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솔로몬 앞에 애 놓고 싸우는....”

일반입력 :2011/08/29 13:02    수정: 2011/08/29 13:40

“1.8GHz에 KT나 SK텔레콤이 여기에 돈을 쏟는 것이 옳은 것인가 생각했다. 솔로몬 왕 앞에서 애를 놓고 내내 싸우는 심정이었다.”

이석채 회장은 29일 긴급히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1.8GHz 대역 주파수 경매를 포기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에 앞서 그간 심정을 이같이 표현했다.

이 회장은 “아침에 임원들과 긴급회의를 하면서 여기서 경매를 스톱하고 이를 역사적 과제에 쏟는 것이 옳다고 결정했다”며 “800MHz를 900MHz와 연계하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주파수 효율성 측면에서 1.8GHz를 KT가 가져가는 것이 맞는 결정이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광대역을 보유한 통신사가 없어 향후 어떤 통신사도 LTE(Long Term Evolution)에서 제 속도를 내기 어려워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앞으로 기술발전 추세를 고려해 KT가 1.8GHz, SK텔레콤이 800MHz를 확보하는 것이 맞다”며 “국가 장래와 국민, 그리고 통신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이러한 결론이 적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불행하게도 막상 경매에 들어가니까 과열 경쟁과 승자의 저주라는 우려가 있었다”며 “스마트의 시대에는 클라우드에서 얼마나 우월한 위치를 점하느냐가 대한민국 산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여기에 돈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향후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시장에서 혁신적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주파수 확보에만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날 이석채 회장이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1.8GHz의 적정 가치는.

“우리가 만약 1.8GHz를 확보했으면 150Mbps에 이르는 광대역 서비스가 가능했다. 이를 다른 대역에서 구현하려면 투자비가 더 들고, 효율도 떨어진다. 이를 감안해 전문가들과 실무자들은 1조5천억원 정도로 내다봤다. 하지만 다른 곳에도 써야할 돈이 많다. KT CEO를 맡을 때부터 KT의 발전을 통해 우리나라의 ICT 발전을 도모한다고 했다. 우리 경제의 발전도 도모한다고 했다. ICT 발전과 스마트 혁명을 통해서 젊은이들한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줘야 한다.”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나.

“국민들 걱정이 많았다. 굳이 국민한테 걱정 끼치면서까지 경쟁을 할 필요는 없었다.”

4G 주파수 전략은.

“우리가 왜 1.8GHz에 집착했느냐 하면 장비운영, 투자비, 효율 측면에서 모든 것이 나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서 누군가 하나는 어디선가 멈춰야 했다. KT는 다른 대안도 많다. 주파수뿐만 아니고 글로벌하게 광범위한 협력이 속속 발표될 것이다.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에서도 할일이 많다. 클라우드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 시켜야 한다.”

주파수의 가치 외에도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이 있다면.

“제한적인 소스를 어디 투입하는 것이 좋으냐하는 생각을 항상 했다. 주파수 전문가는 주파수만 생각하지만 KT CEO는 수많은 프로젝트 생각해야 한다. 그 프로젝트는 우리 경제와 ICT 산업 발전을 위해서 하나같이 소중하다. 현재와 같은 출산율이라면 지금의 청소년이 성인이 되면 피부양인이 일대일이 된다. 이건 불가능하다. 유일한 해결방법이 스마트워킹이다. 출산을 안심하고 할 수 있고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유일한 활로가 ICT를 통한 스마트시대 구현이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동시오름입찰방식의 주파수 경매, 개선책은.

“정통부 장관할 때 돈 많은 사람들이 주파수 다 가져간다고 했다. 효율성이 높으면 괜찮은데 어긋나면 문제 되지 않겠나. 효율을 깨트린다면 문제 있는 제도다. 정책당국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아울러 주파수 대역이 광대역 되는 것이 제일 좋다. 이걸 무한정 경쟁으로 하면 소비자 부담이다. 기업은 국민 마음을 헤아리고 걱정 안 시켜야 한다. 돈 쓸데가 주파수 밖에 없다면 모르겠지만 써야할 곳이 많다.”

2G 서비스는 예정대로 9월말 종료하나.

“협조를 당부한다. 2G 고객들은 귀찮겠지만 훨씬 더 네트워크도 좋고, 단말기도 많다. 번호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사실 모든 것이 좋다. KT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해 LTE로 빨리 전환할 수 있다. 전 국민에게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이것이 세계로 연결되면 의미 있는 무형상품이 전 세계에 유료로 판매되는 길이 열릴 것이다.”

무제한 요금제 폐지에 대한 입장은.

“공급 확대로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수요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있어야 공정하게 쓸 수 있다. 통제해야 한다.”

관련기사

망중립성에 대한 입장은.

“정부와 국민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집전화와 같이 엄청난 이익을 보장해준 서비스가 어느 날 갑자기 지붕이 무너지듯 흘러내렸다. 어떤 기업도 변화 앞에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변화를 예측하고 힘을 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