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보조금을 뿌려 판매량을 늘린다. 애플은 안 그러는데...”
국내 휴대폰 가격 논란에 단골 등장 메뉴다. 표면상 맞는 말이지만 애플이 정정당당 정면 승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갤럭시S2’와 애플 ‘아이폰4S’의 대결을 보면 상황파악이 쉽다. 초기 출고가가 갤럭시S2 84만7천원, 아이폰4S(16GB) 81만4천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약정가입에 따른 실 구매비도 두 제품이 비슷하다. 당시 KT 5만5천원 요금제 2년 가입 조건에 갤럭시S2와 아이폰4S 할부원가가 20만원대 초반이었다.
삼성전자가 보조금을 보탠 갤럭시S2, 애플이 손 놓은 아이폰4S. 두 제품 할부원가는 왜 비슷할까. 답은 간단하다. 이동통신사가 애플 대신 보조금을 쏟았다. 애플은 전 세계적으로 이동통신사에 보조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다. 보조금을 분담하는 다른 제조사들에게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물론, 이는 애플의 능력으로 인정받을 부분이다. 아이폰의 브랜드 파워는 이동통신사들의 특별대우를 받을 자격을 지녔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씁쓸해도 어쩔 수 없었다.
문제는 이에 따른 부작용도 이동통신사들이 뒤집어썼다는 것이다. 아이폰4S가 한창 잘 나가던 지난해 4분기 미국 AT&T는 67억달러, 버라이즌은 2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애플이 쏙 빠진 아이폰4S 마케팅비가 적자의 주원인이라고 대놓고 말했다.
아이폰4S는 분명 이름값을 했지만 이동통신사 홀로 보조금을 내면서 이익까지 볼 정도는 아니었다. “아이폰 괜히 팔았다”라는 소리가 미국 이동통신사 임원들 입에서 나온 이유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치솟아 오르는 실적 덕에 날마다 잔칫날이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93억7천900만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9조9천42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의 3배가 넘는 32.8%에 달한다.
우리나라 SK텔레콤과 KT도 이 같은 구도가 부담스럽다. 앵글을 돌려 보면 삼성전자나 LG전자로부터 받은 보조금이 아이폰 판매 지원에 일부 들어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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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애플이 한국 협력사와 고객들을 딱히 챙겨주는 것도 아니다. 중국에 물량을 우선 배치하고, 국내에는 대형 매장 한 곳 없는 문제는 거론하기도 새삼스럽다. 해마다 아이폰 100만대 가까이 팔아줘도 바뀐 것이 없다.
SK텔레콤과 KT는 다시 기로에 섰다. ‘아이폰5’ 출시를 위한 애플과의 협상이 곧 시작이다. 애플 특별대우, 퍼주기는 이제 멈춰야 한다. 스마트폰 가입자 3천만명을 넘긴 한국이다. 고객 취향은 다양해지고 눈높이도 크게 올랐다. 사과 마크만 내민다고 손님 몰리던 시절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