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급물살...MBC 어디로?

일반입력 :2011/12/27 17:11    수정: 2011/12/27 17:12

정현정 기자

여야가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 관련 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MBC와 SBS의 직접 광고영업 행보에 일단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MBC의 공영 미디어렙 위탁 여부를 두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26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종합편성채널의 미디어렙 의무위탁을 2년 유예하고 방송사의 민영 미디어렙 지분 소유 한도를 최대 40%로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에 합의했다.

여야는 MBC를 공영 미디어렙에 포함시키는 한편, 중소방송사 보호를 위해 과거 5년간 평균 매출액 이상 연계판매를 지원하고 이종 매체 간 교차판매(크로스미디어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안이 통과할 경우 코바코를 통한 광고판매 독점체제가 무너지고 ‘1공영 다(多)민영 미디어렙 체제’가 가동된다. KBS, MBC, EBS는 공영 미디어렙에 위탁되고 민영방송 SBS를 비롯한 종합편성채널들은 각사 미디어렙에 편입된다.

이에 따라 자사 미디어렙을 설립하려던 MBC의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MBC는 공영 미디어렙 강제위탁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6일 MBC는 독자 미디어렙을 출범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MBC는 “종편이나 SBS와 마찬가지로 MBC는 수신료를 받지 않고 대부분 광고로만 운영되는 방송사”라면서 “이 때문에 공영 미디어렙에 지정되기보다 독자 미디어렙을 통해 자율적인 영업 활동을 보장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SBS와 똑같이 수신료 없이 광고로만 운영되는 MBC를 공영 미디어렙에 포함시킬 경우 비대칭 규제로 인해 민영방송과 종편의 틈바구니에서 MBC가 고사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MBC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 동안 공영방송을 표방해 온 MBC가 상업방송과 똑같이 독자 광고영업에 나서는 것은 공영방송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MBC의 정체성을 명확히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힘을 받고 있다. MBC는 법적으로는 공영방송이지만 수익은 광고에 기대고 있는 모순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MBC 스스로는 물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에서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내년 1월 1일부로 독자 광고영업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던 SBS도 민영 미디어렙에 광고 판매를 위탁해야 한다. 하지만 SBS가 민영 미디어렙에 출자할 수 있는 지분이 최대 40%로 정해지면서 사실상 자사 미디어렙을 설립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렙 논의가 다시 불발될 경우도 문제다. 여야 합의안에 대해 연내 처리를 강행하기 위한 졸속합의라는 안팎의 반발 기류에 부딪혀 또 다시 미디어렙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 내년 방송 광고 시장은 대혼란에 휩싸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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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신문을 등에 업은 종합편성채널들이 이미 광고영업을 시작한 데다 그 보다 몇 배의 파괴력을 지닌 지상파 방송사들까지 속속 독자 미디어렙을 통한 광고영업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중견매체들까지 지상파의 광고 싹쓸이를 우려하는 모양새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종합편성채널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오히려 지상파 방송사”라면서 “시청 점유율과 영향력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닌 지상파가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면 그들에게 광고가 몰리는 건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냐”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