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판 시장은 미국과 비슷하게 흘러왔어요. 국내의 경우 아직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 되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 미국처럼 가속도가 붙게될 겁니다.
거대 출판사를 거느린 웅진그룹 산하 북센의 이중호 본부장이 내건 전자책 비즈니스의 명분은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그게 언제일지는 두고봐야알겠지만, 전자책이 대세가 되는 시대가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먼저 시작하는게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오프라인 출판을 전자책이 잠식할 것이란 우려때문에 행보를 늦추는 것은 필패전략이라는 것. 기존 출판 업체 입장에서도 전자책은 선점해야할 전략적 요충지였다.
전자책을 바라보는 이 본부장의 앵글은 꽤나 급진적이다. 전자책 때문에 기존 출판 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우려하는 다수 출판사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유는 하나로 좁혀진다. 기존 출판 업체 입장에서도 전자책은 해볼만한 비즈니스다.
■전자책-종이책, 윈윈 가능하다
북센은 그동안 종이책 유통분야에서 뼈가 굵은 전문 유통업체다. 그런데도 한발 앞서 온라인 출판 사업에 적극 나섰다.
“콘텐츠 판매비용과 광고를 모두 수익모델로 보고 있어요. 단지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 뿐만 아니라 대여와 구독도 하나의 서비스 유형이 될 수 있죠. 소비자 입장에선 구간은 대여 모델이 더 맞다고 봐요. 이건 출판사에도 이득이에요. 동네 책대여점 시스템과는 달리 전자책은 빌릴 때마다 로열티가 출판사에 가기 때문에 반대하진 않을 거에요. 이 외에도 잡지나 신문 같은 경우 구독 모델도 가능하죠.
이같은 사업 모델을 위해선 온라인 사용자들이 어떤 책을 선호하는지를 쉽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사업 모델을 찾는게 중요하다. 북센이 최근 검색 키워드 광고에 강점을 가진 인터넷 정보회사 OPMS의 지분 33%를 취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북센의 유통 경험과 OPMS의 마케팅 경험을 결합해 새로운 B2C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게 이중호 본부장의 비전이다.
OPMS의 인터넷 검색 결과 정산 모델은 독자들이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데 오프라인보다 유리합니다. 시장 반응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장점이죠.
북센이 생각하는 콘텐츠 유통모델이 비단 전자책에만 머무르는 건 아니다. 디지털로 소비될 수 있는 갖가지 미디어를 모두 취급하겠다는 야심도 있다.
전자책 뿐만 아니라 전자잡지, 뉴스, 동영상 등 디지털 기반 미디어 포털을 만들고 싶어요. 소비할 수 있는 미디어를 모두 취급하겠지만 그렇다고 웅진에서 하드웨어 제품을 만들 계획이 있는 건 아닙니다. 아이패드든 갤럭시탭이든 스토리든 간에 다양한 단말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소비자에 공급하는 게 북센의 목표죠.
■1인 출판, 전자책 유통 바람 불어올 것
전자책 시장이 확대되면 1인 출판이 활성화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이 본부장도 동의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1인 출판이 어려운 건 사실이죠. 그렇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편집이나 인쇄, 유통이나 반품 같은 전통적인 출판사의 역할들이 디지털 저작물에선 온라인으로 처리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엔 일반 문학류나 단행본부터 자가출판 바람이 일 것으로 예상돼요.
자가출판 시장이 열리면 출판사가 담당하는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출판사 스스로가 변화를 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자가출판 붐이 일고 있는 미국만해도 유명 출판사가 투자해서 만든 1인 출판 회사가 많아요. 예를 들어 할리퀸같은 로맨스서 전문 출판사나 아마존 같은 경우도 1인 출판을 지원하는 회사를 운영 중이죠. 1인 출판사도 유통은 해야하니깐 관련 플랫폼이 필요한데 경험 있는 출판사가 이걸 지원해 줄 수 있어요. 출판사로서도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 가능성이 있는 거에요.
예컨대 웅진 씽크빅 같은 경우도 전자출판사를 만들 수 있고, 저자가 올려놓은 저작물에 웅진 브랜드를 붙여 유통하는 사업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전자책 같은 경우 제작 비용도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출간도 되기 전에 사장되는 저작물을 줄일 수 있어 더 많은 읽을거리가 생산될 수 있다.
그의 얘기는 계속된다.
시장에서 호응을 얻은 전자책은 종이책으로도 추가 제작이 가능해요. 지금 현재로는 종이책이 먼저인데, 이렇게 되면 전자책이 출간 된 후 종이책이 만들어지는 '이북 퍼스트'가 되는 거죠. 신인 작가의 경우 판매 리스크 때문에 실제로 출판사에 제출되는 원고 중 5% 미만만 종이책으로 출간되는데, 건당 3만~5만원이면 제작되는 전자책으로는 사장되는 일 없이 얼마든지 출간이 가능하거든요. 시장 반응이 있으면 종이책으로 내놓을 수 있고요. 전자책과 종이책의 선순환 모델인 셈이죠.
그는 1인출판 바람이 문학에서 먼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작가들이 기본적인 텍스트만 웹에 올려놓으면 간단한 형식을 거쳐 쉽게 출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서나 전문서적은 컬러나 삽화, 레이아웃 등이 복잡한 만큼 당분간 기존 출판사들의 시장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래아 한글이나 워드 같은 프로그램으로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이펍(ePub)같은 전자책 포맷으로 바로 전환해 출판할 수 있는 솔루션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어요. 그래서 텍스트 기반으로 된 일반 문학이나 단행본 종류가 자가출판에 유리하죠.
■대형서점이 오히려 위기
전자책은 출판 생태계에 일대 변화를 몰고올 수 있는 초대형 변수다. 출판사든 서점이든 전자책 열풍을 피해갈 수 없다. 이 본부장은 기존 출판사나 유통업체 입장에선 생존을 위해서라도 전자책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힌다. 안하면 퇴출이라는 것이다.
“반스앤노블이 회사 매각을 검토중이라더군요. 전자책이 유통되는 비중이 30%정도만 되면 출판사 입장에서도 전자책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종이책은) 남으면 다 재곤데 인쇄 부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 거죠.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 교보문고나 영풍문고도 고민을 해봐야 하는 부분이에요”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대형 체인서점 반스앤노블은 최근 급성장하는 전자서적에 밀려 오프라인 서적의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다. 올해 들어 주가도 30% 가량 폭락하는 등 위기설이 도지고 있는 것. 미국 내 720개 오프라인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반스앤노블의 유통량이 전자서적의 대두와 경기침체 영향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반스앤노블이 누크로 히트를 치면서 최근 다시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는데,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할 계획을 갖고 있는 걸 보면 아마존처럼 전자책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보여요. 국내 대형 서점들도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 전자책 바람이 불면 한순간에 위기가 올 수도 있죠. 다행히 단순한 소매점에서 벗어나려는 준비를 국내 업체들도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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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본부장은 무엇보다 콘텐츠 유통이 원활해져야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콘텐츠를 쉽게 내려받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값싼 하드웨어 보급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가 틈틈히 하드웨어 동향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자에게도 킨들과 경쟁할 국산 저가형 전자책 단말기가 나올 수 있는지 동향을 알아봐달라는 말도 했다. 기자는 하드웨어에 대한 이중호 본부장의 관심을 다음 인터뷰를 통해 풀어볼까 한다. 전자책 단말기 업체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