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논의가 진통을 겪고 있다.
KBS 이사회는 지난 15일 오후 2시부터 수신료 인상안을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야당추천 4명이 불참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사회가 결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6월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한 이후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등의 과정을 지켜 본 KBS이사회는 당초 지난 6일 임시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 추천 이사들은 ‘광고 비중 축소’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됐다. 여당추천이사들이 제시한 수신료 4천600원 인상에 광고 22% 축소안과 야당추천이사들이 제시한 수신료 3천500원 인상에 광고 현행수준 유지안을 놓고 절충을 벌였으나 최종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때문에 여야 추천이사들은 수신료 인상안 합의를 위해 13일에 다시 임시이사회를 열기로 하고 이날 회의를 종결했다.
하지만 13일에도 파행은 계속 됐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광고 비율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되 수신료를 4천원으로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야당 추천 이사들은 수신료 3천5백원 인상안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임시 이사회에는 야당측 이사들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15일 다시 이사회를 열기로 결정하고 해산했다.
종전 ‘수신료 4천600원, 광고축소’안에서 물러서 ‘4천원 인상’안을 새롭게 내놓은 여당 측은 수신료 인상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신료 3천500원, 광고 현행유지’를 최종안으로 제시한 야당 이사들은 여당쪽이 제안한 4천원 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15일 회의까지 무산되면서 20일 임시이사회에서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 7월25일 KBS이사회에서 양측은 ‘수신료 인상안이 2010년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시한을 고려해 심의·의결한다’와 4항 ‘수신료 인상방안에 대한 논의와 의결은 양측이 합의하에 처리한다’ 등 4개의 조항에 합의했다.
때문에 여당측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는 KBS 이사회는 어쨌든 ‘수신료 인상’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6천500원’안과 ‘인상 불가’안이 충돌했지만 여야 추천 이사들이 접점을 찾아감에 따라 KBS수신료는 현행 2천500원에서 3천원~4천600원으로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KBS이사회에서 합의를 이루더라도 실제 수신료 인상 까지는 난관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18일로 예정된 KBS 국정감사와 22일 예정된 방통위 확인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의 공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문순 의원은“ KBS 수신료 인상에 여러 부당한 점이 발견되는 만큼 이번 국감을 통해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것” 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회적 저항도 거셀 전망이다. 시민단체와 학계 등은 연일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여당측 이사들의 의견대로 광고를 축소하면 축소한 만큼의 광고비가 종편에 몰려간다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견 조율도 쉽지 않아 보인다. KBS이사회가 도출한 합의안은 방통위를 거쳐 국회에서 최종 처리된다. 방통위 상임위원회는 KBS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는 최시중 위원장과 여당 추천을 받은 위원 2명, 야당 추천 위원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후에는 국회 통과라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인상안은 KBS이사회가 심의·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승인을 얻어야 확정된다.
관련기사
- KBS 수신료 인상 "디지털전환 때문에"…최문순 의원 "모순"2010.10.17
- 진성호 의원 “KBS수신료 인상, 미룰 때 아니다”2010.10.17
- 방통위 국감, ‘스마트폰 AS-수신료 인상’ 핫이슈2010.10.17
- [기자수첩]KBS 수신료 인상 속도전, 바람직한가2010.10.17
일단 양측은 20일에 다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수신료 인상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우선 18일로 예정된 KBS 국감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22일 방통위에 대한 확인 감사가 예정돼 있어 20일 이사회도 연기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