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회장 “고객은 차별화된 제품에 돈 낸다”

월든라인스 멘토 회장

일반입력 :2011/09/05 15:38    수정: 2011/09/05 17:52

손경호 기자

고객들은 차별화된 제품에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15달러짜리 휴대폰이 있는데도 749달러짜리 아이폰4(32GB)를 구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3위 반도체설계툴(EDA) 공급업체인 멘토 그래픽스 월든 C 라인스 회장은 지난 2일 한국멘토가 서초동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개최한 ‘테크디자인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반도체 기업이 가져야 할 ‘차별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반도체 산업 중 가장 대표적인 차별화 성공사례로 손꼽혔던 것은 필드프로그래머블게이트어레이(FPGA) 분야였다. 멘토 그래픽스에 따르면 자일링스·알테라가 거의 시장의 80%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이 분야는 평균 매출액총이익률(GPM%, gross profit margin percent)이 작년 기준 66%에 달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메모리 산업의 경우 GPM%는 29%에 불과했다.월든 C 라인스 회장에 따르면 GPM%는 반도체 기업의 제품이 얼마나 차별화됐는지를 알려주는 척도로 매출액에서 마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낸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차별화가 잘 된 기업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속적인 차별화를 위해서 제품-인프라-에코시스템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만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FPGA는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와 종합반도체 업체 등이 특정한 반도체 제품을 개발할 때 임의로 설계 내용을 변경할 수 있게 만든 일종의 반제품이다.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가 설계툴을 이용해 회로를 입력하면 FPGA 상에 그대로 회로가 구현되는 것이다.

월든 C 라인스 회장은 “(반도체 제조) 공정은 줄이고, 설계에 집중하며, 관련 설계 자산(IP)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서드파티 IP회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점 등이 FPGA부문의 차별화 성공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반도체 기업이 성공적으로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두 가지 방법을 사례로 설명했다. 꾸준한 제품 개발을 통한 방법과 자사가 가진 일부 특허를 포기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의 경우는 ARM이 대표적인 사례다. 모바일에 특화된 32비트 임베디드 프로세서를 개발하면서 ARM만의 에코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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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그는 자신의 IP 일부를 희생한 사례로 어도비와 TSMC를 들었다. 어도비는 PDF분서 뷰어인 어도비 리더를 무료로 배포하면서 개발자에게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는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일종의 카달로그를 제작해 팹리스 업체들에게 공개했다. 팹리스 업체 엔지니어들은 카달로그를 보고 필요한 공정을 고른 뒤 TSMC에 주문제작을 의뢰하는 식으로 비즈니스를 이어가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월든 회장은 GPM%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경쟁력있는 회사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GPM%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하더라도, 공정기술을 개선해 원가절감으로 이익을 얻는 회사들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멘토 그래픽스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설계 솔루션 공급업체로 차량·항공 분야의 전자 설계 솔루션을 제공하는 유일한 EDA업체이다. 월든 C. 라인스 회장은 TI 반도체 그룹의 부사장으로 50억 달러 비즈니스를 이끌었으며 지난 21년간 디지털시그날프로세싱을 포함한 TI의 반도체 기술의 초석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멘토 그래픽스의 자회사인 한국멘토(대표 양영인) 역시 올해로 국내 진출한지 25주년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