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결산]아날로그 방송, 역사속으로

일반입력 :2012/12/28 12:48    수정: 2012/12/28 14:10

전하나 기자

올해도 방송계는 다사다난했다. ‘접시 없는 위성방송(DCS)’으로 유료방송 사업자간 갈등이 끝내 표면 위로 드러났고,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과 방송법 시행령 개정 지연 등이 산업 발전 논의를 가로막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수년간 홍보해온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가 목전이다. 현재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별 탈 없이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했고 수도권은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는 사이 지난해 출범부터 특혜 시비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종합편성채널은 개국 1주년을 맞았다.

■아듀, 아날로그 방송

오는 31일 새벽 4시, 지상파 아날로그방송이 전면 종료된다. 2008년 6월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방송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4년 만이다. 2010년 9월1일 울진을 시작으로 아날로그방송이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종료돼 지금은 수도권만 남아 있는 상태다.

아날로그방송 종료는 우리나라 최초의 TV방송이 시작된 지 56년 만에 도입된 컬러 방송 이후 가장 큰 변화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송 모두 송출했던 방식이 이제 디지털로만 통한다.

물론 케이블·위성·IPTV 등 유료방송 시청 가구는 디지털 전환이 의무가 아닌 만큼 계속 아날로그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국내가구 중 90% 이상이 현재 케이블방송, 위성 TV 등 다양한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유료방송에 대한 디지털 전환이 과제로 남았다. 하지만 디지털TV 구입이나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셋톱박스 설치에는 추가 비용이 들어 저소득층의 디지털 전환을 막는다. 정부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보급 확산에 나선 ‘클리어쾀’은 셋톱박스 없이 유료방송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안으로 꼽힌다.

■신종 기술이냐, 변종 상품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올 한해 유료방송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는 ‘접시없는 방송(DCS)’이었다. DCS는 위성방송 신호를 KT지국에서 받아 이를 유선인터넷망으로 가입자에게 전송하는 공동수신 방식을 말한다.

KT스카이라이프측은 해당 서비스가 “위성망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방통융합 기술”이라며 “위성 직접 수순이 불가능한 도시 음영지역의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쟁업계인 케이블TV 진영은 “위성방송이 엄연히 인공위성의 송신설비 등을 이용한 무선통신업무로 규정돼 있는데도 유선 IP패킷으로 변환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는 방송법, 전파법, IPTV법상 위성방송 역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양측의 첨예한 갈등이 두 달 넘게 이어지던 때, 방통위가 DCS 서비스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일단은 케이블TV업계가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곧이어 “다양한 융합상품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 제2의 DCS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방통위는 이후 방송제도 연구반을 꾸리고 DCS 허용여부를 검토해왔으나 좁혀지지 않는 이견차로 결국 연내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상황은 그간 고시 개정만을 고집하던 스카이라이프 측이 시행령 개정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DCS 허용안은 다음달 초 방송제도연구반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TV는 블랙아웃, 시청권은 화이트아웃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은 방통위 출범 당시부터 업계의 해묵은 이슈였다. 방송의 블랙아웃 사태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사업자간 분쟁 뿐 아니라 소비자 권익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정치권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확인감사에서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과 관련해 11월 중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올해가 다 지나가도록 여전히 제도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유료방송사들에게 가입자당 280원을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들은 대가가 너무 비싸다며 반발한다. 결국 이들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올 초에는 결국 KBS2의 재송신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도 방통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자들은 법적 공방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SBS가 KT스카이라이프에 새해 1월1일부터 수도권 HD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지상파방송 3사는 이미 티브로드, 현대HCN, CMB 등 재송신 미합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3사에 디지털 케이블 신규 가입자에 대한 지상파 재송신 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IPTV 3사, CJ헬로비전 등 케이블TV방송사업자의 재전송 계약도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만료돼 지상파 재전송 갈등은 계속 불붙을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차원의 제도개선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방송 중단 사태 재현은 불가피하다. 업계에선 정부가 나서 대가 산정 기준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려한 데뷔, 초라한 성적표

이달 초 종합편성채널(종편)이 개국 1주년을 맞았다.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1년이 지나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다. 0%대 시청률에 광고 매출은 한 곳당 한 달 30억~40억원에 그쳤다. 방송 콘텐츠가 풍부해지기는 커녕 재방송 비율이 50%를 넘었다.

재정난에 빠진 종편은 결국 유선방송사업자(SO)들에게 돈을 걷을 묘안을 짜냈다. 수신료를 챙길 심산인 것이다. MSO들은 종편들이 지상파와 가까운 14~20번대의 황금채널과 의무전송 등 지상파 방송에 버금가는 특혜를 받은 만큼 따로 수신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몇몇 개별 SO들은 힘의 논리에 밀려 수신료를 제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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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비해 특혜를 받는 종편이 수신료까지 받는다면 다른 PP들에게 돌아갈 수신료의 몫이 줄어든다. 수입의 30%가량을 수신료로 지불하고 있는 SO들의 입지도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종편이 수신료를 받으려면 의무전송채널을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통위는 아직까지 수신료 지급 문제는 사업자 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