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에게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22일 나왔다. 소송을 제기한 5명 중 2명에 대해서는 인정, 3명에 대해서는 불인정이다.
절반만 인정됐지만 그동안 현장 유해물질 노출과 백혈병 발병 사이에 연관성을 주장해 온 노동자 손을 들어준 첫 사례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백혈병 논란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번 소송 외에도 삼성전자 온양 공장 등에서 근무하다 뇌종양 등을 앓게 된 노동자들도 노동환경이 발병의 원인이라며 지난 4월 행정소송을 냈다.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노동인권단체인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반도체, LCD 등 전자업계 노동자 백혈병, 뇌종양, 희귀 직업병 피해제보 수는 120명을 넘었고 이중 47명이 세상을 등졌다.
이번 재판은 삼성전자 기흥, 온양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악성 림프종 등 병을 얻은 근로자, 유족 등 5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지난 1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1년 5개월만에 결과가 나온 1심 판결에서 이미 세상을 이모씨와 황모씨에 대해서는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개인 면역 차이 등에 따라 백혈병이 발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모씨와 황모씨는 기흥공장에서 함께 2인1조로 근무했다.
하지만 남은 원고 3명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고 야간근무, 과로 등이 백혈병 유발요인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며 3명에 대해서는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1심으로다. 앞으로 2심, 3심 등 재판은 길어질 수 있다. 상고심에서 판결도 바뀔 수 있다. 일단 반올림은 패소한 원고 3명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항소할 계획임을 밝혔다.
반올림 이정란 노무사는 “노동자가 유해성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근거를 보완해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1심 판결이 갖는 중요성은 재해를 인정한 첫 사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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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이 진행되면 재판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1심에만 1년5개월이 걸렸다. 2심 판결은 통상 더 짧은 시기에 판결이 나오지만 수개월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족 등은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아직 별 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판결이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판결에 따라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가능성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