대까지 과다 보조금에 대한 제재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청와대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휴대폰 보조금 문제를 논의, 대변인이 브리핑까지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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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최근 이동통신3사의 단말기 보조금 과다 지급이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며 “이동통신 시장과열에 따른 제재 및 제도 개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통3사에 대한 추가제재 조치를 의결할 예정이다. 다만 영업정지가 시장안정화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해 추가 과징금, 영업정지 기간 연장 등의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