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 애플을 상대로 한 삼성전자의 싸움은 한 마디로 곤욕이었다. 점유율 차이는 둘째 치고 ‘카피캣(Copycat, 모방꾼)’ ‘제품이 창고에 쌓였다’ ‘도착 즉시 사망’ 등의 독설을 자신에게 쏟아내는 애플을 두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은 삼성전자의 최우수 고객이다. 지난해 무려 50억 달러치의 부품을 애플에게 팔았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애플 독설에 대응하라는 주주 요구에 “고객사라 조심스럽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美특허 2위 삼성, 애플에 칼 뽑아
이 같은 양사 관계에서 많은 이들이 간과한 부분이 있다. 애플 제품에는 삼성전자가 미국서 특허 받은 통신표준 기술이 적잖이 탑재됐다는 것. 자세한 예는 당사자들의 영업비밀이지만 세계 휴대폰 업계서는 알려진 대로 알려진 얘기다.
삼성전자는 IBM에 이어 미국 내 특허 등록 수 2위에 올라있다. 휴대폰 기기 관련 특허는 거의 독식 수준이며, 분쟁 가능성이 있는 500여개는 특별 관리한다. 모바일 부문에서 삼성전자 특허를 피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다. 애플은 휴대폰 신인이기에 더욱 피해가기 힘든 현실이다.이에 따라 애플이 자사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제소를 두고 무리수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전면전으로 붙으면 애플 쪽 피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벌써부터 삼성전자는 “이번 기회에 애플의 통신표준 침해 사례를 낱낱이 밝히겠다”며 날을 세웠다. 미국 특허 2위가 빼든 칼의 파괴력은 예상조차 힘들다.
KTB투자증권 최성제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미국서 특허 등록 건수로 2위를 차지하고 있기에 분쟁시 교차라이선스를 십분 활용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피캣 대장은 애플?…노키아만 50여건 제소
외신들의 평가도 애플에 우호적이지 않다. 승소보다는 아이폰이 구축한 1등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견제 전략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울러 애플의 이번 제소를 놓고 국내 업계서는 출시가 임박한 삼성전자 갤럭시S2에 대한 이른바 '재뿌리기'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안 그래도 애플은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의 집요한 소송 공격에 몸살을 앓는 중이다. 휴대폰 시장 늦깎이 진입 때부터 예상됐던 결과다.
노키아는 최근 미국과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무려 50여건의 특허 침해 소송을 애플에 제기했다. 노키아 입장에서는 ‘카피캣’ 애플이 삼성전자에게 ‘카피캣’이라며 덤빈 상황이다.
노키아 측은 “애플이 베낀 우리 기술들은 대부분 아이폰이 나오기 전부터 만들어진 것”이라며 “애플의 표절 공세로부터 지적 재산권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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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이 문제들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자사에 우호적이었던 삼성전자까지 적으로 돌린 것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의 제소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 제품들은 휴대폰 지적재산권 강화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