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상반기 첫선을 보인 OSX '마운틴라이언'을 지난달 정식 판매하면서 그 개발주기, 주요 기능, 사용자 환경 등을 더욱 iOS에 가깝게 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세계 모바일 플랫폼 흐름을 이끌며 기존 PC 운영체제(OS) 확산전략에도 속도를 내려는 모습이다.
회사는 iOS의 장점을 맥 PC로 가져오는 게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라 판단하고 있다. 애플의 PC와 모바일기기는 얼마나 더 닮아갈까. 업계가 1개월 뒤로 관측하는 차세대 아이폰과 iOS6 출시에 앞서 갓 드러난 OSX 최신 플랫폼 현주소를 짚어 본다.
OSX 10.8 마운틴라이언은 애플이 최근 출시한 메이저 데스크톱 OS다. 여기서 회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생태계를 데스크톱에 도입하는 실험이 현재진행형이다. 애플은 마운틴라이언을 기본탑재한 PC 이외에 그 배포를 순수 온라인다운로드판매(ESD)방식에만 의존했던 것이다. 업계는 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지만 회사측의 자체 평가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분석된다.
우선 애플은 기존 129달러대 패키지 가격을 낮춰 OSX 10.6 '스노우레퍼드'땐 29달러로, 마운틴라이언은 19달러로 팔았다. 더불어 마운틴라이언 소개 전날인 지난 6월11일 이후 새 맥PC를 구입한 사용자에겐 공짜 업그레이드를 제공했다. 오프라인판매가 배제돼 적극적인 가격인하를 실현한 셈이다. 덕분에 출시 4일만인 지난달말 기준 300만 다운로드를 넘겨 역대 메이저판 가운데 가장 빨리 퍼졌다.
■앱스토어 배포-최신 플랫폼 유지
최신판 OS를 빨리 확산시키는 게 개발사 입장에서 대단히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회사뿐아니라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주요 기술 업데이트와 기존 사용자 지원에 따른 제약 사이에서 갈등하고 줄타기할 여지를 최소화해야돼서다.
애플 전략은 모바일에서 단일 플랫폼이란 상징성을 유지해 외부 개발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의 키우는 전략을 데스크톱 영역에 재현하려는 것이다. 특히 그 출시 일정도 모바일 버전처럼 연단위로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iOS5를 탑재한 최고령 단말기 아이폰3Gs와 최신 '아이폰4S'나 '새 아이패드'간 하드웨어 격차가 크지만 회사나 개발자가 이를 덜 의식할 수 있게 만든 노력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교과서에 가깝다.
9개 OSX 출시 이력을 시기별 버전에 따라 나열해보면 지난 ▲2001년 3월 맥OS X 10.0 '치타' ▲2001년 9월 맥OS X 10.1 '퓨마' ▲2002년 8월 맥OS X 10.2 '재규어' ▲2003년 10월 맥OS X 10.3 '팬서' ▲2005년 4월 맥OS X 10.4 '타이거' ▲2007년 10월 맥OS X 10.5 '레퍼드' ▲2009년 8월 맥OS X 10.6 '스노우 레퍼드' ▲2011년 7월 맥OS X 10.7 '라이언' ▲2012년 7월 OS X 10.8 마운틴라이언으로 이어진다.
초반에는 OS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1년 안팎의 주기를 보였지만 2005년 이후 2년단위로 늘어졌다. 예고 없이 지난해 맥OS X 10.7 라이언과 이번 OSX 10.8 마운틴라이언이 다시 확 짧아진 출시 간격을 보인 것은 연단위로 출시되는 iOS 공개 일정과 연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애플은 지난 2010년 iOS4를, 2011년 iOS5를 출시했고 지난6월 iOS6를 선보이며 연내 출시를 예고했다.
■맥PC 파일 관리는 잊어라-아이클라우드면 OK
릴리즈를 거듭할수록 사용자가 체감하는 iOS와 OSX간 공통점이 느는 추세다. 이는 앞서 언급한 앱스토어 모델뿐아니라 아이클라우드 연계 서비스, OS에 내장된 기본 앱과 파일 중심을 벗어난 사용자인터페이스(UI)에서도 드러난다.
