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사업자들이 잇따라 무선망 폭주에 대한 대책으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폐지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유선망에서도 갈등이 고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처럼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인터넷 동영상 업체들에 통신사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TV처럼 유선망에 부담을 주는 서비스가 등장하면 망중립성 논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美 씨넷 보도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와 2위 통신사업자 AT&T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면을 통해 기싸움을 벌였다.
■AT&T vs. 넷플릭스, ‘인터넷 종량제’ 놓고 설전
넷플릭스 법률자문인 데이비드 하이먼이 지난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논평을 통해 가입자들의 인터넷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종량제 정책을 비판하고 나서자 AT&T도 반격에 나섰다.
AT&T 법률자문 웨인 와츠도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낸 편지를 통해 인터넷 종량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기고를 통해 “겨우 2%의 사용자가 20% 네트워크 주파수 대역을 점유하고 있다”면서 “황금시간대 북미 인터넷 트래픽의 30%나 차지하는 넷플릭스가 인터넷 종량제의 반대한다는 게 놀랍지도 않다”고 응수했다.
AT&T는 지난 5월부터 초고속 인터넷 상품인 유버스(U-Verse)와 DSL 서비스에 대해 정액제와 초과과금제 등을 혼합한 ‘인터넷 종량제’ 모델을 도입했다.
AT&T 외에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컴캐스트와 타임워너가 비슷한 정책을 도입하는 등 인터넷 서비스 제공(ISP) 사업자들이 종량제 모델을 선택하면서 ‘무제한 데이터’를 놓고 무선에서 벌어졌던 상황이 비슷하게 재현되고 있다.
헤비유저의 상당수가 넷플릭스 가입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들과 그 가입자들이 발생시키는 엄청난 데이터 트래픽은 ISP 사업자들의 골칫거리다. 이는 ‘망중립성’ 규제와 맞물리면서 전 세계적 논란이 되고 있다.
■‘스마트TV’가 망중립성 논란 핵심으로...
우리나라 통신사들도 속앓이를 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는 무선 데이터 폭증 문제가 더 부각되고는 있지만 스마트TV 등 인터넷 회선을 통한 동영상 서비스가 활성화 되면 유선망 폭증 문제도 부각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효실 KT 상무는 “유선 5% 가입자가 49%의 트래픽을 점유하고 있고 20% 가입자가 95%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헤비유저의 트래픽 독점은 일반 이용자의 데이터 통신 장애를 야기하고 투자 부담을 발생시키는 등 역차별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통신사업자들은 헤비 유저의 데이터트래픽 점유 문제를 내세워 망중립성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공청회와 정책 자문 등을 통해 연내에 망 중립성에 관한 정책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가 활성화 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스마트TV가 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업자들은 스마트TV처럼 네트워크의 엄청난 부담과 대규모 망투자를 유발하는 서비스가 ‘무임승차(프리라이딩)’ 한다면 원활한 서비스 제공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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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고위관계자는 “무선 데이터가 폭증하는 것처럼 앞으로 유선 분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동영상을 전송하는 스마트TV처럼 새로 등장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이용대가를 부과해야 하고 제조사는 최소한 서비스 제공 전 네트워크 사업자와 제휴 등 선행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곧 스마트TV가 서비스를 시작하면 통신사업자들도 대가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유선분야에서 스마트TV가 현안으로 등장할 것”이라며 “논의의 1순위는 VOD나 비디오 트래픽에 대한 과금문제로 인터넷 포털이나 m-VoIP 보다는 유선망을 이용하는 비디오 서비스나 CDN 서비스의 과금 문제가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