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이 내달 1일 방송을 시작한다. 지난해 선정과정부터 각종 특혜 시비와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던 종편채널들은 무성한 소문을 뒤로하고 막바지 개국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달 동아일보 종편 ‘채널A’를 시작으로 중앙일보 ‘JTBC’, 조선일보 ‘TV조선’, 매일경제 ‘MBN’ 등 4개 사업자들은 줄줄이 성대한 매체 설명회를 마쳤다. 이로써 우려하던 광고 직접 영업도 이미 현실화됐다.
지난주부터 각 사업자들이 프로그램 편성설명회와 제작발표회를 잇따라 기획하며 편성전략도 속속 베일을 벗고 있다. 몇몇 프로그램은 화려한 연출진과 출연자를 앞세워 벌써부터 화제를 낳고 있다.
이제 관건은 개국 후에도 종편채널들이 시청자들의 입맛을 붙잡을 수 있을지 여부다. 종편의 등장이 한 예능프로그램이 예고한 ‘TV전쟁’의 서막일지 미디어 빅뱅의 총아가 될지는 지켜봐야할 문제다.
■꼬리 무는 특혜 의혹...글로벌 미디어 기폭제?
지난해 세밑 마지막 날 종합편성채널 선정결과가 발표됐다. 중앙일보 종편 JTBC가 850.79점으로 최고 득점을 받았다. 조선일보 조선TV(당시 CSTV)와 동아일보 채널A가 뒤를 이었고 아슬아슬하게 800점을 넘긴 매일경제 MBN (당시 MBS)까지 4개 사업자가 탄생했다.
업계의 반응은 “설마 4개나 선정될 줄은 몰랐다”는 게 대부분이었다. 당시 한 대기업은 “각 사업자별 선정 결과에 따른 시장 상황을 시나리오로 만들어 대비했지만 4개 종편은 예상 시나리오에도 없었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한정된 방송시장에 지상파에 버금가는 4개 사업자가 동시에 가세하면서 벌써부터 ‘망할 사업자’를 점치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정부는 종편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분주했다. 방통위의 모든 정책이 종편을 중심으로 풀린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종편은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였다.
상업방송인 종편은 의무전송 대상에 포함되면서 편성을 보장받았다. 지상파 채널과 인접해 시청률 확보와 광고 매출 확대에 유리한 15~19번대의 ‘황금채널’도 종편의 것이었다. 한정된 광고파이를 두고 다툼이 불가피해지자 정부는 의약품과 생수 등 품목을 추가해 광고 총량을 늘리는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비판이 나올 때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직접 나서 감쌌다. 우리도 비로소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갖게 된다는 희망이 종편 감싸기의 명분이었다.
■방송광고시장 ‘쓰나미’ 닥칠까
당장 업계가 걱정하는 부분은 광고다. 한정된 광고파이를 두고 싸우는 입장에서 기존 사업자들에게 유력 일간지를 등에 업은 종편 사업자는 무서운 존재다.
신문과 방송의 패키지 판매가 가능해지는 데다 지상파가 하지 못하는 중간광고도 매력적인 광고상품이다. 종편 사업자들은 지난달 매체설명회에서 지상파와 케이블 광고의 틈새를 정조준하며 광고 효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방송 송출에 투입되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고려할 때 출범 몇 년 후 흑자전환 계획을 달성하려면 공격적인 광고영업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미디어렙 입법이 방통위와 국회의 방관 아래 지연되는 틈을 타 종편이 치고나오자 SBS를 필두로 지상파 방송사도 광고 직접 영업을 개시할 분위기다. 언론노조의 반발이 극심한 데다 한국방송광고공사도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향후 방송 광고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종편채널들이 개국 초기 공격적인 광고영업에 착수하고 종편보다 파괴력이 훨씬 더 큰 MBC와 SBS까지 직접 영업 의지를 밝히고 나서면서 한정된 광고 예산에서 배제되는 중소 신문·방송사들은 한숨이 늘었다.
■콘텐츠 생태계 ‘약(藥)’일까 ‘독(毒)’일까?
광고 생태계의 재앙 같은 존재가 된 종편이 콘텐츠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당장 각 사업자들이 콘텐츠 제작에 얼마를 투자할지가 관심사다. 종편사업자들이 사업계획서 상에 밝힌 제작비 예산은 1천500억에서 2천500억 수준이다. 지상파는 프로그램 제작에 연간 평균 3천억원 규모를 투자한다. 대표적인 유료방송 채널인 tvN의 경우 연간 1천200억 정도를 제작비로 쓴다.
기존 방송사 대비 제작시스템과 인력 기반이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편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까지는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다. 또, 개국 초기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기존 언론사의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보도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종편 사업자들인 몸값 부풀리기에만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동안 방송 가에는 ‘종편행’이라는 말이 화제가 됐다. 개국 초기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파격적인 대우에 톱스타들을 영입하면서 나온 말이다.
실제로 4개 종편 채널들이 개국을 앞두고 정우성, 채시라, 김혜자, 황정민, 송일국, 김정은, 한지민 등 톱스타들을 거액에 영입하고 기존 방송사에서 이름난 PD들도 대거 합류했다. 나아가 경영과 제작인력까지 웃돈을 주고 데려가면서 방송업계는 ‘인력빼가기’로 몸살을 겪었다.
스타급 출연진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거대 종편 사업자들이 대거 등장해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면서 기존 사업자들에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미쳐 제작비 상승도 불가피해졌다.
이에 대해 주철환 JTBC 편성본부장은 “경쟁에 치우치다 보니 시장을 교란하고 스타 몸값을 부풀리고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바꾸겠다”며 “스타 캐스팅이 아닌 스타 메이킹을 하는 스토리 팩토리 방송사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종편채널이 이미 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기 시작하면서 “빅뱅은 빅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종편발 충격파가 미디어 생태계에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할지 시장을 교란시키고 방송시장의 하향평준화를 몰고 올 독약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글 싣는 순서]
①‘TV 전쟁’ ...종편, 미디어 생태계 藥? 毒?
②“예능 왕국 재건”...JTBC 출사표
③‘1등 신문’ 저력 보여줄까...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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