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미국)=김우용 기자]“애플의 경쟁력은 생태계의 단순함에 있다. 아이튠스 하나로 사용자 경험을 통일하기 때문이다. 콘텐츠, 단말기, 사용자의 생태계는 콘텐츠 사업모델의 결정적 요소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등의 기기와 사용자 모두를 아이튠스란 생태계 속에 집어 넣는다. 사용자는 애플 생태계 안에서 애플리케이션, 음악, 동영상, 책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쉽게 이용한다.
아이튠스는 콘텐츠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창이면서 포털이다. 콘텐츠 사업자는 애플이 정한 규정에 따라 자신의 콘텐츠를 아이튠스에 제공하고, 애플은 그를 각 사용자에게 판매한다. 수익배분도 명확하다.
크리스 알렉산더 아카마이 최고전략책임은 11일(현지시간) '아카마이 엣지2011' 현장에서 커넥티드 디바이스 시대의 경쟁력을 생태계로 들며 이같이 밝혔다.
아이튠스라는 단일 생태계는 그 단순함만으로 사용자에게 최고의 서비스다. 사용자는 어떤 기기서든 콘텐츠 열람, 구매, 이용까지 동일한 경험을 제공받는다. 애플의 강력한 경쟁력이자 사용자를 묶어두는 최고의 미끼다. 이 경험은 TV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삼성, LG는 콘텐츠가 없다
반면 애플 경쟁사들의 상황을 보면 커다란 차이를 볼 수 있다. 애플과 같은 제조사 중심의 광대한 생태계가 없다.
크리스 알렉산더는 “2015년이면 사용자별로 5대의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소유하게 된다”라며 “이는 모바일 기기의 사양과 OS를 복잡하게 만들어 CP와 제조사의 투자부담을 늘리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는 휴대폰은 안드로이드, MS 윈도폰 등의 여러 OS로 제품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애플리케이션은 구글에, 콘텐츠 제공은 CP에게 의존한다.
제조업체는 CP에게 콘텐츠를 제공받는 경우, CP측에 하드웨어 사양에 따른 콘텐츠 최적화 책임을 맡긴다. 제품마다 CPU, 메모리, 디스플레이 크기 등 저마다 다르고, 포맷도 다르다. CP의 개발 부담이 막대한 구조다. 수익배분 역시 계약마다 제각각이며 유료 판매모델도 부족하다.
휴대폰에서 태블릿으로, 여기에 TV까지 더하면 생태계의 부재는 더 명확해진다. 모바일 기기와 달리 삼성과 LG의 스마트TV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다. PC는 말할 것도 없다.
애플과 삼성-LG의 차이는 생태계 헤게모니를 누가 갖느냐에서 결정적으로 갈린다.
애플은 콘텐츠 제공사에게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한다. 생태계를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구성해 CP의 볼멘소리를 억누를 정도의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CP는 애플을 전면에 세워 뒤에서 콘텐츠로 돈을 번다. 갑을관계처럼 보이지만 책임을 애플에 일임하는 것으로 CP의 부담을 줄이는 형태다.
삼성과 LG는 다르다. 생태계는 제각각이며 CP의 행보에 휘둘린다. 겉모양은 제조사와 CP가 동등한 입장에 선 듯하지만 사업모델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CP의 부담증가와 제조사의 서비스 경쟁력이 마이너스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애플, N스크린에서 더 큰 힘 발휘...아카마이가 지원
N스크린으로 가면 애플이 구축한 아이튠스 생태계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아이폰에서 감상하던 동영상을 아이패드에서 보게 되면 기기를 바꾼 그 순간, 그 시점부터 동영상을 이어 볼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애플은 사용자 정보를 아이튠스 계정으로 단일하게 만들었다. 싱글사인온이 자연스럽게 실현된다. 사용자 계정과 각종 트래픽 정보를 사용해 N스크린을 쉽게 구현한다.
애플의 아이튠스는 단순히 콘텐츠를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하도록 하는 ‘전송’에서 경쟁력을 얻는다. iOS나 콘텐츠 다운로드 및 업로드는 모두 CDN업체 아카마이의 역할이 컸다. 최근 타계한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아이튠스 개발 단계부터 아카마이를 참여시켜 안정적이고 지능적인 딜리버리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앞서 나온 N스크린의 경우도 아카마이 솔루션 덕이다. 알렉산더는 “애플의 모든 기기는 아카마이의 비콘(BEACON) 소프트웨어를 기본으로 탑재했다”라며 “이 소프트웨어가 사용자 계정과 각종 정보를 수시로 애플 측에 전송함으로써 끊김없는 N스크린을 구현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아카마이는 인텔리전트 플랫폼이란 서비스를 판매한다. 인텔리전트 플랫폼은 캐싱, TCP 최적화, 라우팅, 다이나믹 스트리밍, 모바일 최적화, 보안, 모니터링, 분석 등의 광범위한 CDN 서비스를 포함했다.
이 플랫폼은 전세계에 구축된 약 10만대 규모의 서버와 1천곳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아카마이 엣지 서버 네트워크에 기반한다.
알렉산더는 “삼성과 LG전자가 인텔리전트 플랫폼과 협업을 통해 아이튠스와 같은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확실한 예가 동영상이다. 아카마이는 고화질 동영상 전송서비스인 HD네트워크와 사용자 아이덴티티 서비스를 통해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돕는다.
HD네트워크는 사용자 디바이스의 OS, 하드웨어 사양에 상관없이 동영상을 최적화해 전송하는 서비스다. 아카마이의 엣지서버는 사용자 디바이스 사양에 맞는 코덱으로 변환해 전송한다. 사용자 기기의 네트워크 상황에 맞춰 적절한 비트레이트로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CP는 동영상 포맷을 하나만 만들어 아카마이에 전송을 맡기면 그만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나 갤럭시탭10.1이나 스마트TV를 불문하고 방송사의 드라마가 최고의 품질로 사용자에게 제공된다.
사용자 아이덴티티 서비스는 사용자가 디바이스, 서비스마다 개별적으로 달리 사용하는 로그인 시스템을 여러 단말기 대신 아카마이의 클라우드에서 수행하는 것이다. ID에 기반해 사용자의 트래픽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사용자가 기기를 바꿀 때 적절한 포맷, 비트레이트로 변환시키게 된다. 사용자는 가장 최근의 시점부터 동영상을 이어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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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CP는 애플과 마찬가지로 단일 포맷으로 콘텐츠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사용자에게 창을 열어 콘텐츠를 열람하고 이용하도록 한다. 중간은 아카마이의 전송 네트워크로 이뤄진다.
자연스레 단말기 제조업체와 CP, 사용자로 이뤄진 생태계가 단일하게 구축된다는 설명이다. 제조사가 사업의 주도권을 확실히 가지면서 수익배분 모델을 명확히 할 수 있게 된다. 알렉산더는 “사용자는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기기와 시공간을 막론하고 제공받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