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BS 수신료 인상 속도전, 바람직한가

기자수첩입력 :2010/06/23 11:04    수정: 2010/06/23 15:37

KBS의 수신료 인상을 향한 움직임이 일사천리다. 공청회를 연지 3일이 지난 16일 TV 수신료를 4천500원 혹은 6천500원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17일 시청자위원회 보고가 진행됐고, 23일 이사회 안건상정이 예정됐다. 올해 안에 반드시 인상하겠다는 목표다.

TV 수신료는 30년째 2천500원으로 고정이다. 주요 국가의 TV 수신료에 비해서도 최대 12배 낮다. 제작비가 연평균 10%씩 상승하고, 광고수입도 하락추세인데다 긴축경영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도 한계다.

향후 디지털 전환과 무료다채널 방송인 케이뷰(K-VIEW) 도입도 상당한 비용부담을 예고한다. KBS는 현재 수신료 수준이 지속될 경우 최대 3조7천834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KBS의 수신료 인상안은 현재보다 최대 160% 오른 수준이다. 6천500억원으로 확정될 경우에도 순손실 전망치를 간신히 메우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수신료 인상 수준은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KBS가 공개한 자료만을 보면 수신료 인상 수준이 합당한가를 따질 단계에도 못 미친다.

일단 수신료를 인상하고 광고 비중을 줄이겠다는 점부터 허점이 드러난다.

KBS는 수신료를 4천500원으로 인상하거나, 6천500원으로 인상할 경우 광고 비중은 각각 19.7%, 0%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이유다. 현재 KBS 전체수입 중 수신료와 광고비의 비율은 40 대 60이다. 이를 80대 20 혹은 100 대 0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신료 수입이 늘면 전체수입 중 광고비의 비중은 낮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광고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수신료와 광고비 사이의 자금 흐름이 밝혀져야 확실한 설명이 가능해진다. 또한 광고비가 줄어들었을 때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사례연구도 제시된 것이 없다.

경영 효율성 확보 방안으로 내놓은 구조조정안도 전체규모보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했다. KBS는 2014년까지 전체 직원을 1천100명 줄이고, 인건비 비중을 현 37%에서 30%로 낮출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이에 대해14일 공청회에 참석한 토론자는 “제시된 자료만 보면 자연퇴직에 의존하면서 몇 년 동안 신규채용을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KBS는 보스톤 컨설팅 보고서를 온전히 공개하지 않는다. 14일 공청회에서 외부 전문가들은 인상 자체에는 찬성하면서도 컨설팅 보고서부터 공개해야 제대로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KBS 전체 직원의 숫자조차 다르게 적힌 자료를 보고 무엇을 믿으란 것이냐”라며 KBS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수신료 인상과 KBS를 향한 반대 목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TV 수신료는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돼 반강제성을 띤 세금과 같다는 점에서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KBS가 보여준 움직임에는 설득이 빠졌다. 공청회도 단 한차례 열렸을 뿐이다. 학계 인사들이 보스톤 컨설팅에서 내놓은 보고서를 연구목적으로라도 공개하라고 하자 KBS측은 기업비밀이 들어갔다며 난색을 표했다.

김인규 사장을 비롯해 KBS 인사들은 정치적 시선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같은 KBS의 불성실한 태도는 의혹만 키우고, 정치적 논쟁을 부추길 뿐이다.

KBS는 숫자가 가진 파괴력을 간과하면 안 된다.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내민 160%란 숫자는 절대적인 금액수준을 떠나 너무나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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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보고서부터 공개하는 게 먼저다. 생색내기 공청회가 아닌 성실한 의견수렴 절차도 더 필요하다. 수신료 인상에 따른 예산증액 후의 사용계획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결단코 수신료 인상을 관철하겠다면 국민을 상대로 한 진지한 협상태도부터 갖춰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