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재송신 협의체, 다시 산으로?

일반입력 :2011/09/07 07:00

정현정 기자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 간 재송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방송통신위원회 협의체가 겨우 가동을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도 전에 파열음이 생겼다.

지상파 측은 케이블이 재송신 협의회 운영을 위한 합의사항을 파기했다며 들고 일어났다. 케이블이 재송신 협의회 논의 과정에서 나온 내용을 관련 소송에 참고자료로 제출했다는 이유다. 협의회 참여를 지속할 지 여부도 재검토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방송협회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는 6일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제기한 간접강제 신청 심리를 앞두고 성명서를 제출해 케이블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상파는 성명서에서 지상파방송과 케이블SO들은 협의의 전제 조건으로 협의체 논의 사항이나 개별 주장을 진행 중인 관련 소송에 제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서 그럼에도 케이블은 신의성실을 저버리고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울 가처분 재판부에 제출해 가처분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법원이 내린 결정을 무력화하기 위해 방통위의 대가산정 협의체를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지난달 재송신 협의회 킥오프 회의에서 내부 논의사항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케이블 측 소송대리인이 지난 2일 재판부에 이를 관련 자료로 제출하자 지상파가 문제삼고 나선 것. 지상파 측이 항의하자 케이블은 6일 증거자료 철회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케이블 관계자는 외부 비공개 원칙에 대한 합의가 있기는 했지만 법적 판단을 위한 참고자료로 법원에 관련 내용을 제출하는 것을 공개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케이블 업계는 지상파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기 제출한 자료를 철회하고 다시 제출해 간접강제 심리 절차에서 해당 내용은 다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지상파 측이 재송신 실무협의체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의도로 이를 문제삼아 성명을 발표하고 케이블을 비난하고 나섰다는 설명이다.

양측이 또 다시 엇갈린 주장으로 서로를 비난하고 나서면서 당장 방통위의 재송신 실무 협의회 운영도 차질을 빚게 됐다.

방통위는 지난달 24일 지상파 3사와 케이블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지상파 재송신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협의회 운영을 통해 대가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이 기준에 따라 각 사업자별 사정에 맞게 재송신 계약이 이뤄지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협의회 성과에 대해 사업자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오히려 개별 협상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이달 중 판결을 앞둔 사법부 판단에 지상파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5부는 이날 지상파 3사가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제기한 간접강제 신청에 관한 심리를 진행하고 이달 중 지상파3사와 CJ헬로비전 간 가처분 판결과 관련된 간접강제, 가처분 이의신청, 강제집행 정지 등 3개 사건에 대한 결론을 한꺼번에 내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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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송신 실무 협의회는 오는 19일 세 번째 회의를 앞두고 있다. 어렵사리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이날 성명을 두고 상반된 주장을 되풀이 할 경우 생산적인 논의는 기대하기 힘들다.

방통위는 협의체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지상파가 또 다시 방통위가 마련한 테이블을 박차고 나갈 경우 사실상 재송신 문제는 통제 불능 상태에 놓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