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헤게모니를 좌우할 지도서비스를 놓고 구글과 애플이 전쟁을 치를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미 그 싸움은 오래된 얘기며 구글의 승리로 끝날 게 확실하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한 미국 경제전문지는 11일(현지시각) 영국 방송사 BBC가 인터넷판에 게재한 구글과 애플 지도서비스 전쟁을 주제로 다룬 기사를 훌륭한 내용이라 칭찬하면서도 그 전쟁은 이전부터 벌어졌고 애플은 졌다며 그 시점은 구글 지도서비스를 (iOS6부터) 통합하지 않기로 했을 때라고 반박했다.
인용된 BBC 보도는 이번주 구글과 애플간 스마트폰 싸움의 포성이 검색공룡의 지도 기술이 최신 iOS 운영체제로 갈아탈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맵 애플리케이션에서 배제됐을 때 울렸다고 묘사했다.
그에 대한 반박은 애플이 직접 제공할 지도서비스와는 비교도 안 되는 품질로 구글 맵이 서비스돼왔다는 것이다. 여기엔 애플이 iOS6에서 자체 지도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용화직후 '자폭'임을 깨닫고 다시 기존처럼 구글 지도를 탑재하기 위해 협상테이블에 앉을 거라는 전망도 포함돼 있다.
설마 자사 제품의 완성도와 품질에 결벽적 신중함을 기울여온 애플이 직접 마련한 지도 서비스를 걷어내고 구글로 복귀할까 싶기도 하다. 이같은 의심을 지워줄만한 근거로 애플이 갖춘 지도서비스 역량의 한계, 제휴업체의 문제 등이 꼽힌다.
우선 애플이 제공할 지도 앱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사이에 사들인 벤처업체 3곳의 기술에 기반한다. 다만 주된 위치데이터는 위성기반 내비게이션 제조업체 '톰톰'에게 라이선스한 것을 쓴다.
여기서 위성 내비게이션 업체로 성장해온 톰톰과 손잡았다는 게 첫째 문제로 꼽혔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톰톰이 이제 막 위성내비게이션업체에서 지도데이터 서비스업체로 변신을 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서비스 완성도가 구글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구글과의 싸움에서 애플에게 관건은 사용자 위치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지형 자료를 불러들이는 속도, 그리고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 휴대폰 기술과의 연계성이다.
한마디로 애플은 구글에 맞서기 적절한 파트너와 손잡지 못했단 얘기다. 물론 애플의 팬이라면 애플이 처한 상황에 알맞은 선택이었을 수 있다. 특히 구글 지도를 걷어내기로 한 결정은 뚜렷한 타격을 줄만한 움직임으로 비친다. 그러나 그로 인한 구글의 손실은 단기간에 광고매출로 메울 수 있을만큼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구글이 지도서비스 자체에 얼마나 엄청난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지가 애플의 패배를 짐작케한다. BBC를 인용한 해당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디지털 지도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도로표지판, 속도제한표시, 주소, 교차로의 정방향, 그밖에 현실세계의 지도에 맞먹는 경험을 제공할만큼 상세한 데이터수집에 갖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묘사된다.
더불어 회사는 수집한 데이터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기 전에 각 지역별로 정보 오류가 없는지 사람이 직접 검수과정을 거친다. 이는 구글지도 데이터를 수집하는 31개국가에 공통된 얘기다. 그 품질은 구글 지도를 쓰는 사용자들의 동선과 맞물려 더 정교해진다. 애플도 오픈스트리트맵(OSM)이라는 사용자 참여형 지도데이터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것만으로 구글 흉내를 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밖에 애플이 곧 구글지도를 뺀 것을 후회할만한 작은 단서는 모바일 기기용 지도서비스의 주 사용자층이 누구냐를 통해 도출된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같은 모바일지도는 인구밀도가 비교적 높은 도심의 청장년층 세대가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이 애호하는 기능가운데 하나는 실시간 운행 및 도착정보같은 대중교통정보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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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지역 거주자나 출퇴근자들은 구글트랜싯데이터피드(GTDF)같은 서비스가 주는 데이터를 유용하게 쓸 것으로 보인다. 이 실시간 교통정보는 특정 경로를 자가용 없이 이동해야할 때 버스와 지하철을 혼합한 경로추천 등으로 요긴하게 쓰인다. 그런데 애플은 구글맵에 등을 돌렸기 때문에 GTDF를 제공할 수 없다.
애플이 여러 약점과 한계에도 자체 지도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손놓고 있진 않을 듯하다. 버스나 지하철 탈 때 쓰는 기능은 작은 일부분일 수도 있다. 다만 애플이 구글맵을 대신하기에 아깝잖을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