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혁신기술 ‘FPR-IPS’ 빛났다

일반입력 :2013/01/22 11:01    수정: 2013/01/22 11:08

정현정 기자

지난 2010년 12월,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베이징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편광필름패턴(FPR) 방식 3D 패널 신제품을 선보였다. 당시까지 삼성전자와 소니 등이 주도하는 셔터글라스(SG) 방식 3D가 대세로 통하던 시기였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를 비롯해 미국 비지오, 필립스, 중국 하이센스, TCL, 하이얼, 창홍 등 중국 고객사들을 직접 설득하면서 우군 만들기에 나섰고 서서히 시장 판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안경 상에서 입체영상을 구현하기 때문에 눈이 쉽게 피로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셔터글라스 방식의 단점을 정면으로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부터는 미국과 중국에서 FPR 방식 3D TV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고해상도·광시야각 액정표시장치(LCD) 구현 기술로 IPS(In Plane Switching)와 VA(Vertical Alignment)가 대립각을 세울 때에도 LG디스플레이는 나홀로 IPS 편에 섰다. VA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LG디스플레이는 IPS 방식의 품질을 고수했다. 그 결과 애플 아이폰4를 기점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 IPS를 계승, 발전시킨 AH-IPS 방식이 대세로 등극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독자개발한 WRGB 방식의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화질과 두께 등에서 평론가들로부터 판정승을 거뒀다. 대형화 구현에 이점과 가격경쟁력, 생산성 등을 모두 고려한 선택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남들과 다르더라도 소비자에게 필요한 기술, 기술을 위한 기술을 지양하는 대신 고객가치를 중심에 둔 기술개발을 ‘혁신기술’이라는 화두로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의 초고해상도 시대를 연 AH-IPS, 3D TV 시장 판도를 바꾼 FPR 3D, 세상에 없었던 해상도를 구현한 UHD TV, 미래 디스플레이를 현실화한 WRGB OLED 기술 등이 혁신기술을 통해 업계 지도를 바꿔왔던 사례다.■FPR=3D TV 대세

FPR 3D 제품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중국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FPR 3D는 올 4분기에는 셔터글래스(SG) 3D TV 방식을 넘어서 세계 3D TV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서치와 Gfk에 따르면 지난 2011년 3월과 4월 각각 제품이 출시된 미국과 유럽에서 FPR 방식 3D TV 점유율은 올해 10월 말 기준 점유율 각각 54%와 35%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올뷰컨설팅(AVC)에 따르면 FPR 3D 신제품이 출시된 2011년 1월 4%에 불과했던 FPR 3D 점유율은 춘절 연휴 기간 동안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해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48%에 이르고 있다.

일본 3D TV 시장에서도 FPR 3D 돌풍이 예상된다. FPR 3D 진영에 이미 합류한 도시바, 소니 외에도 주요 TV 업체들이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성이 강한 일본 TV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시장점유율 10위 안에 진입한 LG전자도 올해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전문가들의 지지도 이어지고 있다. FPR 방식은 미국의 권위있는 소비자 잡지인 컨슈머 리포트의 3D TV 비교평가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등 다수의 전문가 및 소비자 비교평가를 통해 인정받았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27회 하이비그랑프리(HiViGrandPrix)에서 한국기업 최초로 기술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지럼증과 어두운 3D 화면, 무겁고 높은 가격의 전자 안경 등 셔터글라스 방식의 문제점을 해소한 기술로 주목받았다.

■광시야각 LCD의 백미 ‘AH-IPS’

초창기 LCD 시장만 해도 시야각을 넓게 하는 액정 기술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LCD 산업이 모니터 및 TV 분야로 확대되면서 화면사이즈가 커지고 여러 각도에서 시청이 가능한 광시야각 기술이 LCD 제조의 핵심기술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광시야각 LCD 구현 기술로는 VA와 IPS가 대척점에 섰다. 말그대로 VA는 액정을 수직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고 IPS는 액정을 수평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다. 당시 샤프, 삼성, AU옵트로닉스(AUO) 등 대다수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구현이 비교적 쉬운 VA 진영에 섰지만 LG디스플레이는 1999년 22인치 IPS를 개발해 첫 선을 보이는 등 나홀로 IPS 방식을 고수해 왔다.

