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빙' 검색을 품은 파이어폭스 브라우저가 나온다. 모질라가 MS와 제휴해 빙 검색엔진을 탑재하고 그 웹사이트를 기본 홈페이지로 설정한 파이어폭스 버전을 만든다.
26일(현지시간) 이를 보도한 미국 지디넷은 '파이어폭스가 악의 제국과 손을 잡았다'고 썼다. 모질라와 MS가 손을 잡은 모양새가 마치 '아이폰을 쓰는 빌 게이츠'나 'MS판 리눅스를 쓰는 리누스 토발즈'처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이들 협력은 이례적으로 평가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모질라는 개방과 공유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오픈소스 진영을 대표하는 기업이며 파이어폭스는 개방된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되는 주요 제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MS는 독점적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온 기업이고 지적재산권과 배타적 특허를 통해 성장해왔으며 최근까지도 경쟁사 파트너들로부터 기술 라이선스료를 거둬들여온 모습으로 대조적이다.
모질라가 MS와 협력하는 배경은 재정적 도움을 얻기 위한 행보로 추정된다. 지난 몇년동안 모질라 매출의 핵심적 원천은 구글과의 검색 파트너십이었다. 사용자가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의 검색창을 통해 구글에 검색을 요청할 때마다 모질라는 구글의 검색광고 수익 일부를 나눠 받는다. 보도에 따르면 그 규모는 매주 수억건에 달해, 파이어폭스 검색창이 모질라 매출의 85~90% 수준을 이룬다. 지난해 모질라 연매출은 1억2천320만달러로 올랐지만 순익은 20%가까이 줄어들었다고 지디넷은 지적했다.
그 배경에는 구글 크롬 브라우저가 존재한다. 크롬은 파이어폭스 사용자 기반을 갉아먹고 있다. 크롬 점유율은 3년전 등장한 이래로 거침없이 늘어가는 가운데 파이어폭스 사용자 점유율은 하락 추세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크롬이 파이어폭스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고 한 인터넷조사업체가 보고했다. 이제 MS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점유율을 앞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몇년 전 IE의 대항마였던 파이어폭스의 역할을 크롬이 가로챈 모양새다.
모질라는 이렇게 파이어폭스 점유율을 잃는 동시에 둘도 없는 검색 수익 파트너와의 관계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PC 환경에 비해 모바일 브라우저 영역에서 파이어폭스의 입지는 훨씬 좁다는 것도 문제다. 애플 iOS, MS 윈도폰, 리서치인모션(RIM) 블랙베리OS 등은 웹킷 엔진 기반 내장 브라우저를 제공한다. 이들 OS에 모바일용 파이어폭스를 이식하기 어렵다. 비교적 대중적인 안드로이드 환경에서도 파이어폭스는 구글의 웹킷 기반 모바일 브라우저와 경쟁하는 처지다. 최근 구글이 장기적으로 안드로이드에 PC용 크롬을 이식할 계획을 제시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모질라도 파이어폭스 개발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PC환경에서 크롬에 뒤처지면서 구글의 빠른 개발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체제를 갖췄고 이미 실행중이다. 파이어폭스 정식판, 베타, 알파(오로라), 불안정판(나이틀리 빌드), 4가지를 동시 개발한다. 구글이 불안정한 최신기능판, 베타 버전, 정식 안정화 버전, 3가지 크롬을 만들어 내놓는 것에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지디넷은 크롬이 등장한 이후 파이어폭스의 위상은 빛바랜 것이 됐다고 잘라 말한다. 이에 모질라는 매출을 충당하기 위해 다른 방편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모질라가 MS와의 협력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인지다. MS 빙 팀의 담당자 토르 스테이너가 발표한 내용, 파이어폭스 사용자들이 빙 검색엔진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설명은 모질라가 얻게 되는 이점을 설명하기에 불충분하다. 게다가 사용자 입장에선 빙을 탑재한 파이어폭스 버전을 내려받거나 일반 파이어폭스에 빙 검색을 설치할 수 있는 부가기능을 쓰거나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파이어폭스 사용자들을 새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MS 빙 검색 서비스에 이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부문에서 구글과의 싸움에 다소 밀리고 있는 MS가 모질라에게 일정 부분 도움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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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디넷 블로거 스티븐 J. 보건 니콜스는 지난 2006년 MS과 노벨의 제휴는 많은 자유소프트웨어 애호가들을 격노케 했다며 MS와의 접점 때문에 오늘날 (노벨의) 수세리눅스 배포판을 건드리지도 않는 사용자들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같은 일이 빙을 탑재한 파이어폭스 버전에도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모질라가 당장 MS와의 제휴로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인지는 몰라도 오픈소스 사용자 기반이 떨어져나갈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칭찬하기 어려운 행보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