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고로 얼룩진 종편...안정화엔 시간걸릴 듯

일반입력 :2011/12/02 15:23    수정: 2011/12/03 08:52

정현정 기자

TV조선·JTBC·채널A·MBN 등 4개 종합편성채널이 1일 일제히 개국했다. 기대와 우려 속에 베일을 벗었지만 4개 종편은 첫날부터 방송사고와 졸속편성으로 빈축을 샀다.

TV조선은 이날 개국과 동시에 사고를 쳤다. ‘안녕하십니까 TV조선입니다.’ 방송 시작 직후 약 10분간 화면이 위와 아래로 분할되는 방송사고가 발생한 것. 이 외에도 음성이 제대로 표출되지 않는 등 문제를 드러냈다. JTBC도 심야 프로그램 방송 중 송출이 중단되는 사고를 냈다. 종편 4개 채널 합동 개국축하쇼도 미숙한 진행을 보였다.

이러한 방송사고는 개국 전부터 충분히 예견돼 왔다. 개국 이틀 전 채널이 확정된 탓에 재대로 시험방송 기간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방송 업계 관계자는 “YTN이 개국 전 6개월 가량의 시험 기간을 거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종편이 무리한 개국을 강행하며 방송사고를 부른 측면이 있다”면서 “제작과 송출 시스템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로그램 편성 역시 개국을 며칠 앞두고 최종 확정된 데다, 방송 당일까지 수정이 이뤄지면서 졸속 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게 됐다.

JTBC는 이날 오전 급히 편성표를 바꿔 당초 방송하려던 ‘JTBC에 바란다’를 2일로 미뤘다. 대신 이날 밤 방송 예정이었던 ‘특집 TBC, JTBC로 부활하다 - 언론 통폐합의 진실’이 앞당겨 방송됐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방송시간으로 예정됐던 밤 11시 20분에도 재방송됐다.

프로그램의 면면도 개국 특집 프로그램으로 도배하며 자사 홍보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첫 날부터 재방송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콘텐츠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채널A는 첫 날 ‘18년의 전설 - 여기는 동아방송입니다.’, ‘또 다른 신화, 채널A’, ‘세계 리더십이 바뀐다’, ‘하얀 묵시록 그린란드’ 등 개국 특집 다큐멘터리들을 대거 방송했다. 개국특집으로 방영된 ‘100초, 열정’은 1기 공채 지원자들이 제출한 100초 분량의 자기소개 동영상을 붙여서 틀었다. 동의 절차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탈락자들의 동영상까지 포함돼 언론사 지망생들의 빈축을 샀다.

매일경제 MBN은 개국특집 뉴스를 포함한 시간대별 뉴스로 편성의 대부분을 채우면서 종편으로 재탄생한 이후에도 여전히 보도 채널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밖에 논란도 이어졌다. TV조선은 1일 조선일보 1면을 통해 ‘9시뉴스 앵커, 김연아입니다’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개국 축하인터뷰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대광고 논란을 불렀다. 이날 뉴스와 개국축하쇼에 등장한 연예인들에 대한 종편 출연 찬반이 갈리기도 했다.

뉴스 시청자들은 보도의 편향성과 아이템 차별화 부족을 지적했다. 한 시청자는 “종편 채널들이 대대적으로 파격적인 뉴스를 하겠다고 들고나와 많은 기대를 했지만 기존 지상파 포맷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느낌이었다”면서 “진행에 있어서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다수 있더라”고 말했다.

편성표가 충실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급하게 개국 일정을 맞추느라 콘텐츠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개국 당일 편성표를 수정하는가 하면 첫 날부터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등 시청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JTBC는 이날 낮 12시쯤 프로그램 순서를 긴급하게 바꿨다. 이날 밤 11시 20분 예정된 ‘특집 TBC, JTBC로 부활하다-언론통폐합의 진실’을 갑자기 오후 4시 40분으로 앞당겼다. TV조선은 첫 주차에 하루 한 두편에 특선영화를 대거 편성했고 채널A는 낮시간 편성의 대부분을 재방송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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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론사 관계자는 “채널 확보가 긴박하게 이뤄졌더라도 편성과 프로그램 준비는 그 전부터 해왔을 텐데 정식 개국일에 편성표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성향을 차치하더라도 방송 자체가 아마추어적이어서 지상파와 대적할 만한 방송을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제 막 개국한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막 개국한 방송이 초기 시행착오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음주 월요일부터 일주일 주기로 정식 편성이 시작되고 예능과 드라마 방영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새로운 평가가 나올 수도 있을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