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냐, 명분이냐’
오는 28일 국내 첫 주파수 경매 신청 마감을 앞두고 SK텔레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G LTE(Long Term Evolution) 주파수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800MHz와 1.8GHz 선택의 방향이 180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4G LTE 서비스를 위한 광대역 주파수 확보를 위해 800MHz와 1.8GHz 주파수를 놓고 마지막 저울질을 하고 있다.■계륵 ‘1.8GHz’
SK텔레콤 입장에서 1.8GHz는 계륵이다. 차지하자니 부담이고 남 주기는 아깝다.
SK텔레콤이 1.8GHz의 20MHz(양방향 기준)를 차지할 경우 주파수의 효용가치는 중·장기적으로 800MHz의 10MHz 폭보다 크게 낫지 않다. SK텔레콤이나 KT가 800MHz·1.8GHz를 확보하려는 이유가 4G LTE에 필요한 광대역폭의 주파수를 차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SK텔레콤은 KT가 1.8GHz를 차지할 경우 LTE 품질경쟁에서 열위에 놓일 것을 우려한다. KT는 기보유한 1.8GHz(20MHz)에 추가로 1.8GHz(20MHz)를 확보할 경우 40MHz폭을 갖고 LTE 서비스에 나설 수 있다.
SK텔레콤이 사실상 LG유플러스 차지가 된 2.1GHz에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도 유사한 이유다. 기보유한 2.1GHz(60MHz)에 맞붙어 있는 2.1GHz(20MHz)를 추가로 확보할 경우 3G에서도 80MHz폭을 활용해 광대역 서비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800MHz 대역에 30MHz폭을 보유한 SK텔레콤은 우선 이 대역의 10MHz(단방향 5MHz)폭을 비워 이달 LTE 상용화에 나섰지만, 1.8GHz를 포기할 경우 800MHz의 추가 주파수 확보를 위해 2G 서비스를 빨리 종료해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가 915만명(5월말 기준)에 이르는 2G 가입자를 2014년까지 정리하고 4G로 완전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SK텔레콤은 871만명의 2G 가입자를 조기에 정리할 계획이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반면, KT는 기존 1.8GHz 대역에 남아 있는 약 40만명의 2G 가입자를 올 하반기까지 정리할 계획이어서, KT가 1.8GHz를 차지할 경우 올 연말부터는 이를 활용해 LTE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저주파대역인 800MHz의 황금주파수를 독점해왔던 SK텔레콤이 경쟁사에 득이 될 1.8GHz 주파수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고 싶은 미끼 ‘800MHz’
SK텔레콤을 더욱 고민에 빠트리는 데는 투자비용과 800MHz 주파수의 중·장기적인 가치도 한 몫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800MHz(2G·LTE), 2.1GHz(3G), 2.3GHz(와이브로) 주파수를 운용하고 있지만 PCS용으로 할당됐던 1.8GHz를 사용한 적이 없어 기지국과 중계기를 구축하는데 있어 800MHz를 선택할 때보다 투자비가 많이 소요된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1.8GHz로 LTE 전국망을 구축할 경우 초기 투자비만 1조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경매로 나온 1.8GHz의 최저경쟁가가 800MHz의 2천610억원보다 많은 4천455억원이란 점도 부담이다.
오는 10월 플랫폼 분사를 위해 2천억원에 이르는 자사주 매입과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든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변수다.
특히 함께 경매로 나온 800MHz 대역(10MHz)이 기존 30MHz폭과 붙어 있어 향후 40MHz 폭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중·장기적으로는 끌리는 대목이다. KT가 자회사인 KT파워텔의 주파수 일부를 반납하면서까지 이를 SK텔레콤에 미끼로 던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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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체 관계자는 “아직 디지털 전환으로 확보될 700MHz 주파수의 용처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SK텔레콤이 경매로 나온 800MHz 대역을 무시하기만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오는 28일 800MHz와 1.8GHz 주파수 중 어느 쪽의 카드를 뽑아들 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