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삼성 소송]때리는 애플도 ‘코가 석자’

일반입력 :2011/04/19 11:18    수정: 2011/04/20 10:04

김태정 기자

자사 제품 디자인을 표절했다며 삼성전자를 제소한 애플이 한편으로는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의 집요한 소송 공세에 시달리는 중이다. 스마트 기기 패권을 놓고 물고 물리는 법정 공방이 안 그래도 뜨거운 것.

이는 결국 ‘원조’가 누구냐는 공방인데 지난 2007년에야 휴대폰 시장에 진입한 애플에게는 불리한 부분이 많다. 기존 휴대폰 강자들이 쌓아 온 통신 기술이 워낙 방대, 고유 방식으로만 제품을 만들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의 정의를 단순히 ‘아이팟+휴대폰’으로 보면 애플이 유리하지만 ‘컴퓨팅+휴대폰’이라면 리서치인모션-노키아 등이 원조다. 태블릿 역시 아이패드 이전에 도시바와 HP 등이 사실상 실패했지만 먼저 만들었다.

이에 대해 애플은 ▲기존 제품들은 대중성이 부족해 실패했고 ▲스마트 부흥기를 일으킨 아이폰-아이패드를 원조로 봐야한다는 주장을 펴왔지만 법률상 해석이 워낙 애매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도 난감한 모습이다.

■노키아-모토로라 “애플이 우리 표절”

우선, 노키아와 애플 간 특허 공방이 관전 포인트다. 휴대폰 기존 공룡과 신생 강자 간 기싸움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지난 2월 애플이 멀티태스킹 운영체제(OS)와 데이터 동기화, 통화 품질, 블루투스 액세서리 사용 등의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에 제소했다. 미국 외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진행 중이며 합치면 무려 46건에 이른다. 노키아 입장에서는 애플이 ‘카피캣’ 중 대장인 것이다.

노키아 측은 “애플이 베낀 우리 기술들은 대부분 아이폰이 나오기 전부터 만들어진 것”이라며 “애플의 표절 공세로부터 지적 재산권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모토로라와 HTC 역시 애플을 상대로 수십건의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애플 변호사들은 하루하루가 힘겹다.

물론, 애플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소송에 맞소송으로 대응했고, 지난해 노키아를 상대로 미국에서는 승소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제소는 이 같은 여세를 몰아 벌인 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애플 “싸우자니 잃을게 많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서 판매량 4위에 오르며 3위 애플을 위협했다. 구체적 판매량은 2천500만대로 (노키아 1억30만대, 리서치인모션 4천800만대, 애플 4천750만대) 애플 대비 절반 수준이지만 연 200%가 넘는 성장세가 주목된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 목표를 6천만대로 잡으며, 애플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애플 입장에서는 판매량만 앞섰을 뿐 점유율 하락으로 고심하는 노키아-리서치인모션보다 신경 쓰이는 주자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행사 때마다 유독 삼성전자를 지목해 ‘제품이 창고에 쌓였다’ 등 독설을 퍼붓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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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애플은 삼성전자로부터 아이폰-아이패드의 주요 부품을 공급받기에 큰 싸움은 자제해왔지만 결국은 터질 것이 터졌다. 삼성전자는 미국 전자업계서 두 번째로 많은 특허를 보유했기에 한번은 벌여야 할 싸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의 소송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고 맞소송에 나설 것”이라며 “소송과 별개로 부품 협력 비즈니스는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