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책 단말 'e잉크 지고 LCD로 가나?'

일반입력 :2010/08/20 17:34    수정: 2010/08/20 18:38

남혜현 기자

전자책과 종이책은 적일까 아군일까? 전자잉크 기반 단말기는 아이패드와 공생할 수 있을까?

이 같은 물음에 해답을 찾기위해 출판사, 콘텐츠 유통업체, 단말기 회사, 시장조사기관, 솔루션 업체, 협회 등 관련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페이퍼포럼(대표 류종현)은 19일 파주 출판도시 내 한국전자출판협회에서 ‘2010 한국 전자출판 전문가 포럼’을 갖고 국내 전자출판 활성화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펼쳤다.

■전자책, 종이책에 기회인가 독배인가

일본 인기작가 무라카미 류가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신간을 아이패드로 먼저 발행한다는 소식은 국내 출판사에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류종현 이페이퍼포럼 대표가 토론회 마중물로 전자출판의 도래에 대해 국내 업계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라고 물은 이유도 그래서다. 돌아온 답변에서 느껴진 토론 참가자들의 체감온도는 제각각 달랐다.

웅진씽크빅 단행본 담당 김종훈 팀장은 출판사 입장에서 전자책 출간은 신·구간 여부, 작가 인지도, 판매 부수 등에 따라 흑자를 볼 수도, 적자를 볼 수도 있다면서 종이책을 보는 사람이 전자책도 구매할 것으로 예상돼 (전자책에 의한) 일부 시장 잠식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에서는 이미 전자책 콘텐츠 판매량이 종이책을 앞서는 추세다. 아마존은 지난해 연말 전자책 판매량이 양장본을 앞섰다고 발표했다. 북센 이중호 본부장은 아마존은 전자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도 콘텐츠를 팔고 있다며 특히 1인 출판사들이 아이패드 북스토어인 아이북스를 통해 내놓은 전자책은 '질'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부분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격이 1.99달러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에 활성화 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미국내 1인 전자 출판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미국서 1인 출판을 지원하는 스매시워즈가 출간한 소설 가짓수가 아이북스에서 6위를 차지해 하퍼콜린스나 펭귄 같은 유명 출판사를 바짝 뒤쫒았다면서 국내외서 유명 작가들이 포털에서 소설을 연재하는 자체도 1인 출판이나 전자출판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전자책 판권에 대해 작가들이 문의를 많이 한다”면서 “인터넷 시대에 1인 미디어가 블로그에서 꽃을 피운 것처럼 모바일 콘텐츠로 흐름이 넘어가면서 1인 출판이 사회적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작가들이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곧바로 유통사와 계약할 경우 저작권료를 최대 70%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작가들을 빠르게 전자출판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될 거라는 분석이다.

반면 1인 출판이 활성화 됨에 따라 출판사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종훈 팀장은 작가들의 1인 출판 움직임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라면서도 그러나 출판사의 역할은 '원석'으로 존재하는 존재물을 편집과 디자인 과정을 거쳐 좀 더 가치있게 다듬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1인 출판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창작문학류를 제외한 아동서, 전문지, 자기 개발서 등은 편집과 디자인 등에서 출판사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디자인보다는 텍스트가 중심이 되는 분야에서 먼저 전자책이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영 사무국장은 로맨스, 무협 등 장르문학 작가를 중심으로 1인 출판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장르작가 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 저자들이 독자적으로 출판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이패드, 한국서도 잡지 부활탄 될까?

단행본인 아닌 잡지와 미디어에서 바라보는 전자책 시장은 어떨까? 아이패드 발매 이후 와이어드같은 해외 잡지들의 성공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서도 패션잡지 중심으로 전자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보그, 지큐 등 패션잡지를 제작하고 있는 두산매거진 권철호 과장은 한국에서도 일본처럼 보그의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을 준비 중이라며 잡지같은 경우 시각효과와 텍스트의 조합을 고려해 어떻게 디지털 기기에 맞는 콘텐츠를 공급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패드가 나온 후 해외에서 (잡지)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는 만큼 동영상 등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양방향 콘텐츠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독자층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현재 디지털 경험을 위해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무료 배포하고 있는데 향후 차별화 요소를 부각해 유로로 전환, 다운로드 수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KT 북카페에 전자책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인큐브테크도 유명 잡지의 전자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샘플을 제작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아이패드에서 구현되는 잡지가 색감과 디자인에서 사람의 눈길을 끈다는 평이다.

이원규 인큐브테크 상무는 똑같은 콘텐츠라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다면서 같은 영화라도 2D는 9천원인데, 3D는 2만5천원까지 관람료가 올라가는 것처럼 다양한 효과를 전자책이나 전자잡지에 가미하는 방식으로 엔터테인먼트를 확보하는 게 지금 당장 가야할 길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윤세웅 OPMS 대표도 태블릿은 (미디어 기기에서 얻는) 포털에서 얻던 얕은 교양의 수준을 확실히 깊게 할 것이라며 업계에서 너무 자기 기술만 강조한다기 보다 전자책 생태계를 투명하게 이끌어갈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 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책, 책읽기는 좋은데…정말 좋은데…

전자책 콘텐츠가 활성화 된다고 해서 특정 단말기가 더 유리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아이패드가 도입되지 않았다. 또 소문만 무성한 갤럭시탭도 출시 전이다. 이 때문에 e잉크 기반 전자책 단말기가 자생력을 가지고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토론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우선 가격인하나 기술진보가 없다면 전자잉크 단말기가 LCD기반 태블릿에 크게 밀려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디스플레이뱅크 한보람 연구원은 소니도 전자책 사업을 정리하는 분위기라며 아이패드가 나오면서 정부도 교육용 단말기로 전자잉크 제품보다는 LCD 태블릿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이어 국내서 LCD 제품을 싸게 만드는 데 문제가 없다면서 값비싼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대체할 기술을 여러 곳에서 개발 중인 것으로 알지만 실제 제품화 되기까지는 통상 5년 가량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 전자잉크 단말기가 생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태블릿과 전자책을 선호하는 연령대가 각각 다르다는 것을 근거로 전자책도 독서를 즐기는 장년층을 중심으로 독자생존할 거란 의견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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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 정석원 부장은 아이패드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하기에는 좋지만 장시간 독서에는 부적절하다면서 결국 내 몸 근처에 붙어 있는 단말기는 가볍고 오래가고, 눈이 덜 아픈 전자잉크 단말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토론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전자책 콘텐츠는 이미 국내서도 진입단계를 넘어섰다. 다만 콘텐츠를 담을 그릇으로 어떤 기기가 선택될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았다. 토론 참가자들은 콘텐츠의 소유 시대는 가고 소비시대가 왔다면서 전통미디어로서는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잘 소화시킨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국내 전자책 시장의 미래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