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글로벌경제지도자들 가운데 IT업계의 최대 관심인물로 폴 제이콥스 퀄컴회장과 토드 브래들리 HP부회장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워낙 굵직굵직한 주제로 진행되다 보니 IT분야의 논의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들의 행보는 주목할 만 하다.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광진구 쉐라톤 워커힐호텔서 진행한 G20 비즈니스 서밋에는 국내외 주요 기업 CEO 120여명이 참석해 세계 경제 흐름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12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대신 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이윤우 부회장은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토드 브래들리 휴렛패커드(HP) 수석부사장 등과 잇따라 만났다.
이윤우 부회장과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과의 만남은 구체적 협력 논의를 떠나서 충분히 주목을 받을 만한 부분이다. 토드 브래들리 HP부사장은 이 미팅과 별도로 일부러 바쁜 일정의 일부를 할애해 이번 행사 참석자도 아닌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을 만났다. 이는 상당히 의미있는 협력관계를 시사하는 부분으로 볼 수도 있다.
이외에도 한국의 주요 기업 CEO들은 무역,투자, 금융, 녹색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4개 분야 12개 주제로 나뉘어 진행된 굵직굵직한 주제를 가지고 좌장 역할을 자처하며 토론 방향과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실질적인 성과는 각 CEO들의 개별 회동을 통해 나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서밋을 마친 후 조직위를 통해 이뤄진 미팅은 80여건에 이른다. 여기에 비공식 미팅까지 합하면 만남 횟수는 훨씬 많았다.
■퀄컴, 한국스마트폰 제조회사들과 우의다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대신 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이윤우 부회장은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윔 엘프링크 시스코 부회장, 토드 브래들리 휴렛패커드 부사장 등과 만나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최대 고객인 한국의 기업들을 만나서 우의를 돈독히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특히 세계 2위,3위의 휴대폰 업체가 포진한 가운데 퀄컴 매출의 절반까지도 나왔다는 한국시장에서라면 더욱더 그렇다.
특히 반도체전문가 출신인 이윤우 삼성 부회장과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과의 회동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결코 어색하지 않다. 엔지니어 출신인 이 부회장과 제이콥스 회장과의 만남은 일견 형식적으로 보이지만 공식적 협력 외에 직접 얼굴을 맞대고 우의를 다진 유의미한 만남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것은 현재 퀄컴과 삼성전자는 최소한 스마트폰분야에 있어서 협력사이면서도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이나 갤럭시탭 등 고가 모바일 제품에 자체 개발한 CPU를 탑재하면서 퀄컴과 관계가 미묘해졌다.
하지만 최근 선보인 삼성전자가 윈도폰7 기반 스마트폰에 다시 퀄컴 칩을 사용하는 의외이자 의미있는 선택을 하면서 두 회사의 우의와 협력관계가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기에 따라선 이번 회동의 결과가 향후 4G(LTE) 이동통신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퀄컴의 공조 체제를 가늠하는 단초가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올 수 있다.
삼성은 윈도폰7 OS스마트폰에 퀄텀의 스냅드래곤을 채택했다. 지난 8일 미국시장에 내놓은 AT&T 향 포커스가 바로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채택한 모델이다.
LG전자도 이달 말 미국시장에 윈도폰7을 내놓으면서 휴대폰사업부를 추스리기 시작했다.
이들 회사가 윈도폰7 OS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것이 퀄컴의 스냅드래곤. 따라서 폴 제이콥스 퀄컴회장이 이들 기업들 방문해 우의와 협력을 다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 오히려 만나지 않는 게 부자연스럽다. 그는 팬택 관계자와도 시내 모처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퀄컴의 한 관계자는 폴 제이콥스 회장과 LG전자, 팬택과의 만남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며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 달라고 말해 이러한 퀄컴과 한국 휴대폰 제조업체들을 둘러싼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운을 남겼다.
■사전 협의 통해 G20에서 직접적 성과 도출도
지난 10일 G20 비즈니스서밋 참석차 방문한 토드 브래들리 휴렛팩커드 수석 부사장과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간에도 의미있는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토드 브래들리 수석 부사장은 9일 테크플러스 포럼 강연을 시작으로 비즈니스서밋 참석 등 바쁜 일정 중 시간을 쪼개 메모리 공급업체인 하이닉스를 찾았다. 권 사장과 브래들리 수석 부사장의 만남은 1시간 이내로 짧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닉스 측 역시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과 브래들리 수석 부사장이 이날 회동을 통해 무슨 얘기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며 함구했다.
그러나 브래들리 수석 부사장이 HP에 인수된 팜의 하드웨어그룹 총괄 경영자를 거친 모바일 기기 전문가란 점을 감안할 때 이 만남의 의미가 새삼 부각된다.
이런 점에서 그가 메모리 반도체회사인 하이닉스 사장과의 만남을 통해 우의를 다지는 한편 내년초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폰, 태블릿기기에 대한 안정적 칩 공급을 논의했으리라는 추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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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통들은 토드 브래들리 부사장이 하이닉스와 자사의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용 메모리칩,낸드플래시칩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의견 등 광범위하게 나누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모바일 기기 확산은 최근 낸드플래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이닉스는 연말까지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연초 대비 2배 가량 늘릴 계획으로 낸드플래시 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게다가 HP는 이제 막 공개한 슬레이트500을 본격 출시하면서 내년도에 아이패드,갤럭시탭 등과 시장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