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타도’ 외치며 다시 모이는데…

일반입력 :2011/02/07 08:32    수정: 2011/02/10 13:23

김태정 기자

“IBM의 PC 시장 진출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애플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81년 월스트리트저널에 내보낸 광고다. 애플의 자만, 몰락 등을 회자할 때 종종 인용되는 부분이다.

광고의 자신감이 무색할 정도로 애플은 IBM에 PC 시장 주도권을 빠르게 내줬고, ‘교주’ 스티브 잡스는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아이팟 이전 애플의 위치는 ‘변방’이었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이 같은 역사가 반복될까? 적어도 최근 2년만 보면 장담이 어려운 시나리오다. ‘애플 타도’ 연합군은 여전히 애플에 잽만 날릴 뿐, 카운터가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달아나는 애플, 급박한 추격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0’은 연합군의 사나운 기세로 뜨거웠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전자, 모토로라 등 공룡들이 애플에 줄지어 도전장을 던졌었다. 아이폰 몰락은 부스마다 비공식적으로 나오는 호언장담이었다.

그래도 애플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두 달 뒤인 같은 해 4월 ‘아이패드’라는 태블릿을 내놓으며 스스로가 주인공인 새 흐름을 만들었다. 이후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리서치인모션 등은 태블릿을 만들며 애플 추격에 바빴고, 아이패드는 출시 1년도 안 돼 1천500만대 가량 팔렸다.

그렇다고 아이폰이 흔들린 것도 아니다. 처음 등장한 2007년 6월부터 계산해 이번 분기 중 1억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포춘 등 외신들은 분석했다. 안테나 수신 감도 불량을 비롯한 각종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이룬 결과다.

삼성전자 갤럭시S를 앞세운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이 시장에 안착했지만, 애플 역시 아이폰만으로 휴대폰 시장 출하량 기준 5위권에 들어오면서 힘을 과시했다.

이 기간 전통의 강자 모토로라는 5위권 진입에 실패했고, LG전자도 스마트폰 부진으로 인해 3위 자리가 위태로운 모습이다.

케빈 레스티보 IDC 연구원은 “스마트폰 개발이 미흡한 기업은 성장 저하와 시장 점유율 하락에 직면했다”며 “스마트 기기가 세계 IT 시장 최대 승부처”라고 설명했다.

■애플, 위기에 강해졌다…아이패드2 임박

이런 가운데 ‘애플 타도’ 연합군이 바르셀로나에 다시 집결한다. 오는 13일부터 열리는 ‘MWC 2011’ 현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토로라 등은 이번 MWC에 최신 태블릿, 스마트폰 등을 전진 배치한다. LG전자 ‘G슬레이트’, 모토로라 ‘줌’ 등 이미 예고편이 화제를 모은 제품들도 눈에 띈다 애플을 제대로 흔들어보겠다는 분위기가 또 짙어졌지만 변수가 생겼다.

애플이 이르면 MWC 기간에, 늦어도 내달 중 아이패드2를 공개한다는 루머가 외신에 오르면서 바르셀로나를 향했던 시선이 실리콘밸리의 애플 본사로 옮겨가는 모습이 보인다. 쉽게 말해 더 흥미로운 파티가 옆 동네서 열릴지 모른다는 뜻이다.

루머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내세운 애플의 모바일 파워가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로 분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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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브랜드 파워를 가진 공룡들이 끝까지 가보자 식으로 퍼붓는 공세를 애플은 이번에도 뿌리칠 수 있을까?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역사는 반복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단, 1980년대 IBM에 밀릴 때와는 달리 애플의 위기관리 능력이 강해진 것은 부인하기 힘들어 보인다. 연합군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해온 것 이상의 중량감 있는 펀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