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과 친권자 요청에 따라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의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정부는 중소업체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출액 규모로 규제 대상을 분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과몰입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와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여성가족부와 실무 합의를 마치고 선택적 셧다운제 적용 범위 및 대상을 확정했다. 관련 논의는 이날 열리는 차관회의를 통해 마무리될 예정이다.
해당 제도의 적용 범주는 여가부가 시행 중인 강제적 셧다운제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게임을 비롯한 네트워크에 접속 가능한 콘솔게임 등이다. 모바일게임은 이번에도 제외됐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매출액 기준으로 규제 적용 대상을 나눈 대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연매출 300억원 이상을 올린 게임업체는 반드시 선택적 셧다운제를 이행해야 한다.
다만 문화부는 연매출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게임사는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이들 회사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은 청소년 신규 가입 시 본인인증과 학부모 동의절차만 거치면 된다. 연매출 50억원 이하인 게임사는 아예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중소업체의 진입장벽을 걷어내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최소한의 합리성도 찾아볼 수 없는 법안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제도에 해외매출과 국내매출을 구분하지 않은 총매출액을 기준을 세웠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정책입안자들이 얼마나 근시안적 처방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B업체 관계자도 “정부가 중소기업 보호 논리를 내세웠으나 헛점이 있다”며 “매출액 300억원 이상의 대형 게임사가 중소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퍼블리싱할 경우 결국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물론 게임정책 주무부처인 문화부도 고충은 있었다. 앞서 문화부는 이용자들의 일일 평균 플레이시간이 2시간 이상인 게임에 한해 선택적 셧다운제를 적용하는 안을 내놨지만 평균 이용시간과 무관하게 모든 게임에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가부 고집에 줄곧 부딪혔다.
관련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에 정해진 시행령은 법제처와 여가부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안”이라며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여가부가 향후 추진하려는 게임 기금의 명분을 세우기 위해 매출액 기준으로 게임사 옥죄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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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또 “결국 여가부 반대에 문화부가 또 다시 ‘백기항복’한 셈”이라고 푸념했다. 업계는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이중규제 부담이 현실화됐다며 괴로운 모습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오는 22일 발효되며 선택적 셧다운제는 6개월간의 유예를 둔 후 7월 22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