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인사이드 애플...이유있는 비밀주의

일반입력 :2012/07/02 08:00    수정: 2012/07/02 18:07

이재구 기자

애덤 라신스키 지음·임정욱 옮김/303쪽·청림출판

애플은 올들어 지난 1분기에만 116억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것만으로도 삼성전자가 지난 한햇 동안 벌어들인 순익에 근접했다. 하지만 이 기간중 매출은 삼성의 지난 한 해 매출의 3분의 1밖에 안됐다. 지난 2007년 아이폰이라는 제품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세계 전자 통신업계를 뒤흔든 기업이자, 여전히 세계인에게 놀라움과 주목의 대상이 될 만 하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이 기업에 단한차례도 가장 훌륭한 경영자 자리를 남에게 주지 않았던 고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가 지난 해 10월 타계하기 전 이미 팀 쿡에게 CEO자리를 물려줬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애플을 분석하고 그의 타계 이후 애플을 보는 게 어쩌면 당연하고, 또 무의미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흔히 저 유명한 비밀주의, 디자인이 뛰어난 회사 등으로만 알려진 이 베일에 싸인 회사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한명의 천재적 경영자의 독단으로 운영되는 회사'라는 경영학적 상식에 위배되는 원칙에 따라 운영돼 오면서도 그처럼 세계 정상에 오른 회사 애플. 이 기업은 분명히 그런 이야기거리 이상의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일반인은 물론 기존의 전통적인 경영적 시각에서 볼 때 모순 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장점을 알아, 모방해고, 그래서 잘 돼 보고 싶은 기업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경영학 서적이 그렇듯 저자가 발로 뛰어 알아낸 현장의 모습을 통해 이 신비주의 기업의 베일을 하나둘식 풀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자기중심적인 CEO 잡스가 성공한 이유에 대해 “훌륭한 리더는 자신의 휘하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저 유명한 애플의 비밀주의에 대해서는 “꼭 알아야 할 것만을 공유하는 것이며 사실 남의 일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일에 더 집중토록 하는 게 애플방식”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조용히 입다물고 있다가 실제 제품이 출시된 뒤 제품 그 자체로 말해 버렸을 때엔 신제품 출시에 앞서 기존 제품이 안팔리는 것도 막을 수 있고, 언론의 궁금증을 자극할 것이며, 사는 사람들도 신선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 회사는 그 이점을 알고 있다”는 말로 비밀주의의 이점을 충분하게 해석해 낸다.

직장에서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한번 쯤 생각하게 만들어 줄 잡스의 말도 소개된다.

“애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애플에서 일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만족스런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애플에서 하는 일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일을 즐긴다는 것과 다른 의미입니다. 그런 즐거움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습니다”

애플에 파트너십이 있을까? 그 속성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공급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디자인특허 침해 등을 이유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모습에서 그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그것을 프레너미(Frenemies; Friend+Enemies)라고 규정하면서 애플이 한쪽에서는 태연히 협력하고 다른 쪽에서는 분쟁을 일으키면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일을 할 수 있는 기업의 이중성을 읽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가 간파한 애플은 무엇보다도 고객의 마음잡기를 잘하는 기업이 아닐까 싶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디자인은 최상위에 있다. 이를 위해 제조설계가 뒷받침된다. 이미 애플제품 발표회에 참석해 정말 신나게 즐기고 열광하는, 기꺼이 몸던질수 있는 마니아그룹을 가진 몇 안되는 회사가 애플이란 점에서 이는 증명된 부분이다.

물론 자신의 방식으로만 게임의 법칙을 재정의해 온 애플이 하는 방식을 무조건 옳다거나, 이러한 교훈을 우리 모두가 따라 하면 애플 같은 기업에 가까워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가운데 각 기업의 실정에 맞는 것을 채택해 쓸 수 있다면, 그래서 기업의 경영 효율화나 제품 생산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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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라신스키의 다음 대목은 기업이 어떤 물건,또는 어떤 서비스를 고객에게 만들어 제공해야 할지를 곱씹어 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애플스토어의 판매원들은 절대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다. 고객이 먼저 사고 싶어 안달 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구매를 강요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