IPS는 시야각과 측면 시인성이 우수하고 터치 시에도 빠른 복원력을 가지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용화하기에는 어려운 기술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액정 분자 배열부터 이를 구동하는 기술, 양산 수율까지 난관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LG디스플레이는 고객가치 차원에서 기술에 접근했다. 당장의 개발 난관에 봉착하더라도 LCD에서의 궁극적인 광시야각 기술은 IPS라는 판단에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999년 22인치 IPS 패널을 개발해 첫 선을 보였다. 이후 대형 IPS 패널에 이어 태블릿용 패널 개발까지 성공하면서 IPS 패널이 시장의 대세로 떠올랐다. 이후 등장한 모바일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IPS가 바로 AH-IPS(Advanced High Performance-IPS)다.

AH-IPS 기술은 이러한 IPS 기술을 한 단계 더 응용 발전시킨 것으로 LCD 액정 분자의 수평 전계와 수직 전계를 동시에 이용해 액정을 구동하는 기술이다. 애플이 2010년 아이폰4부터 AH-IPS를 적용한 LCD 패널을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으로 채택하면서 AH-IPS는 모바일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세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제 IPS는 LG디스플레이의 또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할 만큼 이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UHD-WRGB OLED’로 간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해외 전시회 등을 통해 풀HD(1920x1080)보다 4배 선명한 세계최고 해상도(3840X2160)의 84인치 울트라 HD(Ultra High Definition) 제품을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울트라 HD의 화소수는 830만개로 풀HD(207만개)의 4배 수준이다. 60인치 이상 초대형 화면에서 FHD급 TV에는 곡선을 표현할 때 간혹 꺾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울트라 HD는 이 같은 현상 없이 유려하고 부드러운 화질을 보여줄 수 있다.

이 같은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9월 LG전자는 84인치 울트라 HD패널 시장 출시를 선언해 본격적인 울트라 HD시대의 개막을 알렸고 지난 IFA에서도 각국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84인치 울트라 HD를 선보이면서 울트라 HD시대에 동참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 분야에서도 혁신기술을 이어가고 있다. 독자기술인 WRGB OLED 기술이 적용된 LG전자 55인치 3D OLED TV는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2에서 양산형 모델로 처음 선보인 이후 새해 시작과 함께 세계 최초로 판매를 시작했다.

평론가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 미국 IT 전문 매체 씨넷은 LG전자 OLED TV를 베스트 오브 CES(Best of CES)와 베스트 오브 쇼(Best of Show)로 선정했다. 미국의 유명 IT 전문 블로그 테크노버팔로와 미국 소비자 제품 분야 최고 권위지인 파풀러메카닉스도 LG의 OLED TV를 각각 CES의 최고 제품(Best of CES Award)과 편집실 선정 최고 제품(Editor's Choice)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6월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전시회에서도 55인치 풀HD 3D OLED TV용 WRGB OLED패널이 최고제품(Best in Show)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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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의 WRGB OLED는 백적녹청(W,R,G,B)의 4개의 서브 픽셀로 색상을 구현해 소비전력이 낮고 수명이 길며 블랙 및 블루 색상표현에 강점을 가진다. 또 현재까지 개발된 OLED 기술 중 8세대 기판을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도 55인치 패널 6개를 8세대 기판으로 한 번에 제작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RGB 방식과 비교해도 증착 관련 불량이 현저히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조기에 높은 수율을 통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가능하다는 점이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혜택”이라며 “LTPS와 RGB 방식을 조합한 기술이 이론적으로는 좋을 수도 있겠지만 기술을 위한 기술을 지양하고 고객가치 실현을 위한 방향을 고민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