아이클라우드는 지난해 iOS5와 함께 소개됐다. 지난달말 기준 누적 사용자는 1억2천500만명 규모다. 아이팟터치와 아이폰, 아이패드 단말기를 처음 켤 때 등록절차가 진행돼 애플은 적잖은 사용자 기반을 쉽게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마운틴라이언같은 새 맥PC 설치과정에도 아이클라우드 등록절차가 포함됐다.
마운틴라이언에서 아이클라우드는 기존 파일탐색기를 대신할 시스템으로 제시됐다. 모바일기기에서처럼 사용자가 '파일'이란 대상을 관리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줄 기반 환경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파일을 관리하는 화면에서 '아이클라우드 탭'을 누르는 간단한 조작을 통해 앱의 자료 저장공간을 PC가 아닌 아이클라우드로 바꿀 수 있다.
애플은 '어차피 파일마다 연결되는 앱은 정해져 있고 OS가 이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그 사이에 사용자가 끼어들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메일, 연락처, 캘린더, 메시지, 미리알림, 노트 등 iOS용 아이클라우드 앱과 문서에 더해 페이지, 키노트, 프리뷰, 문서편집기 작업물까지 동기화시키기로 했다.
내장 오피스 앱에서 자료 기록장소로 아이클라우드를 지정시 구글독스처럼 작동한다. 따로 저장단추를 안 눌러도 변화가 생기는 족족 '업로드'하고 짧은 간격으로 자동 세이브한다. 그 내용을 같은 아이클라우드 계정이 등록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열어볼 수 있다. 더불어 PC에서는 OSX 백업 기능인 '타임머신' UI를 가져와 과거 변경이력을 통째로 살펴볼 수도 있다. 애플이 외부 개발자들도 아이클라우드를 통한 파일관리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공개해 점진적 확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일단 OSX 사용자들도 앱을 사용하고 정보를 기록하거나 작업 결과를 주고받을 때 파일이란 요소를 계속 다룰 수는 있다. 아직 기존 사용자들에게 파일 위주의 UI가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애플이 남겨둔 것이다. 파일 인터페이스는 현실의 '문서'에 대한 은유지만 일반 사용자에게 파일 다루기란 번거로울 수 있다.
■확장된 공유 시나리오
또 아이클라우드 연결을 통해 세부 앱들의 연계와 더불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포함한 동료, 지인과의 공유 시나리오도 더 다양해졌다. OSX가 자체 지원하는 공유 기능은 아이포토든, 웹페이지든, PDF파일이든, 메모 앱이든, 앨범에서든 가리지 않고 작동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플리커, 이메일, 맥 앱스토어에서도 앱추천하기위한 기능 트윗을 링크로 날리거나 문자로 보내줄수 있다. 페이스북 좋아요나 포스팅까지 된다. 앱 자체 정보를 링크하기도 쉽게 바뀌었다.
연락처에서 공유할 것을 보낼 상대도 알아보기 쉬워졌다. 연락처 항목이 기존 주소록의 이름과 전화번호뿐 아니라 페이스북 프로파일 이미지, 메일주소, 생일 등을 가져와 통합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OSX 기반 컴퓨터 사용자가 소셜네트워크에 통합된 iOS 주소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더불어 OSX 시스템간 무선파일전송기능인 '에어드롭'도 공유 기능에서 즉시 쓸 수 있다. 초보자에겐 자료를 주고받는 양측이 에어드롭을 함께 켜기가 어려운 과정이었고 파일 여러개를 보낼 때 불편한 방식이었다. 이제 공유 단추를 눌러 전송할 파일을 고르면 에어드롭을 켠 맥PC를 알아서 인식해 보낼 수 있다.
애플이 바라는 바는 사용자들이 OSX 기기를 iOS처럼 '언제나' 아이클라우드에 연결된 채 쓰게 만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회사는 아이클라우드를 선보이며 iOS기기가 더이상 PC용 동기화 프로그램 '아이튠스'에 연결될 필요가 없음을 드러냈다. 아이튠스는 파일 관리가 필수였던 PC 환경에서 음악, 영화, 책같은 디지털콘텐츠를 관리하는 수단이었다. 분실이나 교체로 기기가 바뀔 때 그 데이터를 보관하려면 아이튠스 백업과 동기화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굳이 할 필요가 없어졌다.
