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PC업체 "봄날은 간다"

일반입력 :2011/06/05 16:08    수정: 2011/06/05 20:50

남혜현 기자

국내서 활동 중인 대만PC업체들에 빨간 불이 켜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업체들의 지난 1분기 국내 PC 판매 성적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체는 노트북과 데스크톱PC 등 전 제품군에서 실제 시장 점유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점유율이 상승한 업체에서도 실제 마진율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만업체들의 PC 판매 하락세가 ▲넷북 등 저가 제품 중심 라인업 구성 ▲고성능 제품군의 가격 하락세 ▲경쟁 업체 증가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PC업계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구매율'

특히 저렴한 가격과 휴대성으로 지난해 사랑을 받았던 넷북이 성능 문제가 제기되면서 재구매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큰 문제가 됐다.

국내 PC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노트북을 고를 때 성능, 무게, 가격을 중요하게 보는데 넷북은 이 중 무게와 가격을 만족시켰다며 그러나 성능 부문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타면서 재구매율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올 초 인텔 코어i 프로세서를 탑재한 고성능 제품군들의 가격이 1백만원 초중반대로 크게 떨어진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가속화했다.

실제로 넷북을 써본 소비자들이 '성능'을 중요한 구매요소로 생각하게 된 데 이어, 왠만큼 성능을 갖춘 신제품들의 가격이 낮아지자 수요가 대거 해당 제품군으로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에이서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노트북 시장 공략에 나선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혔다.

에이서는 올해 국내서 지사역할을 하는 사무실을 설립하고, 넷북을 비롯, 모니터와 데스크톱PC 등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가며 공격적인 판매정책을 펼쳤다. 이 와중에 사양별 노트북 제품을 경쟁업체 대비 큰 폭으로 낮은 가격에 제공한 것은 물론이다.

저가 노트북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던 대만 업체들 간에 시장 나눠먹기가 시작됐다는 게 일부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9만원 넷북, 팔면 팔수록 '손해'

국내서 활동 중인 A사의 경우 꾸준히 30만원 미만의 넷북을 판매 중에 있지만, 실제 수익률은 마이너스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을 한 대 팔면 그만큼 수익이 남아야 하는데 오히려 판매가 될 때마다 손해가 나는 구조란 이야기다.

그럼에도 대만업체들이 쉽게 넷북 판매를 포기할 수는 없다. 실제로 이 업체들이 국내서 인지도를 쌓게 된 것 역시 지난해 넷북 붐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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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제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수익이 나지는 않는다며 향후 제품 라인업 구성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 권상준 연구원은 넷북은 작년이 전성기였고 올해는 굉장히 감소가 됐다며 굳이 대만업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넷북 비중이 높았던 회사들은 지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