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입법 무산...광고 시장 소용돌이

일반입력 :2012/01/01 12:53    수정: 2012/01/01 15:00

정현정 기자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 관련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방송광고 시장의 입법 공백 상태가 지속되면서 올해 광고 시장의 대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종합편성채널이 직접 광고영업을 시작한데 이어, 지상파 방송사도 직접 영업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방송광고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돼 중소 매체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방송광고 영업과 편성제작을 분리하던 광고판매 대행체제라는 안전판이 사라지면서 방송공공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1일 새벽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미디어렙 관련 법안을 처리했지만 이후 문방위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하면서 국회 본회의 상정도 결국 무산됐다.

당초 여야가 12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렙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고 여야 6인소위에서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내면서 연내 입법 가능성이 높아지던 상황이었다.

여야 합의안은 KBS·EBS·MBC를 공영으로 묶는 ‘1공영 다(多)민영’ 방식으로 종합편성채널의 미디어렙 의무위탁을 2년 유예하고 방송사의 민영 미디어렙 지분 소유 한도를 최대 40%로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종 매체는 매체 간 교차판매(크로스미디어 판매)도 금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1사 1렙안의 위험성을 지적해 1렙에 2개 이상의 방송사가 투자해야한다는 의무조항을 명시하면서 한나라당과 입장차가 커졌다.

12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이제 법안은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올해 총선과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임시국회의 정상 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판매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3년 여간 이어진 방송광고시장의 입법 공백 사태는 장기화 될 전망이다.

그 동안 코바코를 통한 광고 대행 체제는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추구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했다. 하지만 대체 입법이 지연되는 틈을 타 종편채널이 직접 영업을 시작했고 SBS와 MBC도 독자 미디어렙을 통한 직접 광고영업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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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렙 처리가 지연돼 이러한 방송사 직접 광고 영업 관행이 고착화 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 판도가 바뀐다 하더라도 이를 정상화 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지역민방, 중소방송, 종교방송 등 취약매체들의 경영여건이 열악해지고 신문광고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업계 전문가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정체성에 대한 정의 조차 명쾌하게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범하는 민영 미디어렙은 광고시장 질서를 파괴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전 언론매체가 광고재원 확보에 혈안이 되면서 시장질서가 파괴되고 방송의 공공성과 여론다양성이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