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수익 대박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일반입력 :2011/01/14 09:46    수정: 2011/01/14 13:35

이재구 기자

'인텔은 웃지 못했다.'

13일(현지시간) 기록적인 48%의 분기 수익 증가세를 발표한 인텔은 결코 웃을 수 없었다. '인텔인사이드’가 더 이상 중요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파이낸셜타임스,EE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인텔이 분기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데스크톱 위주의 칩시장에서 모바일로 옮겨 가는 타이임을 놓치면서 주식시장의 냉냉한 반응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EE타임스는 이에 대해 인텔이 '모바일 보트로 갈아타지 못했다(missed mobile boat)'고 표현했다.

인텔은 13일(현지시간) 4분기 실적 결산발표에서 매출 113억7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의 성장세속에 순익 48% 증가라는 하늘을 찌르는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증시는 주가 1% 증가라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세계최대의 칩 회사의 호조에 걸맞지 않는 주식시장의 반응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인텔, 모바일로 움직이는데 실패

왜일까? 가장 큰 요인은 한때 PC시장의 주도적 지배자였던 인텔이 스마트폰으로 움직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으로 모아지고 있다.

즉, 인텔이 이 거대한 IT기기 시장의 트렌드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올 라스베이거스가전쇼(CES2011)에서 보았듯이 대세는 데스크톱 PC가 태블릿PC로 넘어가려 하고 있는 움직임인데 이는 인텔에게 또다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이것이 13일(현지시간) 발표될 4분기 실적에 즉각적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4분기에 전년 동기비 8% 증가한 113억7천만달러의 매출과 67%의 매출총이익을 기록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마진은 여전히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는 48% 증가라는 기록적인 영역에 있어 외견상 만족해 보일 만 하다.

■52주 연속 주가 제자리

문제는 급변하는 PC시장의 변화다. 투자자들이 태블릿으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인텔개발진이 미래를 위한 칩 개발성과만으로는 인텔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52주동안 나스닥은 약 19%의 주식상승세를 보였지만 인텔은 이 기간중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데서도 잘 반영된다.

이렇게 된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투자자들도 인텔의 장기적 전략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의 칩이 멋진 계산 엔진이고 긴 하지만 전력을 마구 잡아 벅는다. 따라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ARM아키텍처 기반의 보다 에너지효율적인 칩을 사용해 왔다.

이결과 ARM칩이 휴대폰과 대다수 태블릿에서 100% 전원을 공급하고 있다는 게 아이서플라이의 분석이다. 골드만 삭스의 전망과 기류도 비슷해 태블릿 열풍은 PC의 판매성장률을 지난 해 15%에서 올해 8%로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란 결론을 내고 있다.

■엔비디아와 ARM이 변방에서 주류로

게다가 인텔은 이번 CES에서 보았듯 태블릿 분야에서 명성에 비교할 때 상당히 약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그쳤다. 인텔은 애플의 아이패드도 아니었고 가장 널리 사용돼 쏟아진 안드로이드SW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인텔의 가장 강력한 근거지인 PC시장조차 안전하지 못하다는 우려를 사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변방의 업체로 치부됐던 엔비디아 같은 경쟁자가 인텔이 시장점유율80%를 차지하는 PC와 서버분야에서 ARM기반의 칩을 개발해 야금야금 진군해 들어오고 있다.

이들 라이벌은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CES2011에서 차기 윈도OS버전에 인텔칩 뿐만 아니라 ARM기반의 칩도 지원할 것이라고 공표하면서 더욱 힘을 실어가고 있다.

어거스트 거스 리처드 파이퍼 제프리 분석가는 “지금까지 인텔은 울트라모바일 시장의 물결을 놓쳤고 2011년에도 견인력을 확보하지 못할 것 같다”며 “인텔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는 SW개발자들이 점점 더 ARM플랫폼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라고 최신 보고서에서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추세로 나가고 수많은 ARM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나면 인텔이 시장을 자신의 방향으로 돌리기가 점점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물론 칩업계 최강인 인텔의 입지가 하룻밤 새 뒤집히는 것은 아니다. 델같은 HW제조업체는 SW업체들이 ARM과 호환성을 갖춘 코드를 사용할 때까지 ARM칩 사용을 유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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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여전히 정체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인텔은 더 싸고 더 에너지를 덜 잡아먹는 저전력칩으로 고객들을 놀라게 할지 모른다. 여기에 지난해 인피니언으로부터 인수한 무선사업부가 있고 195억달러에 달하는 현금도 항상 대기중이다.

인텔은 CES2011에서 노키아와 함께 개발한 미고(Meego)OS를 이용한 위탭을 내놓았지만 9월에, 그것도 독일에서 나올 예정이어서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인텔에게 태블릿, 모바일로 이어지는 이 새로운 환경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