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令) 안 서는 방통위"

기자수첩입력 :2012/08/30 19:08    수정: 2012/08/31 08:44

전하나 기자

‘방통위의 령(令)’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른바 ‘접시 없는 위성’, DCS를 둘러싼 케이블TV방송업계와 KT스카이라이프 간 싸움이 끝나기는커녕 골만 더 깊어졌다.

방통위가 두 달 가량 묵묵부답으로 끌어온 DCS에 대해 마침내 위법으로 결론 짓고 시정권고 조치를 내렸지만, 스카이라이프는 물러설 기색이 전혀 없다. 오히려 “시정 권고는 아무런 법적 강제력이 없다”며 “방통위가 이번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맞붙는 형국이다. 방통위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는 사업자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도 책임을 미룬 채 두 달째 뒷짐만 지고 있던 방통위가 자초한 일이다.

사실 사업자들이 방통위를 무서워하지 않게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케이블TV업계가 지상파 재송신을 중단해 1천200만 가구의 TV를 블랙아웃시킨 일이나 KT가 기습적으로 삼성전자 스마트TV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던 일은 방통위의 추락한 권위를 드러내는 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끊임없이 문제 제기되는 방통위의 태생적 모순이 한 몫 한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물리적인 결합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했고, 결국 방통위의 ‘레임덕’을 야기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지금 방통위의 위기는 구조적 결함 못지 않게 스스로 불러온 측면이 많다.

이번 DCS 논란이 대표적인 경우다. DCS 위법성 논쟁이 시작된 것이 벌써 두 달 전이다. 방통위가 차일피일 판단을 미루는 사이 사업자 간 분쟁은 걷잡을 수없이 격화됐고, 가입자들의 혼란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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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끌었던 만큼 차라리 좀 더 강력하게 시정 명령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방통위는 권고 이행과정을 보고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느긋한 생각이지만, 규제 당사자인 스카이라이프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만일 시정 명령이 내려온다면 법적 공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단 안도의 숨을 돌리게 된 케이블업계도 마냥 방통위만 믿고 있을 수만은 없단 눈치다. 지금 방통위에게는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분쟁 소지가 있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을 때 제2, 제3의 ‘DCS 사태’는 불가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