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이어 위성까지…재송신 분쟁, 왜?

일반입력 :2011/03/30 13:06

정현정 기자

MBC가 내달 13일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스카이라이프에 대한 HD 방송 재송신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62만 스카이라이프 수도권 HD 방송 가입자의 시청권이 위협받게 됐다.

지난해 지상파 방송 송출 중단 위기까지 갔던 지상파와 케이블TV 간 재송신 갈등이 봉합되기도 전에 위성방송에까지 번지면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방통위는 지난해 지상파-케이블 간 재송신 갈등 이후 재송신 제도개선을 위한 전담반을 운영하고 당초 올 1월까지 제도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담반 운영 과정에서 의견 마찰과 업계 의견 수렴 등으로 일정이 지연되면서 최종 제도개선안 마련은 6월까지로 늦춰진 상태다.

입장이 엇갈리는 재송신 대가 정산 기준은 올 연말까지 고시키로 한데다 제도개선안에 따른 법령 개정 작업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재송신 제도개선 까지는 시일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방통위의 정책 결정이 늦어지는 사이 지상파와 케이블 간 재송신 갈등은 위성방송 등 다른 유료방송업계로 번지고 있다. 개별 사업자들은 사법부 판단에 의존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스카이라이프 62만 수도권 HD 시청자 어쩌나

MBC는 내달 13일부터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에 대한 수도권 지역의 HD 방송 신호 공급을 중단한다고 29일 밝혔다.

MBC는 “이번 재송신 중단 결정은 스카이라이프의 계약 불이행과 분쟁해결 거부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스카이라이프가 협의를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일방적 주장만을 되풀이해 불가피하게 계약을 해지하고 재송신을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BC와 스카이라이프는 지난 2009년 4월 이를 가입자당 월 사용대가(CPS)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지상파와 케이블TV 간 재송신 분쟁과 함께 스카이라이프가 재송신료 지급을 미루면서 MBC가 지난해 4월 서울 남부지법에 스카이라이프를 제소하면서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다.

만약 내달 13일까지 스카이라이프가 재송신 대가 지불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MBC는 스카이라이프에 대한 방송 송출 중단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MBC가 재송신을 중단할 경우 수도권에 거주하는 스카이라이프 HD 상품 가입자 74만 여명은 시청권의 제한을 받게 된다.

스카이라이프는 “HD급 디지털 가입자에게 SD급으로 전환된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등 시청자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들의 혼란이나 시청 질 저하 문제는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볼 권리를 책임지는 방송사업자들이 규제기관의 합법적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시청자를 볼모로 한 협상을 진행한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 아직 멀었나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정책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방통위는 지난 21일 ▲의무재송신 범위 확대 ▲재송신 대가 정산 기준 ▲분쟁해결 절차 보완 등을 담은 '지상파방송 재송신 제도개선안'을 보고했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의무재송신 범위’와 관련해 방통위는 ▲KBS1과 EBS에 한정돼 있는 의무재송신 채널 범위를 KBS2까지 확대하거나 ▲의무재송신 범위를 전체 지상파방송으로 2년 간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등의 2가지 안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재송신을 둘러싼 갈등 이후 양측이 법정 소송까지 간 상태에서 뒤늦게 중재에 나선데다 중재 과정에서 지상파 방송 측이 제도개선에 반발하며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 행정력 부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재송신 제도개선안 마련이 계속해 늦춰지고 있는 것도 이번 MBC의 스카이라이프 재송신 중단 사태와 같이 갈등의 불씨를 남긴 측면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상파 방송 측은 주무기관인 방통위의 정책 대신 사법부 판단에 의지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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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관계자는 “방통위가 내놓은 제도개선안은 방송 저작권과 저작 인접권자에 대한 보상과 앞으로의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저작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내놓은 임시방편 안”이라면서 “방통위의 의무재송신 확대 방안은 저작권법 및 헌법을 침해하는 것으로 현재 진행 중인 재송신 판결 이후 사법적 해석을 토대로 제도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이 지난 24일 간담회에서 “방통위가 합리적인 조정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방통위 중재안에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밝힌 만큼 방통위 차원에서 재송신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을 중재안을 마련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