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미해결…해 넘기는 지상파 재송신

일반입력 :2012/12/28 14:32    수정: 2012/12/28 14:56

전하나 기자

3년째 제자리걸음인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안이 결국 또 해를 넘긴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간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면서 시청자들은 블랙아웃 사태에 대한 공포를 떨치지 못하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8일 개최한 올해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안에 관한 안건을 의결하지 못했다. 방통위는 당초 이날 유료방송에 대한 지상파 무료 의무재송신 범위를 KBS2까지 포함하는 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결국 상임위원들간의 이견차로 결론을 유보했다.

KBS2 의무재송신에 찬성 입장인 김충식 부위원장은 “지난 2002년 KBS도 KBS2가 의무재송신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고 국가방송 및 재난방송의 위상이 그때와 지금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KBS가 재송신료를 받는 것은 교육대학이 학원 세워서 사교육비까지 받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양문석 위원은 “블랙아웃 1차적 책임은 수신환경에 있고 수신료 현실화 해결 없는 의무재송신은 재원에 흠을 내는 것”이라며 “블랙아웃 문제 소지가 있는 채널 하나 줄이자고 9%도 안되는 지상파 직수신 플랫폼의 존폐를 흔드는 건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홍성규 위원도 “KBS2가 의무재송신에 포함되면 재정 악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올해 KBS 적자가 400억원으로 예상되는데 더 나빠지면 수신환경 개선이나 콘텐츠 제작이 힘들게 된다”고 양 위원 의견에 힘을 실었다. 또 “의무재송신이 되더라도 수신료 인상 문제가 함께 논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김충식 위원이 “수신료 문제 해결이 선행되긴 힘들며 의무재송신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수신료 인상 논의도 빨라질 것”이라며 재반론을 펼쳤다.

김대희 위원도 “지상파 재송신을 수년째 논의 중인데 앞으로도 블랙아웃 가능성도 없지 않고 그런 차원서 결론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어쨌든 공영방송은 정의 따라 다르겠지만 대가 산정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고, 가능한 재송신범위 설정부터 합의하는 게 맞지 않나”고 했다.

위원들간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자 이계철 위원장은 “이번 안건은 다수결 처리가 안되니 상당기간 둬서 다시 의논하는 게 좋겠다”며 의결 자체를 보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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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자들은 법적 공방을 치르고 있다. 지상파3사는 티브로드, 현대HCN, CMB 등 재송신 미합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3사에 디지털 케이블 신규 가입자에 대한 지상파 재송신 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주에는 SBS가 KT스카이라이프에 새해 1월1일부터 수도권 HD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지상파가 요구한 대가산정에 합의한 IPTV 3사, CJ헬로비전도 올해 말에서 내년 초면 계약한 만료돼 정부차원의 제도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방통위는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안 완성을 위해 홍성규 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지상파 재송신 특별위원회’를 설립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