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의 문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상식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첫 망중립성 세미나 이후 약 6개월 만에 열린 망중립성 토론회에서 통신사와 써드파티(인터넷·콘텐츠·제조사)업체 간 의견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스마트 시대 망중립성 정책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IT생태계의 확산·발전 측면에서 망중립성 제도 마련은 중요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지만, 그 방법론에서는 여전히 의견을 달리했다.
특히, 학계를 대표해 나온 패널들도 “이용자의 편익과 안정적 인터넷 이용, 이해관계자 간 상생을 위해 합리적 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추상적인 의견만 내놓았을 뿐, 뚜렷한 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다만, 망중립성 문제가 애플·구글과 같이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게 종속되지 않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는 색다른 주장이 제기됐다.
■시장 자율 vs. 법 규제
망중립성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통신사와 써드파티업체 간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통신진영은 정부가 이해관계자 간 자율적 합의와 시장 자율을 보장하고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동기 부여를 위해 네트워크 권한과 정당한 망 이용대가 부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트래픽 급증으로 통신망 투자와 트래픽 수용에서 미스매치가 증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네트워크 투자 위축 문제가 발생한다”며 “망중립성 문제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 가능하며 사후 불공정행위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써드파티업체는 망중립성 규제의 필요성 여부보다 망중립성 원칙을 국내 법 제도 하에서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논의하는데 집중하자며, 규제보다는 시장 기능에 의존하자는 통신진영의 주장에 반대했다.
한종호 NHN 이사는 “망중립성이 필요한 까닭은 합법적인 네트워크 트래픽 전송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을 가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특히 통신사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차별을 원천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통신진영에서는 망중립성으로 인한 네트워크 투자 위축을 주장하며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트래픽 폭증을 숫자로 제시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써드파티업에서는 네트워크의 개방성이 산업 구조와 경쟁의 기본 구도를 결정하고 산업 내 혁신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QoS 보장형 서비스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먼저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은 “이미 정부는 2004년 인터넷접속역무를 기간통시역무로 고쳤을 때 망중립성에 대한 원칙을 규제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통신사가 특정서비스에 대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차원에서 망중립성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망중립성, 도로교통법과 유사?
한편, 이희정 고려대 교수는 “망중립성 문제가 복잡하기는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문제는 아니며 보편적 상식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며 도로교통법을 그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네트워크는 현대에서 도로의 역할과 같다”며 “도로교통법에는 도로 관리권을 인정하면서 과적차량을 단속할 수 있고 자동차 전용도로를 통해 소비자를 차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의 중립성에 대한 합리적 차별을 할 때는 도로의 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차별인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교통 혼잡에 대해서는 교통유발금이라는 것을 부과하고 헌법의 평등권 차원에서 합리적인 차별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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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망중립성이 항상 바람직하지 만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모정훈 연세대 교수는 “망중립성이 저해되는 경우에 사회 복리후생이 증대된다는 연구결과가 학계에서 나오기도 했다”며 “망중립성에 대한 각국의 정책방향이 다른 만큼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고,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게 종속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설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