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취방 냉장고는 왜 꼭 5등급일까?

일반입력 :2012/07/03 16:49    수정: 2012/07/03 17:16

남혜현 기자

직장인 A씨㉙는 지난 1월 회사와 가까운 곳에 원룸을 얻어 독립했다. 새로 지은 빌라형 원룸엔 생활에 꼭 필요한 가전제품이 갖춰져 있어 이사에 큰돈이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A씨는 얼마 후 집안 냉장고와 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의 에너지효율이 5등급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가전제품 구매 비용은 줄였지만, 결국 전기세는 더 지불해야 하는 형편에 처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원룸형 주택 건축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원룸들이 대부분 낮은 가격대의 가전제품을 옵션 형태로 구비하면서, 전력 효율이 낮은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보급도 증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냉장고의 경우, 원룸에 들어가는 소형 제품은 B2B와 B2C 판매 비중이 25 대 75 정도 된다면서 이 제품들의 에너지효율등급은 5등급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원룸서 사용하는 가전제품들이 대부분 에너지효율 5등급인 이유는 있다. 용량이 작은 제품일수록 저가인 경우가 많아 고효율 기술이나 고가 부품을 사용하기 어렵다. 소비자들도 용량이 작은 소형가전을 사면서 굳이 에너지효율등급을 따져 비싼 제품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특히 원룸에 들어가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일명 '풀옵션 3종세트'의 경우 건물주가 선택해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대체로 평수가 작은 원룸의 경우 풀옵션 가전도 소형에 저렴한 것 위주로 판매된다.

B 시공업체 관계자는 원룸에 들어가는 세탁기나 냉장고, 에어컨 등 풀옵션 제품은 건물주가 선택하는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다르나, 에너지효율 1등급으로 구비할 경우 설치비까지 합쳐 대략 150만원 정도가 든다라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많은 서울 마포구를 기준으로 이 지역 내 6평짜리 원룸 전세가격이 7천만~8천만원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비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1등급과 5등급 가전제품의 전력 사용량 차이는 얼마나 될까.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반형 냉장고를 검색해 비교한 결과 145L 용량 5등급 냉장고의 경우 소비전력이 월 33.3Kwh인 반면, 1등급 제품은 321L 용량이 월 22.3Kwh 만큼의 전기만 사용했다.

물론, 대부분 1인 가구인 원룸의 개별 전기 사용량은 1등급이나 5등급 제품의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1인 가구가 급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원룸형 건물 전체서 낭비되는 전력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가전제품 업체들은 아직까지 저가 제품을 찾는 소비자 수요가 있는 만큼, 5등급 제품 판매를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격을 맞추다 보면 에너지효율성이 낮은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며 소용량 제품의 경우 1등급과 5등급의 전력 사용량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제품 구매시 효율등급을 일일히 따지지는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 측은 원룸에 들어가는 풀옵션 제품들의 에너지 효율등급을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단위 아파트에 들어가는 빌트인 제품의 경우 에너지 효율등급을 맞춰야 하는 조항이 있지만, 원룸에 들어가는 풀옵션은 개인이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냉장고의 경우 소비자들이 저가 제품을 찾는 만큼, 가격을 맞추다보면 사실상 750L 이하 중소형 제품엔 고효율 기술이나 인버터 컴프레서 등 고가제품을 쓰기는 어렵다. 보통 과거 기술이 도입되는데, 고가 제품의 절전 기술이 몇년이 지난 이후, 소형 제품에 이전되는 식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용량이나 크기와 상관없이 에너지효율 등급은 특정 기준치를 만족시켜야 한다면서 기술 혁신 정도에 따라 2~3년마다 등급 산정 기준을 향상 시키는 방안으로 전체 에너지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