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때문에 휴대폰 스타들 줄초상

일반입력 :2011/02/07 11:39    수정: 2011/02/07 23:45

김태정 기자

‘스티브 잡스, 당신 때문?’

글로벌 휴대폰 업계의 임원 물갈이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부진 책임을 쓰고 물러난 스타가 이미 여럿이지만 살생부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공세에 맞서지 못한 임원들은 하루하루가 걱정이다. 휴대폰 바닥에서는 경력 5년차에 불과한 잡스가 공포의 대상인 것이다.

■휴대폰 1위 노키아, 잡스 직격탄에 흔들

대표적으로 쑥대밭(?)이 된 곳이 핀란드의 노키아다. 휴대폰 제조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은 스마트폰 부진에 가려진지 오래다.

노키아의 지난해 4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7억4천500만유로였다. 스마트폰 점유율은 31% 수준으로 직전 분기 대비 7%p 떨어졌다.

이는 그나마 선전한 기록이다. 지난해 2분기 노키아의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 떨어진 2억2천700만유로에 머물렀었다. 제국의 몰락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이후 지난해 3분기부터 노키아판 살생부는 업계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노키아를 세계 1위로 만든 요르마 올릴라 회장이 스스로 2012년 퇴임하겠다고 밝혔고, 올리페카 칼라스부오 최고경영자(CEO)의 자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 스테펜 엘롭이 이어받았다.

안시 반요키라는 임원은 1991년부터 노키아의 많은 사업부를 이끌어왔으나, 운 나쁘게도(?) 아이폰 이후 스마트폰 사업부를 맡았다가 퇴임했다.

노키아 임원 물갈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엘롭 CEO는 오는 11일 대대적 임원 교체를 단행할 것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살생부, 다음은 누구?

MS에서는 레이 오지 최고소프트웨어계획자(CSO)가 지난해 10월 퇴임하는 충격적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빌게이츠로부터 MS의 소프트웨어 책임을 물려받은 스타 중 스타였다.

그의 주 종목은 온라인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빌려 주는 ‘클라우드 컴퓨팅’이었기에 잡스-아이폰과의 연관성이 적은 듯 보이지만 실상은 복잡하다.

모바일에서 윈도가 애플 운영체제(OS) 밀려 힘을 못 내자 소프트웨어를 책임지는 그의 입지가 좁아졌다. MS가 세계 IT 기업 1위 자리를 애플에 뺏기면서 책임을 졌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한국서는 LG전자가 진통을 겪었다. 남용 부회장이 지난해 9월 CEO자리에서 용퇴했고, 구본준 부회장이 뒤를 이어 반격에 나선 상황이다. 휴대폰 사업을 총괄했던 안승권 당시 MC사업본부장도 최고기술책임(CTO)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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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LG전자는 옵티머스마하, 옵티머스2X 등 스마트폰 신작을 내놓으며 반격 태세를 갖추기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씨넷 등 외신들은 “잡스로 인해 기존 휴대폰 강자들은 기술혁신에 몇 배 이상 노력을 들이게 됐다”며 “휴대폰 업계에 대거 인사이동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