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가 막말과 반말을 섞어 문화부에게 펀치를 날렸다. 지난 9일 법사위 심사를 두고 마주친 국회 복도 한 가운데서다. 그 중에는 '문화부는 게임업계 영업부장'이라는 명언도 남았다.
이날 법사위에는 여성부의 청소년보호법과 문화부의 게임산업진흥법이 심사에 같이 올라왔다. 지난해 4월에도 상정됐던 두 법안은 게임 규제에 대한 두 부처의 주도권 싸움으로 발목 잡힌 탓에 계류돼왔다.
법사위는 일단 문화부의 손을 들어줬다. 오픈마켓 자율심의를 골자로 하는 게임법은 수정·의결 처리되고 셧다운제를 담은 청소년보호법은 4월 국회서 다시 논의키로 했다.
추진하던 셧다운제에 브레이크가 걸린 여성부가 씩씩대며 회의실을 빠져나와 문화부에 불편한 축하 인사를 건넸다. 문화부가 떠난 자리에선 '돈 많이 벌라지'라며 얼굴을 붉혔다.
웃을 수도 없고 사실 웃기지도 않은 코미디 한 편이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냉소적이다.
업계로선 문화부를 영업부장시킬 이유가 없다. 문화부가 게임 업계에 정책적 신뢰감을 잃은지는 오래다. 여성부가 최영희 위원장이라는 '스타'를 만들어낼 때 문화부는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이번 법사위 결정은 반토막 성공이다. 결국 4월 국회서 셧다운제가 남았다. 문화부가 이끈 승리라고 보기도 어렵다. 셧다운제를 청보법에 담기로 합의하고 규제 권력을 여성부에 내준 것은 문화부다.
셧다운제가 늦게라도 통과되면 오픈마켓 자율심의제는 '말짱 도루묵' 신세다. 사전 등급제라는 국내법을 수용치 못한 애플이나 구글이 셧다운제를 받아들여 오픈마켓 게임 카테고리를 열어줄 가능성은 낮다.
영국의 한 게임 개발자는 게임산업 공헌이라는 명목으로 대영 제국 훈장까지 받았다는데 한국의 실력 있는 개발자들은 대접은 커녕, 아이들을 게임 중독에 빠트리는 죄인으로 취급받는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에는 게임 개발자가 지능형 살인마로 나오기까지 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게임산업은 7조8천억 규모로 불어난 제 몸집이 괜히 부끄럽기만 하다.
사실 여성부가 겨냥한 것은 문화부가 아니다. 바로 게임업계다. 이날 소위에 참석한 여성부 관계자는 '오밤중에 초·중생 돈을 터는 것도 산업이냐'고 혀를 찼다.
과잉규제건 실효성이건 따지지 않고 뭐든 간에 무조건 '셧다운'하고 보자는 여성부다.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어떤 말이 더 필요하겠냐는 것이다.
여성부의 오류는 여기서 드러난다. 여성부가 예방법이고 부르는 셧다운제는 사실상 징벌적 성격의 처벌법에 가깝다. 일각의 우려는 규제권 발동에 따르는 당연한 반발 정도로 생각하는 마음 편한 여성부다.
산업을 마비시키는 규제법을 들이대면서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다. 법이 통과되면 시행까지 남은 6개월 동안 마련하겠단다. 공허하기 짝이 없는 '약속어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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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는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뇌관'이다. 터지면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가며, 또 누가 보상할 것인가? 우리나라 대표IT산업 게임은 이제 미국에 밀리고 일본에 치이고 중국에 뒤짚히고 있다.
여성부 말대로 '미숙해' 보호해야 할 청소년은 경제권과 투표권 없는 약자다. 그에 반해 5만여명 게임업계 종사자와 그의 가족들, 수천만 소비자가 유권자라는 사실은 여성부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