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방통위 ‘최후통첩’, 왜?

일반입력 :2011/11/10 16:56

정현정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재송신 분쟁을 겪고 있는 지상파방송과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대해 재송신 협의회 종료 시점인 23일까지 관련 협상을 타결할 것을 권고하며 압박하고 나섰다.

그 동안 재송신 대가 협상은 사업자들 간 개별 계약사항이라는 이유로 한발 물러서 있던 방통위가 구체적인 행정적 조치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통위 상임위원회는 10일 예정에 없던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고 지상파에는 “재송신 대가산정 실무협의회 운영기간 중 간접강제 이행 조건에 대해 최대한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을 케이블에는 “재송신 중단으로 인해 케이블 시청자의 시청권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각각 권고하는 내용의 권고문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방송 중단 등 시청자 권익이 침해되는 상황이 올 경우 ▲지상파 방송발전기금 산정시 기준이 되는 광고매출액을 총매출액으로 변경하는 방안 ▲케이블에서 지상파 채널 변경시 지상파의 동의 절차를 폐지하는 방안 ▲케이블의 자사 광고 시간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 등 가능한 모든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현재 지상파와 케이블은 지지부진한 재송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블 측에서는 지상파에서 간접강제금 청구 시점을 23일 이후로 유예하지 않을 경우 지상파 방송광고 중단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지난해 재송신 분쟁 당시 광고 중단을 몇 시간 남겨놓고 방통위의 중재로 양측이 협상모드로 급선회한 전례가 있다. 올해 지상파와 위성방송도 재송신 분쟁을 겪으며 수일 간 지상파 HD 방송이 중단 사태를 맞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날 방통위의 발표는 유례없는 선제조치에 해당한다. 이날 간담회와 긴급 브리핑 역시 사업자들과 사전 교감 없이 이뤄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앞두고 케이블과의 채널협상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내달 종편 개국을 앞두고 지상파 2심 판결을 통해 저작권을 인정받고 간접강제 인용 결정까지 나온 유리한 상황에서 케이블을 어르고 달래려는 ‘양동작전’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시청자의 시청권을 얘기하는데 어떻게 종편채널과 연관되는지 모르겠다”며 “사업자들이 23일까지 여러 변수를 고려하면서 자율적으로 협상하라는 주문을 하고 규제기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과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이다.

방통위가 이날 언급된 조치를 취할 수 있을만한 능력이 있다면 일방적으로 협상안을 제기하고 사업자들이 따르도록 하면 간단한 문제가 아닌가.

방통위는 기본적으로 재송신 문제는 사업자의 개별 계약 사항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재송신 협의회 역시 재판부의 간접강제 인용에도 불구 자율적 합의를 통해서 해결하자는 취지로 운영돼 왔다. 이날 상임위원 간 논의는 재송신 대가 산정 논의가 결렬돼 시청자의 시청권이 보호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과거의 안정적인 상황을 전제로 구성됐던 정책을 재검토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골자다.

23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해당 조치들을 논의한다는 것인가.

오늘 채택된 권고문에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갈 경우’ 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23일까지 협상이 원만히 되지 않거나 일방이 불성실하게 참여하는 경우 또는 지나치게 자사 이익만을 주장할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로 논의된 것. 타결 시한 여부와 상관없이 방송중단이 이뤄졌을 때 취한다는 의미다. 이와 별개로 의무재송신 채널 범위의 변화나 분쟁의 해결방법 강화 등 근본적인 제도개선에 관한 부분은 협상 결과와 무관하게 진행할 것.

행정적 조치가 시행되면 지상파나 케이블이 부담해야할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오늘 검토된 조치는 상임위원들이 자유롭게 논의하는 가운데 나온 내용이다. 조치가 시행될 때 양측의 부담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산정된 바가 없다.

케이블 사업자들이 방송 광고부분 삭제하는 방안 등을 실제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장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시청자들이방송을 못보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나.

방통위가 법적·행정적 조치를 검토했다는 의미는 논의 과정에서 양사 간 계약 문제 외에도 제도적인 베네핏이나 코스트도 있다는 것도 고려하라는 의미다. 이를 인지한다면 양측이 23일을 넘겨가면서 파국을 맞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래도 극단적인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는 지상파나 SO가 취하는 조치나 합법·불법 여부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

시청자들이 불안해할 수도 있는데 방통위가 이런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업자들에게만 권고하지 않고 굳이 공개하는 이유는.

우선은 사업자들에게 23일까지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하면서 자율적으로 타협해달라는 주문을 하는 것. 또, 방통위 입장에서는 규제기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해서 방관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역할은 최대한 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미다. 예쁘게 봐달라.

세 가지 검토방안 중 가장 쉽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딱 세 가지 조치만을 검토한 것은 아니고 대표적으로 논의된 것 중 중요성이 있는 것을 적시했다는 점을 전제한다. 세 가지 모두 법적이나 행정 절차상 어려운 것은 아니다. 우선 지상파 방송사의 방송발전기금 산정시 기준이 되는 광고 매출액을 총매출액으로 모수를 변경하는 방안은 방송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지만 기금의 퍼센티지를 바꾸는 부분은 고시로 돼 있어 방통위가 의결만 하면 변경이 가능하다. 케이블의 지상파 채널 변경 시 지상파 동의 절차를 폐지하는 방안도 방통위 의결만으로 가능하다. 세 번째, 케이블 방송사의 자사 광고 시간 축소나 폐지 방안은 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니며 자율적인 사항이다. 방통위가 개입한다면 행정지도를 통하거나 입법이나 시행령 등을 통해 제도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협상카드를 종편채널 협상에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는데 방통위가 뭔가 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압박용으로 구체적인 카드를 꺼내든 것이 아닌가.

방송정책을 순수하게 봐달라. 지금 이러한 조치들을 논의하는 것은 오히려 늦은감이 있다. 시청자의 시청권을 얘기하는데 어떻게 종편채널과 연관되는지 모르겠다. 지난달 28일 재판부가 간접강제권을 인용하면서 29일부터 매일 1억5천만원이라는 간접강제금이 카운트되고 있다. 이만큼 협상의 상황이 변했다. 만약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면 반대로 방통위는 팔짱만 끼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을 것.

지상파 측에 간접강제 이행 조건을 유연하게 하라는 권고는 간접강제 집행시점을 24일로 해달라는 것과 상통하는 것인가.

23일까지 협의회를 운영키로 했는데 CJ에 가해지는 집행강제금이 CJ나 케이블로 하여금 협상에 나설 수 없게 하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 강제집행을 당하는 쪽은 케이블이므로 케이블이 지상파와 마주 앉아 논의할 수 있는 유연성을 보여달라는 취지다. 집행시점을 언제로 조정하는지는 전적으로 양측에 달렸다.

지난해에도 재송신 문제를 연내에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왜 지금까지 늦어질 수 밖에 없었나.

재송신에 대한 재판이 함께 진행되면서 복잡하고 미묘한 부분이 있다. 최근에야 2심판결이 나서 대법원에 상고가 됐다. 재판 진행에 오해가 있을 소지가 있어 직접적인 중재가 어려웠다. 재판과 협상이 진행되면서 케이블이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것도 상당히 논의가 진전된 결과다.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고 케이블이 저작권도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가산정 논의는 있을 수 없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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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논의된 조치들이 양측이 협상을 조속히 수행할 만한 엄청난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고 보는데.

방통위가 내놓은 조치의 취지는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정부에 기여하는 부담도 늘리겠다는 것. 사업자들이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정부가 이런 부분을 유념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들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