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안드로이드와 자바를 둘러싸고 구글과 벌인 소송전에서 상대의 '게으름'을 공격하고 나섰다.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높은 수익을 기대하면서도 개발과정에 적은 노력을 들이려고 자바API를 갖다 쓰는 손쉬운 방법을 골랐다고 지적한 것이다.
미국 지디넷은 지난 27일 오라클이 구글과 진행해온 재판 과정가운데 상대측에 반론을 제기하는 첫 단계를 시작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 주장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게으르게' 만들면서도 매출을 극대화하려고 '꼼수'를 쓴 결과, 자바API 37개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했고 이 소송을 야기했다는 내용이다.
지디넷은 물론 그들이 배심원들 앞에서 체면을 살리느라 이제껏 안드로이드가 성공적이었던 점을 강조하긴 했다면서도 구글에서 안드로이드로 돈벌이를 하려 했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엄청난 돈벌이' 인정
오라클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담당 아디티야 아가왈 수석재무분석가가 지난해 4월8일 증언한 녹화 기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1분30초보다 약간 짧은 영상의 요점은 안드로이드가 엄청난 수익 창출원임을 확인시켜줬다는 것이다.
놀랄 것 없는 내용이지만 오라클은 이로써 자사 주장을 뒷받침할 자신감을 얻었다고 지디넷은 묘사했다. 이 회사 속내는 앞서 등장한 썬의 마지막 최고경영자(CEO) 조나단 슈워츠의 증언에도 무너지지 않을 논리를 만들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앞서 오라클은 '자바API는 라이선스 없는 쓸 수 있는 공짜가 아니다'란 주장을 펼쳐왔고 증언에 나선 슈워츠는 썬이 오라클에 인수되기 전 자바API에 대한 라이선스를 내주는 식으로 독점한 적이 없다며 이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오라클 법무팀은 즉시 스콧 맥닐리 썬 공동창립자를 불러내 반대 논리를 펼침으로써 슈워츠 전 CEO의 증언을 무력화하려했지만 배심원들은 누구 말을 믿어야할지 꽤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지디넷은 묘사했다.
■오라클 안드로이드에 자바API 참조는 게으른 것 맹비난
오라클은 지난 18일에도 증인으로 참석했던 자바플랫폼그룹 수석아키텍트 마크 레이놀드를 다시 불러내 자사 입장에 쐐기를 박기로 했다. 자바API를 가리키기 위해 쓴 '청사진'이라는 용어를 놓고 논쟁을 벌였던 오라클측 변호사 마이클 제이콥스는 레이놀드에게 해당 표현이 정확한 설명인지 물었다.
레이놀드는 API를 설명하기 위해 청사진이란 용어를 쓰는 입장에서 자바커뮤니티프로세스(JCP)의 모든 지점은 청사진으로 설계됨으로써 각 기업들이 경쟁하는 구현체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측 변호사 브루스 바버는 이를 반박하려고 API규격이 누군가에게 코드를 어떻게 짜라고 알려주는 것도 아니잖느냐고 물었고 레이놀드는 그렇다고 답했다.
지디넷은 레이놀드의 증언이 오라클에게 또다른 논점을 명확히 해줬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자바API를 참조함으로써 더 쉽게 안드로이드를 개발할 수 있었다는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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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놀드는 만일 개발자가 이미 좋은 API 디자인을 갖고 있다면 기존 API 디자인을 더 잘 돌아가게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더 쉬운 일이며 거의 항상 일을 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라클과 구글의 최후진술 시점은 오는 30일(현지시각) 월요일이다. 이후 배심원들은 이 재판에서 저작권침해에 따른 배상규모를 평결하기 위해 숙고할 시간을 들이게 된다. 담당판사 윌리엄 앨섭은 배심원 평결을 도출할 기간이 짧게는 하루 반날쯤,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