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게임 등 콘텐츠가 학교폭력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관련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하면 묻지마 규제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깔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연령별로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규제안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안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하루 3시간 이상 온라인게임을 이용할 경우 접속을 강제 차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만16세 미만 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일괄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도입된데다 본인 및 친권자 요청에 따라 게임 접근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어 삼중 규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부처별로 난립하는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게임진흥과 규제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는 것도 모순이지만, 각 부처들이 내놓는 규제정책들이 이행 방법에서조차 충돌한다”며 “정말 효과를 기대한다면 정부가 하나의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엄격하게 적용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청소년 폭력성의 원인을 콘텐츠에 두고 책임을 문화콘텐츠 생산자에 전가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군다나 학교폭력사태의 경우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을 근본적으로 짚고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가족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분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엉뚱한 결론만 내고 있다는 비난이다.
이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원인과 가하기 쉬운 처방을 찾다보니 콘텐츠가 때려잡기 만만한 것”이라고 푸념했다.
게임 규제 검토에 앞서 지난 11일 웹툰 ‘열혈초등학교’가 문제시된 것도 이러한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해당 웹툰은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학교 폭력과 왕따를 희화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단 이유로 한 매체에 의해 ‘학원폭력물’로 지목된 뒤 연재 중단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받아야 했다. 이를 두고 만화계와 누리꾼들은 과거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벌어진 만화 화형식의 부활을 보는 것 같아 무섭다며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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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중학교에 근무 중인 한 교사는 “학교에서 일어난 일의 책임소재와 해법을 바깥에서 찾는 것은 교육 현장을 모르고도 너무 몰라 내놓는 대책”이라며 “금지와 차단이라는 해결책으로는 문제가 줄어들기는커녕 학교폭력으로 인한 아이들의 상처도 좀체 아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에선 게임이나 연극, 만화 등 문화콘텐츠를 활용해 왕따나 학교폭력의 문제를 알리고 예방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억지로 통제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교육과정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