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안팎 규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셧다운제가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보호법과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로 나눠 담기면서 입법 취지는 퇴색되고 부처 밥그릇 싸움으로 번졌다는 비판이 다시 일고 있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 접속을 막는 청보법이 다가오는 주말 본격 시행을 앞둔 가운데 하위 법안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법 개정안도 지난 14일 입법예고됐다. 업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내년 1월 22일 시행될 예정이다.
■당혹
해당 개정안에는 만 18세 미만 전체 청소년이 게임 사이트에 가입할 경우 반드시 실명, 연령 확인과 본인인증을 거쳐야 하고 청소년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이 요청할 경우 게임이용량과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의 선택적 셧다운제가 담겨 있다.
이 법안은 지난 3월 여가부의 청보법과 함께 법사위에 올랐다가 게임 규제안 중복으로 심사 보류됐었다. 법사위는 부처간 의견 조율이 어렵자 게임법 가운데 오픈마켓 자율심의 조항만 수정 의결했고, 뒤이어 양부처가 부랴부랴 청보법에 셧다운제에 관한 상징적 의미를 담고 구체적 대상과 평가절차를 게임법에 넣기로 합의한 바 있다. 청보법이 먼저 국회 본회의를 통과, 해당법은 두달 늦게 국회 처리됐다.
그러자 업계는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사실 해당 법안은 청보법 국회 처리를 막기 위한 카드로 게임업계가 꺼냈던 것이나 이를 막기는 커녕 두 법안이 모두 효력을 발휘하게 됨으로써 이중규제를 받게된 셈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가부의 월권행위를 막기 위해 게임업계가 보다 합리적인 규제를 요구했던 것이나 결론적으로 두 법안이 모두 시행되는 자충수가 됐다”고 말했다.
■싸늘
이에 대해 문화부는 게임법은 업계가 청보법보다 실효성 높은 규제를 지지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으로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부측은 “게임 규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게임 과몰입 예방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업계와 의논한 결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싸늘한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주무부처에 바랐던 것은 오로지 규제일원화였다”며 “행정부처가 규제 권한을 더 많이 갖기 위해 싸우다 나눠 갖기로 타협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게임법 개정안 내 문화부 장관이 여가부가 추천하는 전문가 2인을 포함한 10인 이내 자문위원단을 구성하고 이들이 제출한 보고서와 함께 청소년 게임이용실태 자료를 여가부 장관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한 조항도 지적됐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여가부에 휘둘리니 기댈 곳도 믿을 곳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체념
업계는 체념한 듯 오는 20일 시행되는 셧다운제 준비에 여념없는 모습이다. 현재 청소년 대상 게임물을 서비스하고 있는 사업체들은 대부분 자체 수립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관련 시스템 개발을 마쳤다.
이들 게임사는 제도 실시 이삼일 전부터 셧다운제를 시범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갑작스런 시행에 따른 오류 발생이나 소비자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달부터는 게임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 등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셧다운제 시행에 따라 추가되는 약관 및 면책사항 등을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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