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 임베디드, 스마트폰과 이별 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임베디드 사업부는 개인용 멀티미디어 단말기와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에 대한 욕심을 접었다. 윈도폰이 기반하는 핵심 영역 '커널'은 여전히 임베디드 제품 기술에 뿌리를 박고 있지만, 사업적 비전이 갈라선 모양새다.

우선 MS는 지난해 2월 스마트폰 시장에서 '윈도폰' 시리즈로 반격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윈도폰은 기존 스마트폰 OS였던 윈도모바일(WM) 6.5 버전과 마찬가지로 '윈도 임베디드 컴팩트 에디션(WECE)' 계열로 분류된다. 1개월 뒤 출시된 '윈도 임베디드 컴팩트(WEC) 7' 버전과 같은 커널이다. 그런데도 MS는 윈도폰에서 WM용 애플리케이션 호환성을 포기해 사실상 WM의 숨통을 끊었다.

이어 지난해 9월, MS는 윈도 임베디드 담당조직을 ‘서버 툴 사업부(STB)’의 하위 부서인 '관리, 보안 부서(MSD)' 안에 배치했다. STB는 윈도 서버와 윈도 애저, 비주얼 스튜디오 등 기업용 서버와 클라우드, 개발자 도구를 아우르는 사업을 맡아온 엔터프라이즈 전문 사업부다. MSD는 STB의 보안, 연결성, 관리 지원 제품과 연계성을 지원한다.

이를 보도했던 미국 지디넷 MS 전문 블로거 마리 조 폴리는 “향후 MS 임베디드 운영체제(OS) 전략이 ‘윈도 임베디드 스탠더드(WES)’나 ‘윈도 임베디드 컴팩트(WEC)’ 등 소비자 기기용 제품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궁금하다”고 평했다.

괜한 의문이 아니다. 조 폴리가 언급한 윈도 임베디드 시리즈, WES와 WEC는 전자사전, PMP, MP3, PDA, 내비게이션 단말 등 개인용 기기에 탑재돼왔다. 임베디드 사업부가 WES나 WEC 등 개인 소비자용 기기 시장에 특화된 제품들을 유지한 채 STB에 들어간다는 소식은 의아한 상황이었다. STB에서 이같은 개인 소비자용 윈도 임베디드 기기를 통해 어떤 시너지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긴 어려웠던 것이다.

이에 MS측 대변인은 “STB 사업부와 관련된 조직개편은 ‘WEC 7’과 ‘WES 7’을 포함한 기존 윈도 임베디드 기술 플랫폼 어느 것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MS의 '엔터프라이즈' 핸드헬드 디바이스 전략에는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교묘한 화법이지만, 당시 얘기와 달리 STB에 들어간 임베디드 사업은 이후 전략상 변화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는 산업 환경에 사물 통신이 실현된 이후 그 기계간 네트워크 환경이 사업 인프라 관리나 데이터에 기반한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를 지원하는 지능적 사물 연결망, ‘인텔리전트 시스템’으로 진화해 더 큰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는 회사측 판단에 기반한다.

■윈도 임베디드, ‘서버 툴 사업부’에 들어간 이유

MS 관계자에 따르면 임베디드 수요가 지능형 시스템으로 나아갈 것을 인식하고 윈도 임베디드를 STB의 보안, 연결성, 관리 지원 제품 등과 맞물리게 해 인텔리전트 시스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시너지를 겨냥했다는 게 지난해 9월 MS가 STB 하위 부서 MSD에 윈도 임베디드를 배치한 배경이다.

또 MS 관계자는 “지난 10간 서로 고립된 존재로 여겨지던 기기들이 서로 또는 기존 네트워크에 연결돼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자동화하는 ‘사물 통신’ 개념이 최근 대두된다”며 “임베디드 OS는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네트워크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사물들에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추세에 대응해 윈도 임베디드는 OEM 제조사, 그 기기를 다루는 기업, 클라우드로 이어지는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MS는 밝혔다. 제조, 소매업, 의료, 자동차 산업에서 기기,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인프라로 돌아가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소매업체 소비자는 센서, 터치 스크린 등 기술이 적용된 환경에서 쇼핑을 경험할 수 있다. 판매시점(POS)기기, 매장안내 기기, 디지털 사이니지, 휴대용 기기가 모바일 서비스로 연계된다. 각 기기들은 매장운영 시간, 방문자 성별에 따른 프로모션이 가능하며 터치 스크린 인터페이스로 구매자에게 상품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한다.

