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자산관리(SAM)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와는 무관할까. 개념적으로는 상충하지만, SW를 쓰는 기업 입장에선 떼어놓기 어려운 관계다.
일단 SAM란 기업이나 조직이 SW를 도입, 사용, 폐기하는 전 단계를 관리하는 활동이다. 사용현황을 조사하고 배포를 지원하면서 수요예측과 효율적인 계약조건을 연구해 구매를 최적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게 목적이다.
해당 산출물은 미국서 지난 2006년 발효된 사베인스-옥슬리법에 따라 감사나 인수합병(M&A)에 필요한 투명회계 입증 요건으로도 쓰인다. SW연합(BSA)과 한국SW저작권협회(SPC)같은 상용SW보호단체가 SAM를 강조하는 추세다.
SAM 관점에서 볼 때 오픈소스SW는 라이선스를 사고 파는 상용SW와 달리 자산가치가 없다. 이론상 오픈소스SW를 SAM 방식으로 '관리'가 가능하지만 굳이 그럴 이유를 만들기는 어렵단 얘기다.
14일 SPC 관계자도 SAM 범위는 기업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 그 조직이 오픈소스SW를 관리대상에 포함하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도 기업 동향에 오픈소스SW까지 SAM의 범주로 다루는 사례는 아직 없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오픈소스SW가 SAM 관리 대상에 들진 않지만, 그 라이선스에 따른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관점이 존재한다. 이는 '임직원의 SW사용을 통제한다'는 SAM 범주를 벗어나 기업내 SW관련 활동에 대한 리스크관리 문제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오픈소스SW를 통해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례가 흔하다. 그런데 해당 SW가 어떤 라이선스로 지정돼 있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물을 외부에 공개해야 할 수도 있고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도 있다.
즉 오픈소스SW에 기반한 제품이나 기술이 해당 기업에게 자산화될 수 있는지 여부를 그 라이선스 체계가 좌우한다. GPL이나 LGPL같은 라이선스는 대부분 파생된 기술도 완전 공개하도록 하는 단서조건이 붙는다. 활용시 자산화할 수 없는 대표적인 오픈소스 라이선스다.
오픈소스SW의 저작권관리 솔루션을 공급하는 블랙덕소프트웨어코리아의 김병선 대표는 오픈소스SW 자체는 기업의 자산이 아니지만, 컴포넌트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SW나 그에 기반한 제품을 상용화한 기업의 자산가치를 평가시 핵심 고려대상이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상용화된 디지털TV 셋톱박스 플랫폼 50% 이상이 오픈소스SW를 활용한 것이라고 한다. 구글 안드로이드 역시 80%는 오픈소스 코드로 구성돼 있으며 애플의 아이폰조차 50% 정도는 오픈소스다.
이처럼 기업들은 완전히 새로운 SW를 만들기보단 기성 오픈소스SW 가운데 제품화 가능한 기술을 찾음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추세다. 이 때 해당 SW의 라이선스에 그 결과물을 완전 공개해야 한다는 제약이 없어야만 '자산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판단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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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국내 한 대기업이 디지털TV 셋톱박스(STB)를 만들어 수출했는데 한 덴마크 유통업체에서 그 구성요소인 SW 소스코드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알고 보니 GPL 기술을 활용했던 건데, 공개할 범위가 그 기업 입장에선 중대자산인 영업비밀에 해당돼 결국 권리자에게 별도 보상후 합의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외서는 기업간 인수합병시 자산가치평가의 일환으로 SAM를 적용하게 되는데, 이 때 기업내부에 일반 목적으로 쓰던 오픈소스SW 자체의 자산가치는 걷어내게 된다. 앞선 사례처럼 오픈소스SW를 기반으로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한 경우 그 가치를 판정하는 쪽에 관심을 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