■iOS 위치기반서비스, OSX으로 확장?
향후 OSX 플랫폼과 iOS간 연계는 더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 흐름에는 모바일기기에 필수요소로 꼽히는 위치기반서비스(LBS)와 지도데이터 활용도 예외일 수 없다. 애플이 iOS6에 선보일 자체 지도서비스를 OSX에도 끌어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애플 플랫폼을 오래 다뤄온 개발자들은 이미 OSX와 iOS가 번갈아 출시되면서 아이클라우드로 그 데이터를 공유하는 앱이 기능적으로도 서로 구현된 기능을 모방하고 신기능도 선보이는 과정이 거듭돼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단적으로 iOS용과 OSX용 '아이포토'가 번갈아 업데이트를 해오면서 기능적으로 상호 모방을 해왔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가운데 최근 외국의 한 개발자는 iOS6 베타 버전 코드를 파헤쳐 애플이 모바일 지도서비스를 OSX 기반 컴퓨터에도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마운틴라이언에는 이미 아이포토 위치관련 기능이나 미리알림의 특정 좌표 인접에 따른 사용자 알람과 지인과의 위치정보 공유 등이 구현돼 있다.
마운틴라이언을 기본 탑재한 '레티나 맥북'을 보면 진작부터 유선랜 접속 단자 없이 무선랜으로만 인터넷을 쓰는 형탠데 이는 기기의 '이동성'에 집중한 결과다. 애플이 노트북 사용 시나리오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처럼 위치파악에 관련된 쪽으로 구현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아이패드-맥북, 통합의 전조 vs. 닮아갈 뿐?
OSX와 iOS간 유사성이 높아가면서 그 하드웨어인 맥북이나 맥북에어와 아이패드와 아이폰 단말기의 경계가 느슨해지는 측면이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애플이 두 OS와 하드웨어 플랫폼간 통합을 염두에 두지 않았겠느냐는 의문도 던져진다.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PC와 태블릿용 OS와 단말기를 하나로 만들 가능성이 있을까.
그런 전망은 여러 단서를 놓고 볼 때 현실성이 불충분하다. 애플 입장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과 노트북과 데스크톱이라는 유형별 제품 라인을 최대한 오래도록 유지하는 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일단 애플의 주수입원은 높은 수준으로 표준화된 SW플랫폼과 상호 연결된 서비스를 보장하는 소품종 하드웨어 판매에서 나온다. 각 사용자에게 단일 SW플랫폼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경험을 제공하지만 특정 사용 조건에 알맞은 하드웨어 제품군을 계속 따로 떼어놓는 방식으로 여러 단말기를 공급하는 전략이다.
관련기사
- 애플 사파리6 공개…윈도용 없는 이유는?2012.08.14
- 애플 iOS6 자체 지도 앱, 맥PC에도 투입?2012.08.14
- PC와 모바일 경계허문 애플, 향후 행보는?2012.08.14
- 팀 쿡 "아이클라우드는 10년 전략"…과연?2012.08.14
또 OSX와 iOS간의 유사성은 레티나디스플레이, 런치패드와 스프링보드 등 UI 측면에 두드러질 뿐이다. OSX 기술은 인텔 x86 프로세서에서만 돌아가며 iOS 환경은 ARM 아키텍처 전용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이를 통합하는 방식은 단기간에 쉽지 않을뿐아니라 애플에게 아무런 이익을 주지 않는다.
이밖에도 맥북의 키보드와 터치패드 인터페이스와 아이패드의 터치스크린 입력방식이 통일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애플이 맥OS X 10.7 라이언부터 화살표 중심의 UI에 특징적이던 '스크롤바'를 없애면서 터치스크린 기기의 UI 특성을 차용한 시도가 관심을 끄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마우스 대신 터치패드 입력을 통해 터치스크린과 유사한 화면 구성요소나 시각적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맥북의 터치패드 조작체계가 일부 iOS의 터치스크린 입력을 닮아가지만 물리적 키보드 입력이 터치패드와 맥북을 가르는 주요 기준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