소매업체들은 재고량, 제품 수명, 기타 데이터를 관찰해 재고를 관리하고 매장 프로모션을 조정하는 등 운영 정책을 실시간 반영할 수 있다. 이 가운데 MS의 디바이스 관리 기술이 윈도 임베디드를 적용한 사업자들의 단말기, 콘텐츠, 보안성, 운영 소프트웨어를 모두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게 MS측 주장이다.

■MS 인텔리전트 시스템 개발

케빈 댈라스 MS 윈도 임베디드 담당 전무는 “클라우드 기반 사물통신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윈도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제공하는 툴, 플랫폼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개별 고객들의 특정한 요구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S는 앞서 언급한 투자들을 마치면 사물 통신을 구현하고 부가가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인텔리전트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회사는 인텔리전트 시스템 윈도 애저, SQL 애저, 오피스 365같은 클리우드 컴퓨팅 서비스로도 확장된다고 설명한다. 기업들이 장기적 추세를 관찰해 사업 계획을 짜고 다음 분기 협상 방향이나 제품 구성을 고민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MS는 인텔리전트 시스템의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 3월 ‘윈도 임베디드 디바이스 매니저(WEDM)’를 선보였다. ▲커넥티드 스마트 디바이스 작동 기능 ▲다른 기기에 저장 및 전송되거나 기업으로 재송신되는 데이터 생성 ▲디바이스 혹은 기업에 대한 분석 수행 기능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툴과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 인프라에 연결된 인텔리전트 시스템 관리를 돕는다. 기업 인프라 관리 솔루션 ‘시스템 센터 컨피규레이션 매니저(SCCM)’를 확장시킨 것이다.

향후 MS는 18~24개월 동안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기로 예고했다. 예를 들어 코드명 ‘폰테키오(Pontecchio)’가 예측 가능성이나 데이터 전달 효율을 높이는 프로젝트다.

회사는 시스템이 설치형이든 프라이빗이나 퍼블릭 클라우드든 가능하도록 보안, 계정관리(IM) 기술에도 투자해왔다. 직원들이 네트워크와 데이터 보안을 유지하도록 위함이다. 개발자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과 API를 제공한다.

■사물통신 협력 생태계 전략

또 유럽 MS 이노베이션 센터(EMIC)는 이미 ‘MS SQL서버 2008 R2’ 제품에 포함되는 실시간 데이터분석 서비스 ‘스트림인사이트’를 개발했다. 클라우드에 연결되는 특정 산업용 기기를 활용해 얻은 데이터로 서비스와 사업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것이 기업들의 요구라는 판단이다.

윈도 임베디드 사업부는 EMIC 외에도 OEM 비즈니스, 중국 MS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센터, 윈도 클라이언트, 서버 및 툴 사업부와 같은 MS 내부의 다른 그룹들과 밀접하게 협력중이다.

회사는 인텔과도 공동으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독립 소프트웨어 개발사(ISV)나 독립 하드웨어 개발사(IHV) 등 윈도 임베디드 파트너 프로그램(WEPP) 회원사, 유통업체 및 시스템 통합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MS는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를 인용, 고성능 마이크로프로세서, 연결성, OS를 갖춘 인텔리전트 시스템 시장은 현재 1조 달러 규모에 이르며, 오는 2015년까지 현재 시장규모의 약 2배인 2조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이 동안 전세계 주요 전자시스템 출하량 3분의 1 이상을 인텔리전트 시스템이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댈라스 전무는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수적 증가 외에도 성능과 기능면에서 상당한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수십 억대의 디바이스들이 수집하고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비즈니스의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