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이폰4 예약구매 “참아주세요”

기자수첩입력 :2010/08/10 11:45    수정: 2010/08/10 11:55

김태정 기자

“아이폰4 예약구매 신청했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아이폰4 출시일이 정확히 언제인가요?”

올 여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4를 내놓으면서 거의 매일 이런 질문들이 메일함을 채운다. 처음에는 현장에서 들은 뒷이야기까지 종합해 나름 예언을 해드렸으나, 보기 좋게 빗나가 망신(?)만 당한 뒤 자중에 들어갔다.

아이폰4 출시일은 KT도 (공식적으로는)모르고, 기자도 모른다. ‘아이폰4 예약구매! XX일 출시 예정’이란 현수막을 붙인 길 거리 통신매장들이 실로 대단해 보이는 이유다.

매장에 들어서면 “아이폰 XX날에 나와요” “지금 예약 안하시면 출시 후 한달은 기다려요” 등의 멘트가 쏟아진다. 사실이라면 기자 입장에서 부러울만한 정보력이다. 듣다보니 ‘이러다 나만 아이폰4 못 사는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매장마다 점지한 출시일이 달라 더 당황스럽다. 대체 어느 점쟁이가 용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믿지 마시오’다. 아쉽지만 기자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조언이다. 아이폰4 예약판매 광고는 이른바 막 던지는 마케팅일 뿐이다.

매장 입장에서는 아이폰4 구매예약을 일단 받는 것이 이득이다. 돈을 미리 받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폰4가 나오면 예약자는 다른 매장이 아닌, 자기네 매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예약을 많이 받을 수록 아이폰4 출시일에 다른 매장들과의 판매 경쟁에서 앞선다는 계산이 깔렸다. 출시일이 빗나가도 그때가서 “죄송합니다... 휴대폰 출시가 원래 그런...”이라고 말하면 끝이다.

쓰라린 기억은 이미 가졌다. 지난달 17일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4 7월 출시국에서 한국을 제외한다고 발표하자, 예약구매를 신청했던 이용자들은 허탈했다. 해당 매장에 항의해도 “죄송합니다”라는 답변만 왔다.

이후 아이폰4 예약판매 광고판은 꽤 줄었지만 길에서 찾는 것이 여전히 힘든일이 아니다. 이용자들에게 한번 더 믿어보라는 강권일까.

아이폰4 예약판매 광고에 따라 이용자들이 초조해지는 것도 문제다. “지금 예약 못하면 한참 기다릴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로 보인다.

KT 본사는 매장들의 아이폰4 예약판매를 말리느라 고심중이라는 것을 주목하자. “말려도 말려도 계속하더라. 이용자 혼란 일으켰다고 우리가 욕먹는다”라는 한숨이 본사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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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지난달 17일 기준으로 ‘1~2달내 아이폰4 출시’를 약속했다. 예약판매 논란이 커지자 “무기한 출시 연장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근 아이폰4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전파 인증 심사가 끝났으니 적어도 9월말 전 출시설이 힘을 받았다.

아이폰4를 빨리 갖고 싶은 마음이 넘친다해도 지금은 냉정해지자. 적어도 KT가 공식 예약판매를 시작할 때까지 참아야 한다. 마케팅 꼼수에 당한 것은 한번이면 족하다.