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광고영업 본격화...아쉬울 때만 공영방송?

SBS가 내년 1월부터 직접 광고영업을 본격화한다. 국민에게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책무를 지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가 공공성을 외면하고 자사 이익 추구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BS는 오는 31일부로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와 거래를 중단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자회사 미디어크리에이트를 통해 방송광고를 판매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디어크리에이트는 SBS미디어홀딩스가 지분 60%를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 10월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를 두고 방송계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는 상태다. SBS 내부에서도 독자 미디어렙 설립이 방송 공공성을 해친다며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8일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SBS의 독자영업 돌입은 코바코와 사전 합의가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며 국회의 입법 노력을 무시하는 행위로 무허가 미디어렙을 통한 영업 행위가 이뤄질 경우 광고업계 전반에 엄청난 혼란이 우려된다”며 “법에 의하지 않은 무허가 미디어렙의 광고영업 행위를 결코 인정할 수 없으며 어떠한 지원이나 협조도 불가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2008년 헌법재판소가 코바코의 광고판매 독점체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려 지난해 12월 말까지 대체법안이 마련돼야 했지만 정치적 논란이 확대되면서 관련 법안은 3년째 잠자고 있다. 지난달 여야가 6인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연말까지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한국방송광고공사도 사실상 무법 상태로 영업을 진행 중이고 SBS에 이어 MBC도 직접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방송광고시장이 불법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최근 지상파 3사가 케이블TV에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지상파에 대한 비판 여론도 격화되고 있다.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의 책무를 지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가 유료방송에 콘텐츠 대가를 요구하고 미디어렙을 앞세워 광고영업 전면에 나선 것은 공공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방송업계 한 전문가는 “통신사들이 매년 전파사용료를 납부하는 것과 달리 지상파 방송사들은 주파수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대신 국민들이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책무를 진다”면서 “자사 이익 추구에 몰두하면서 아쉬울 때만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는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정당한 저작권 침해 중단를 지상파 유료화라는 이름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상파 관계자는 “무료보편적 서비스의 대상은 일반 시청자이지 지상파 재송신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유료방송사업자라고 아니다”라면서 “주파수 무상 사용 주장 역시 통신사들이 전파사용료와 경매대가를 지급하듯이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징수하면서 이에 대한 기여분을 인정받아 전파사용료를 면제받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논의에 앞서 지상파 방송사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각 방송사가 가진 공·민영 성격을 확실히 구분하고 이에 따른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의지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한 전문가는 “재송신 분쟁과 미디어렙 문제 해결에 앞서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성격을 확실히 규정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데 정책당국이 지상파 방송사의 눈치를 보느라 총대를 멜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 “지혜는 있는데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를 시행할 솔로몬이 없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